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미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한국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허위조작정보 근절 방안'에 대해 '국가 검열에 해당한다'는 비판 사설을 게재했다. WP는 국가가 허위정보와 혐오표현을 판단해 처벌하겠다는 발상은 '전체주의와 다름없다'며 한국에서 민주주의에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4일 WP는 사설 <한국이 미국에 보내는 표현의 자유 경고>에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진지한 정치인은 표현의 자유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일부 권위주의자들조차 검열을 거부하는 척한다"며 "민주주의 사회의 진정한 위험은 관료들이 표현의 자유를 다른 것으로 규정해 억압하는 것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허위정보'를 범죄화하자고 주장한 것을 보자"고 썼다.
WP는 "어떤 사람에게는 그럴듯하게 들릴 수도 있다. 인종차별과 거짓말에 반대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라며 "하지만 대통령이 정확히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당국이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발언을 하면 국민을 체포해 법정에 세우고 투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온라인상 혐오·차별 표현, 허위조작정보를 '추방해야 할 범죄'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SNS 등에서 특정 대상을 향한 혐오표현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허위정보, 조작정보가 범람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서는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명예 훼손이나 모욕은 당연히 배상 사유이자 처벌 사유인데, 포털 등에서는 거의 방치하고 있다. 유튜브도 보면 눈 뜨고 못 볼 지경"이라며 게시물 삭제, 과징금 도입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혐오표현과 허위조작정보를 근절·처벌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경찰과 국회의 역할을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최민희)는 일명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민희 위원장이 지난달 23일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허위정보 유통 금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허위조작정보 삭제·차단 의무 ▲허위정보 손해액 최대 5천만 원 추정 ▲허위조작정보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 ▲징벌적 손해배상 '타인을 해할 의도'(악의) 추정 요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언론계·학계·법조계·시민사회에서 국가기구·플랫폼사업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표현물이 삭제·차단되고 언론의 권력 감시가 위축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WP는 "허위정보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풍자적 표현부터 실제로 문제가 되는 표현까지 끊임없이 변한다. '허위 정보' '허위·조작 정보' '혐오 표현' 등의 무서운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며 "이보다 훨씬 더 무서운 것은 정부가 이러한 단어들을 정의하겠다는 발상"이라고 했다.
WP는 "예상하지 못한 이론은 엄격한 논쟁에 부딪히면 종종 반박된다. 때로는 해당 이론이 옳다는 것이 입증되기도 한다"며 "음모론과 극단적 이데올로기를 보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가 사람들을 사상을 이유로 감옥에 가두는 것"이라고 했다.
WP는"한국의 역대 정부·정당은 표현의 자유 억압을 시도해 왔다. 지난 세 명의 대통령은 반대 세력을 상대로 표현이나 발언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며 "현재 일부 표현은 명예훼손법을 통해 기소될 수 있지만 정부는 표현의 범죄화를 용이하게 만드는 새로운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허위정보'라는 미명 아래 검열을 도입하는 것은 신뢰를 약화시시키고 회의론을 부추긴다"며 "자유로운 사람들은 이 대통령이 이끄는 오웰식(Orwellian, 전체주의적) 길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지 않는 나라는 언제든 그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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