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키높이 구두' '눈썹 문신'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의 핵심 키워드를 차지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독주의 일등공신은 국민의힘"이라는 보수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이 자당 소속 대통령 파면으로 열리게 된 대선에서 보수재건을 위한 비전 제시 없이 민망한 이야기만 입에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9~20일 8명의 후보를 A조(김문수·안철수·양향자·유정복)와 B조(나경원·이철우·한동훈·홍준표)로 나누어 대선 경선 토론회를 진행했다. 홍준표 후보는 자신이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꿈'에 올라온 질문이라며 한동훈 후보에게 "키도 큰데 뭐 하러 키높이 구두를 신나", "생머리냐, 보정 속옷을 입느냐는 질문은 유치해서 안 하겠다"고 했다. 한 후보는 "유치하다"고 답했다.

토론 이후 'B급 질문' 공방이 이어졌다. 한 후보 캠프의 김근식 정무조정실장은 "당대표 지내고 대선 후보까지 한 분이 B급 질문으로 자기 시간 쓰고 있다"고 했고, 신지호 특보단장은 "눈썹문신 1호 정치인이 이미지 정치를 비판할 자격이 있냐"고 했다. 이에 홍 후보는 "앞으로 정치 계속하려면 '이미지 정치 하지 말라'고 한 질문을 못 알아듣고 B급 질문 운운하니 그 캠프에는 B급 인사들만 모여 있는 모양"이라며 "외모에 집착하고 셀카만 찍는 건 나르시시스트에 불과하다"고 맞받았다.
국민의힘 경선 4강행을 노리는 나경원 후보와 안철수 후보도 신경전을 벌였다. 안 후보는 21일 페이스북에 "B조 토론은 '역대급 자폭 토론'이었다"며 "체제 전쟁, 이념 정당, 마치 1980년대 '군사정권 민정당 시대'로 돌아간 듯한 발언들이 쏟아졌다"고 했다. 나 후보는 "내부 총질" 이라며 "남의 둥지에 알 낳고 다니는 뻐꾸기 그만하시고 차라리 탈당해 안철수당 만들어 갈 길 가시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이 청년층 관심을 끌어올리겠다며 '예능 요소'를 도입한 경선 토론회 코너가 논란이다. B조 토론회에서는 '밸런스 게임'이라며 ▲하나만 골라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 1번 바퀴벌레 2번 자동차 바퀴 ▲둘 중 한 사람을 반드시 변호사로 선임해야 된다면 1번 검사사칭범 2번 입시비리범 등의 질문이 이뤄졌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는 21일 기사에서 "국힘 토론회 촌극"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에서 "아무리 연습문제라도 대선 주자를 뽑는 토론회에서 적절했느냐. 예능 요소를 도입한다더니 당 대선 주자를 희화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22일 조선일보는 사설 <'키 높이 구두' '생머리냐' 수준 이하 국힘 경선>에서 "이번 대통령 선거는 국힘 소속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때문에 실시된다.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선거에선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정당은 후보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 유권자에게 사과하거나 변화의 의지를 밝힌다"며 "대선도 그렇게 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국힘은 계엄과 대통령 파면으로 생긴 국정 혼란에 대해 사과하고, 어떻게 보수 정당을 재건할 것인지 비전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지금 국힘 경선은 이런 기대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탄핵 찬성과 반대편으로 갈려 싸우는 것도 모자라, 유력 후보들 간에는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이야기들이 오갔다"며 "키 높이 구두 같은 어이없는 상황이 계속되면 후보가 누가 되든 국힘은 국민 관심에서 멀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국힘 지도부는 이 후보가 독주하는 민주당 경선을 두고 '싹쓸이 독주' '일당 독재'라고 비판했다"며 "그러나 이 후보 독주의 일등 공신은 다름 아닌 윤 전 대통령과 국힘 자신임을 알아야 한다"고 썼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사설 <키높이 구두나 물어보는 국민의힘 경선>에서 "목불인견"이라고 잘라 말했다. 