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양당에서 본격적인 대선 후보 경선 국면이 시작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후보들 간 토론은 제법 진지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경우는 선거를 희화화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상황으로 흘러가는 듯하다.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홍준표 후보가 한동훈 후보에게 ‘생머리’, ‘보정 속옷’, ‘키높이 구두’ 등에 대해 물은 것이다. 물론 “유치해서 질문하지 않겠다”고 해 나름 이슈차단용(?) 질문으로 보이는 면도 있었다. 자신의 지지층이 요구하는 바가 있는 상황에서 이런 질문은 먼저 유야무야 해버리는 방향으로 처리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후보를 가리는 자리에 올릴만한 주제는 아니었다. 이런 얘기나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게 국민의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평가는 피해갈 수 없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른 후보들 간의 쟁점도 한심한 수준이긴 마찬가지였다. 인신공격에 가까운 쟁점에 집착하는가 하면, ‘만물 이재명 원인설’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태도가 토론을 지배했다. 불법적 계엄 선포를 여전히 옹호하는 발언도 횡행했다. ‘밸런스 게임’이라며 ‘바퀴’와 ‘바퀴벌레’ 중 무엇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냐는 질문에 답하게 한 것은 당의 수준을 여실히 드러나게 한 장면이다. 이런 식의 질문은 극단화된 인터넷 하위 문화의 무비판적 수용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그래도 사는 게 낫지 않겠나”라며 ‘바퀴벌레’를 택했다는 한동훈 후보의 설명은 애처롭다. 이게 얼마 전까지 통치를 책임진 집권 세력의 모습이 맞나 싶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은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는 평가를 받던 터다. ‘한덕수 대망론’이라는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인사들이 너도 나도 ‘한덕수 대망론’을 주장해 버린 바람에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은 마치 한덕수 권한대행과 단일화 할 사람을 선출하는 예선전과 같은 위상이 돼버린 상태다.
상식적으로 볼 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출마 가능성으로부터 시작되는 여러 정치적 시나리오들은 성공을 거두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첫째, ‘한덕수 대망론’에 불을 붙였던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권한 행사가 역시 무리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졌다. 둘째, 외교 통상 경제 선거관리를 책임져야 할 권한대행이 대선 행보를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셋째, 한덕수 권한대행은 윤석열 정권과 완전히 무관한 인사로 보기 어려워 지금과 같은 상황에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한덕수 권한대행이 정파를 초월한 지지를 받고 있다거나 특별히 중도에서 강점을 갖는 후보로 분류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한덕수 권한대행은 윤석열 전 대통령 적극 지지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듯 보인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을 잠식하는 듯한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김문수 캠프에 결합한 일부 인사가 한덕수-김문수 단일화를 추후에 추진하겠다고 주장한 바 등이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 시켰을 것이다. 어찌됐든 이런 상황에 한덕수 권한대행이 무소속 출마를 감행하고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한들, 그런 억지스러운 판짜기에 무슨 대단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리 없다.
그럼에도 한덕수 권한대행의 행보는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 한 듯하다. 그러나 앞서의 이유로 대선 출마를 실제로 결행할 것인지는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한다. 만일 한덕수 권한대행이 마지막의 마지막에 출마를 포기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잖아도 무게감이 떨어지는, 희화화된 경선을 통과한 국민의힘 후보가 과연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까? 이번 대선에서 보수 진영의 선거 캠페인은 실패의 대표적 전형적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
보수언론 등도 ‘한덕수 대망론’ 등에는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방법이 궁하니 남는 것은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것밖에 없다. 문재인 정권의 이른바 ‘통계 조작’ 문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경선에서 90%에 가까운 지지를 얻었다는 점을 근거로 ‘독재’를 연상하게 하는 보도가 이어지는 것은 이 맥락이다. 그러나 급기야 ‘윤석열 신당’ 움직임을 윤석열 전 대통령 본인이 추인하고 전광훈 목사 등이 대선 출마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과연 이런 사안에 기댄 프레임이 얼마나 힘을 발휘하겠는가. 제대로 된 보수 혁신과 재건의 담론이라도 제시하면 또 모를 일일텐데, 그럴 일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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