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가 여러 파장을 낳고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20일 공개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 해 여의도 정치를 다시 한 번 술렁이게 했다.

그런데 이 인터뷰에서 주목할 것은 이 대목뿐만이 아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이 인터뷰에서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서도 재협상이 가능하다고 했다. 또 미국이 과거에 한국을 도와줘 산업과 금융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면서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해 맞서 싸우지 않겠다고 했다. 이런 태도는 지금 상황에선 미국의 입장을 파악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실제 협상은 다음 정권에 넘기도록 하며, 경제와 안보는 명확히 분리한다는 정부 방침과 맞지 않는 것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덕수 권한대행의 인식과 행보는 대다수의 전문가들의 주장과 제안과도 맞지 않는다. 가령 장하준 영국 런던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5일 공개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에 대해 “지금은 먼저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왜 그런 상황에서 나서서 ‘우리와 얘기 잘 해봅시다’ 하는가”, “현직 대통령의 탄핵으로 권력 공백 상태인 점을 설명하면 되지 않나”라고 했다.

장하준 교수뿐만이 아니라 언론 지상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경제 통상 전문가들이 같은 얘기를 한다. 그렇잖아도 트럼프 행정부는 무리한 관세 전쟁의 대가로 정치적 경제적 혼란을 겪고 있다. 어떤 시각으로 봐도 시간을 끄는 게 유리하다. 일본과 장관급 협상을 하던 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난입해 안보 비용을 테이블에 반강제로 올리도록 한 걸 봐도 그렇다. 최소한 일본과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보고 나서 움직여도 늦지 않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한덕수 권한대행의 발언은 의문이다.

물론 한덕수 권한대행의 메시지가 전략적 차원의 것일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가 워낙 이례적인 상황에선 이쪽도 언론 대응을 전략적으로 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겨레 22일 보도를 보면 “이번 외신 인터뷰의 경우 한-미 경제·통상 협의의 당사자인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과도 사전 메시지·일정 조율 등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돼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 보도에서 “본인의 생각이라는데 우리가 뭐라 하겠나”고 했다고 한다.

상호관세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상호관세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 차원의 전략조차도 아니라면 뭘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한덕수 대망론’과 엮어서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된다. 조선일보의 이날 보도를 보면 한덕수 권한대행의 ‘지인들’은 한덕수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을 높이며 연기를 피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지인들’은 “한 대행은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와 정부 공직자 줄탄핵 등을 전면에서 경험한 사람”, “‘민주당 정권’의 등장은 대한민국 발전의 관점에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대행은 대선에 도전할 경우 닥칠 수 있는 난관을 피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단계”와 같은 말들을 전하고 있다.

여러 차례 지적했듯 한덕수 권한대행의 출마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출마를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에 속한다. 다만 나랏일을 출마 명분으로 사고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앞서 조선일보 기사에는 “한 대행이 2+2 통상 협의를 총리로서 마지막 소임으로 생각하고 상당한 의지와 기대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등장으로 한국이 직면한 글로벌 통상 전쟁 협상의 첫 단추를 끼우는 걸 마지막으로 한 대행이 이달 말쯤 사임하고 대선 도전 모색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정치권의 해설이 등장한다. 국익이 걸린 협상을 대선 출마 명분을 위한 소재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앞서 강조했듯 지금 전문가들은 협상을 최대한 미룰 때에 국익을 관철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러나 한덕수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명분을 위해서는 조기 협상이 마무리 되어야 한다. 그렇다는 것은 한덕수 권한대행 개인의 이익과 국익이 충돌한다는 뜻이 된다. 개인의 이익과 국익이 충돌할 때, ‘대통령 권한대행’은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여기서 개인의 이익을 선택한다면, 그 사람을 역사는 ‘기회주의자’로 평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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