중앙일보는 "자당 소속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으면 전 집권당으로서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새출발을 다짐하는 게 상식"이라며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 후보들은 서로 남 탓만 하며 이전투구에 열중할 뿐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진정한 사과와 보수 재건의 비전은 보여준 게 없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국민의힘 후보들이 '반이재명'만 떠들지 말고 국가 청사진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중략)대선 토론회에서 키높이 구두나 묻는 게 국민의힘 수준"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21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 결과를 들이댔다. "구야권 후보군 지지율 총합(57.5%)과 국민의힘 등 구여권 후보군 지지율 총합(35.9%)의 격차는 전주 16.5%포인트에서 21.6%포인트로 더 벌어졌다"는 분석이다.(16~18일 전국 유권자 1504명 대상 무선 ARS 자동응답 방식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p.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중앙일보는 "지지부진한 국민의힘 경선이 홍보 효과를 내긴커녕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방증이다. 지금 오히려 한덕수 총리가 과연 출마하느냐가 더 시중의 화제가 될 정도"라며 "이 와중에 윤 전 대통령은 최근 신당설을 일으킨 자신의 변호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인다.(중략)2차 경선에서도 탄핵 때 누가 잘했니 못했니로 싸움이나 벌이면 국민의힘은 정말 가망이 없어진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22일 2차 경선에 진출하는 후보 4명을 추린다.

한국일보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은 칼럼 <국민의힘 자해 경선 쇼>에서 "보수 정당은 느닷없이 퇴행한 게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제대로 혁신하지 못한 결과"라며 "김종인 비대위원장 시절의 짧은 쇄신 시도, 이준석 대표의 약자 혐오를 개혁으로 착각한 시기가 있었을 뿐, TK 표에 안주한 수구정당으로 주저앉은 지 오래다.(중략)수도권 지지도, 시대에 조응하는 리더도, 인재 충원도 안 보이는 정치적 폐허"라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이제는 어쩔 것인가. 대선은 포기했다 치고 총선에선 자리 보전이 가능한가"라며 "양꼬치 거리에서 혐중 난동을 벌인 청년들을 당의 미래로 삼으려는가.(중략)청년층 구미에 맞추겠다고 밸런스 게임이나 하고 키 높이 신발, 보정속옷 같은 인신공격으로 시간 때울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했다.
김 실장은 국민의힘이 건강한 보수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권성동 원내대표가 기자 손목을 끌어 쥐고 답을 피한 그 질문을 다시 던진다. 국민의힘은 도대체 무엇을 사과한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 실장은 "집권에 눈멀어 부적격자를 대통령으로 만든 잘못, 대통령에게 직언하지 못하고 체리따봉에 감읍한 책임, 헌정을 파괴한 대통령을 두둔하며 극우 세력을 키운 죄, 유권자가 준 표만큼의 의석도 못 챙기면서 선거법 개정에 번번이 반대했던 태만, 비전과 정책보다 반감과 공격으로 쉽게 이기려 한 욕심, 이 모든 것을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국민의힘 안팎에서 제기되는 이른바 '빅텐트론'에 대해 "탄핵 놓고도 사분오열"이라며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1일 "자유와 헌법에 동의한다면 누구라도 함께하겠다. 당을 떠났던 분, 다른 정당에 몸담았던 분, 과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22일 사설에서 "권 위원장은 ‘자유와 헌법’을 거론했지만 당장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드러나듯 계엄과 탄핵에 대한 내부 입장 정리도 못 한 채 티격태격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국민의힘은 헌재 선고 후에 ‘탄핵의 강’을 건너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 없이 ‘연대의 용기’ ‘빅텐트’ 운운해 봐야 도상 시나리오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 파면은 헌재가 전원일치로 결정했고, 국민 대다수가 수용한 일이다. 국민의힘은 공당으로서 사과와 단절이란 과제를 안고 있다"며 "하지만 8명의 후보는 중도층 유권자와 아스팔트 우파 사이에서 제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정치적 외연 확장을 선언했음에도 그 동력에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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