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언론·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옥죌 것이라는 학계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 겸 민주당 언론개혁특위 위원장이 지난달 23일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허위정보 유통 금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허위조작정보 삭제·차단 의무 ▲허위정보 손해액 최대 5천만 원 추정 ▲허위조작정보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 ▲징벌적 손해배상 '타인을 해할 의도'(악의) 추정 요건 ▲허위조작정보 반복 유통 시 과징금 최대 10억 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해당 법안을 과방위 법안심사2소위에서 처리하려 했다가 일정을 연기했다. 12월 2일 예정된 과방위 법안심사2소위에서 심사·처리된다는 후문이다. 과방위 일정 연기 전 '언론·표현의 자유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조국혁신당의 입장 발표가 있었다. 조국혁신당은 과방위 법안심사2소위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
24일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경향신문 칼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전면 재검토해야>에서 "언론을 개혁하자면서 실은 언론보도를 둘러싼 사법적 쟁송을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시민의 활발한 정치적 토론을 억압하는 쪽으로 악용될 것이 뻔한 법을 만들고 있다"며 "만약 이런 법이 우리나라에 있었더라면 '뉴스타파'와 같은 탐사보도는 이미 망했고 '조선일보'든 MBC든 과거 정권을 비판했던 언론사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민주정은 누구라도 자기 주장이 허위, 조작, 악의, 해악이라는 반대를 무릅쓰면서도 정치적 견해를 밝힐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이 권리를 보장해야 시민은 다양한 의견을 듣고 투표함으로써 정당한 방식으로 권력 구성에 동참할 수 있다"며 "문제의 근절법은 이 과정을 심각하게 왜곡할 우려가 있다. 정파적으로 동기화된 시민이 그 법을 악용해 반대 정파의 발언을 틀어막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우리 정보통신망법은 이미 온갖 촘촘한 내용규제 조항들을 갖추고 있다. 명예훼손, 불법정보 유통 금지,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 위반 금지 등 조항"이라며 "우리는 또한 정치적 남용과 악용에 취약한 인터넷 심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결정을 둘러싼 정치적 대소동을 기억하는 자라면 누구나 이런 제도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데 동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근절법이 고약한 이유는 그 선의 때문이다. 규제 제도를 갖추기만 하면 입법자의 의도대로 작동하리라는 그 순진한 의도가 안타깝다"며 "특히 정치적으로 동기화되고, 복수심이 강한 정파적 시민은 허술하고 억압적인 제도를 활용해 타인의 권리를 제약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예정된 남용과 악용을 뻔히 보면서도 선의와 의욕만 내세워서 어쩌자는 건가"라고 했다.

지난 14일 한국언론법학회가 개최한 '인터넷 허위정보 규제와 정보통신망법 개정' 특별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허위' 또는 '부분 허위'라는 범주가 포괄적이어서 권력자 의지에 따라 처벌 대상이 광범해질 수 있다"며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입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상윤모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허위정보라고 판단해도 나중에 진실이 될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고 했고, 김보라미 변호사(법률사무소 디케)는 "허위정보 근절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언론 생태계를 뒤흔드는 위험한 시도"라고 했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난 10일 중도일보 칼럼 <징벌적 손해배상 생색내기, 정보통신망법과 언론중재법 흔들기>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국회에서 이뤄진 허위보도 규제 논의 중 최민희 위원장의 법안이 가장 문제가 많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2012년 12월 정청래 의원이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징벌적 손해배상, 구체적으로 3배 이내의 배액 배상 구상이 담겼으니 입법 분야에서 논의도 10년이 훌쩍 지났다"며 "기존 여야의 법률안에는 배액 배상뿐만 아니라 행정부로 하여금 몇 가지 유형의 언론 보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위반하면 막대한 과태료 처분으로 응징하겠다는 내용도 무수히 담겼었다. 정치 권력 등에 대한 언론의 정당한 활동에 재갈을 물리려는 발상이라면서, 언론계와 학계, 시민단체의 반발과 비판이 거셌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때의 정보통신망법이나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내용도 문제가 많았지만, 지금 국회에 발의된 최민희 의원의 법률안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라며 "잘못된 언론 보도에 대해 상응하는 책임을 부과할 필요,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 정보를 유통해 민주주의 공론장을 교란하는 유튜버들에 대한 엄중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민주당이 추진하려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은 그러한 사회적 필요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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