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때아닌 ‘한덕수 대망론’이 여의도를 강타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법률적 집사 역할을 하던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면서 선거 출마 의향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러한 흐름은 더 강화되고 있다.

10일 중앙일보는 한덕수 권한대행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출마 의향을 직접 물었다고 보도했다. ‘관련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이 출처로 되어 있는 이 ‘단독 보도’에서 한덕수 권한대행은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서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기사에서 ‘소식통’은 “특정 선택지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대화를 매끄럽게 이어나가는 수준에서 짧게 문답이 오갔다”고 부연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 (국무총리실=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 (국무총리실=연합뉴스)

양국 정상간 전화 통화의 내용은, 그것도 통화의 본 용건과 관계없는 인사치레에 가까운 내용은 극소수만 아는 사실일 것이다. 결국 이 보도는 한덕수 권한대행 본인 또는 측근으로부터 누설된 정보를 근간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전달 경로가 어떻든지 말이다. 더 심각한 것은 오후가 되면서 이 보도에 계속 살이 붙어갔다는 거다. 가령 MBN은 트럼프 대통령이 특사 파견을 언급했다고 보도했고(총리실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TV조선은 선거 출마 질문이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를 시작하자마자 나온 첫 질문이었다고 보도했다. 한덕수 권한대행 주변의 누군가가 취재에 확인을 해주면서 추가로 흘린 정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궁금한 건 이러한 행태의 의도가 뭐냐는 거다. 그렇잖아도 국민의힘 내 친윤 일부가 ‘한덕수 대망론’을 퍼뜨리는 상황이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한덕수 대망론’은 더 커졌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이렇게까지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그런데 거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에도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는 보도가 나왔으니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벌써 현역 의원 40여 명 정도가 ‘한덕수 대망론’에 몸을 실을 채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판이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본인이 외교, 통상, 경제, 선거 관리 등을 도맡고 있는 입장이라는 걸 이래저래 과시하고 싶어하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이런 ‘한덕수 대망론’에 대해서는 명확한 대응을 해야 한다. 그러나 11일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오히려 논란을 즐기는 듯한 태도이다.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런 일이 있으면 알려드리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의 이 기사에는 “한 권한대행이 보수 진영의 최종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보장만 되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라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코멘트도 나와있다. 동아일보는 국민의힘 경선 참여 여부에 대해서도 “한 권한대행이 당장 국민의힘 경선 참여를 선언하지 않더라도 추후 범보수 후보 단일화 방식으로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을 기사에 실어놨다.

무슨 생각들을 하는 것일까? 보수의 유력한 오피니언 리더 중 하나라고 할만한 조선일보의 양상훈 주필의 견해를 참고해보자. 그는 10일 칼럼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신승하는 시나리오에 대해 언급했다. 이 칼럼에 의하면 국민의힘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네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국민의힘 경선이 별 탈 없이 끝나고 진 후보가 경선 결과에 승복해 이긴 후보를 군말 없이 도와야 한다. 둘째, 윤석열 전 대통령이 쥐죽은듯 지내 ‘내란’·’계엄’ 과 같은 키워드를 국민의 뇌리에 떠오르게 해서는 안 된다. 셋째, 이준석 의원을 포함한 범보수 단일화가 필요하다. 넷째, 이재명 반대 구호만 반복해 결국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 주는 ‘이재명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양상훈 주필의 견해가 맞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가 주장한 네 가지 조건 중 지금 국민의힘 처지에 그나마 실현 가능한 것은 하나 정도에 불과한 것 같다. 범보수 단일화를 추진하는 게 그것인데, 한덕수 권한대행이 무소속 후보로 나온다면 범보수 단일화의 위력을 키우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더 나아가 한덕수 권한대행이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해 승리한다면 김문수, 한동훈, 오세훈, 홍준표 등 다른 후보들의 승복을 훨씬 매끄럽게 이끌어 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심판이 갑자기 경기에 뛰어드는 걸 곱게 볼 국민은 없다. 그래서 한덕수 권한대행 입장에선 대선 출마를 위해서는 ‘나는 일을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하게 됐다’는 핑계가 필요하다. 그 핑계는 더불어민주당의 탄핵소추가 만들어 줄 거라고 믿는 것 같다. 탄핵소추가 되기 전에 사표를 던지며 나라를 구할 방법은 이것뿐이라는 핑계를 대겠다는 거 아닌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완규 법제처장이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8일 이완규 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완규 법제처장이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8일 이완규 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서 한덕수식 배짱전략이 완성된다.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지 않으면 그는 권한대행의 권한을 부적절한 방식으로 계속 행사할 것이다. 세간에는 한덕수 권한대행이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을 넘어 국방부 행안부 장관 후보자 인사, 군 장성급 인사 등을 강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이미 나오고 있다. 대선을 인질로 잡고 위헌적 권력 행사를 밀어 붙이는 거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애매한 태도는 이를 위한 자기만의 ‘양수겸장’일 수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여러 선거공학은 나중 얘기고, 한덕수 권한대행의 행위가 위헌적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지적할 필요가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한덕수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위헌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보고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일당들은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공화국을 무너뜨리려다가 파면되었다. 그와 함께 정부를 운영하던 사람이라면 이 같은 사실에 반성하고 그 어느 때보다도 합헌적으로 정부를 운영하는데 힘을 써야 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오히려 위헌적 행위를 지속한다면 그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 ‘내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일각의 평가는 그래서 나오는 거다. 이 사실을 유권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하면서 설득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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