[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검찰이 고발사주 사건의 진원지로 지목됐던 정보관리담당관(당시 수사정보정책관)을 범죄정보기획관으로 확대 개편하고 정보 수집 범위를 대폭 늘린다. 시민사회에서는 무분별한 정보 수집으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검찰 권력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4일 행정안전부는 검찰청사무기구에관한규정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령안에 정보관리담당관을 범죄정보기획관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리며 각종 동향 정보를 수집해 '사찰' 논란이 일으켰던 범죄정보기획관이 부활을 넘어 확대된다는 얘기다. 

검찰 로고(연합뉴스 자료 사진) 
검찰 로고(연합뉴스 자료 사진) 

입법예고에 따르면, 정보관리담당관을 범죄정보기획관으로 확대하고 범죄정보기획관 밑에 범죄정보1담당관, 2담당관을 둔다. 범죄정보1, 2담당관 업무를 규정한 검찰청사무기구에관한규정 제3조의6 제2항 각호에 명시된 '범죄 관련 수사정보'는 '범죄 관련 정보'로 규정된다. 각 담당관이 수집·관리·분석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대폭 커지는 것이다.

과거 범죄정보1, 2담당관 업무를 분장했던 규정도 찾아볼 수 없다. 범죄정보기획관이 정보관리담당관으로 축소되기 전인 지난 2022년 2월 이전까지는 1담당관은 부패·경제·공개범죄정보, 2담당관은 공안·선거·노동 등으로 분야를 나눠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도록 규정됐다.

그러나 이번 개정령안에 따르면, 1담당관 업무는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 관련 정보·자료의 분석·검증·평가·관리, 2담당관 업무도 검사 수사 개시가 가능한 범죄 관련 정보·자료 수집 및 관리다. 특히 1, 2담당관 업무 범위에 '그 밖에 중요 범죄정보와 자료의 수집 및 관리'를 포함시켜 광범위한 정보수집이 가능하도록 권한이 확대됐다.

'고발사주'·'판사 사찰' 사건으로 규모·권한 축소

범죄정보기획관은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인 지난 2018년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이름을 바꾸고 수사정보1담당관은 정보 분석·평가, 수사정보2담당관은 정보 수집 등으로 역할을 조정했다. 이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020년 9월 차장검사급이던 수사정보정책관을 부장검사급 수사정보담당관으로 축소하고 1, 2담당관 직급을 없애는 권한 축소를 단행했다.

고발사주 의혹 (PG) (=연합뉴스)
고발사주 의혹 (PG) (=연합뉴스)

그로부터 약 1년 후인 지난 2021년 9월 2일 뉴스버스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인 지난 2020년 4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준성 검사가 검언유착 의혹·김건희 씨 주가조작 의혹을 보도한 기자들과 범여권(현 야권) 정치인들에 대한 고발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사주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고발사주 사건 수사 과정에서 고발사주 사건 당일 성상욱 당시 수사정보2담당관과 임홍석 검사가 고발사주 고발장에 첨부된 것과 동일한 판결문을 검색한 사실이 밝혀졌다. 고발장의 최초 전송자도 손준성 검사로 특정됐다. 손 검사는 지난해 5월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고발사주 사건 수사 과정에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의 각종 의혹에 대한 대응 문건, 일명 '장모 문건'을 생산한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2020년 11월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사유 중 하나였던 '판사 사찰 문건'을 작성한 곳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었다.

이후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2월 수사정보담당관을 정보관리담당관으로 축소하고 정보 수집 등의 권한을 당시 검사 수사 개시 범위인 6대 범죄로 축소하는 개정령안을 마련했다. 이는 검찰권 사유화 논란에 대한 후속조치로 평가됐다.

▲대검찰청. (연합뉴스)
▲대검찰청. (연합뉴스)

"범죄 정보 명목으로 모든 정보 수집 가능…매우 위험"

시민사회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법무부와 검찰이 신설하겠다고 밝힌 대검 '범죄정보기획관'(범정)은 현 정보관리담당관을 대신해 과거의 명칭으로 확대 신설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정보관리담당관은 과거 수사정보정책관으로 불리던 시기 한동훈 검사장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고발사주' 사건에서 고발장 작성 진원지로 지목된 바 있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사유였던 '재판부 판사 사찰 문건',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 의혹 대응 문건' 등을 작성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도한 정보수집과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축소개편되어왔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범정'을 부활하겠다는 것은 대검찰청이 직접 수사부서가 없고 일선 수사에 대한 지휘와 감독 권한을 가진다는 점에서 맞지 않고, 정재계 인사, 시민단체 등의 동향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 관리하고 하명검증이나 하명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또한 법무부가 검찰청법 개정 취지조차 무력화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현 상황에서 '범죄 정보' 명목으로 '모든 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이 높아 검찰권력은 최대로 확대되고 국민의 기본권은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