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김민하 칼럼]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었다. 바로 직전까지 후보를 끌어내리려던 사람들이, 바로 그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외치는 국민의힘 풍경은 기괴하다. 문학적 영감마저 불러 일으키는 지경이다.
국민의힘 내 친윤 주류가 김문수 후보를 한덕수 전 총리로 강제로 교체하려고 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 정치적 효과 등은 둘째 치더라도 절차가 일반적이지 않아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걸로 보였기 때문이다. 당원이 직접 참가하는 경선에서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1등을 한 후보를 일방적 후보 자격 취소와 날치기 재선출 절차로 바꾸려 하다니? 어느 네티즌은 주장했다. ‘이것은 세계 최초로 경선 참가자가 전원 탈락한 사건이다.’

직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후보 등록 기간 전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압도적인 찬성 응답을 했던 당원들의 여론이 한순간에 뒤집힌 것도 당연하다. 한덕수 전 총리로의 후보 교체 안건이 당원 찬반 투표 결과 부결된 것은 누군가의 표현대로 정치에서 가장 무서운 게 ‘동정표’라는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한덕수 전 총리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되는 길이 좌절된 게 ‘동정표’의 효과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요인이 더 작용했다. 첫째는 한동훈 전 대표 등 이후 당권을 셈하는 세력의 친윤계를 겨냥한 반대 투표다. 둘째는 김문수를 무력화 하려는 시도에 반발한 ‘아스팔트 보수’의 결집이다. 앞의 ‘동정표’까지 더하면 이 세 가지 요인이 근소한 차이(당의 공식 설명)로 희비가 갈리는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경선에서 1등한 후보를 대신하기 위해 강제로 동원한 후보마저 당원 투표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진 것인데, 이 정도면 거의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비할 만한 결말이다. 물론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독자에게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주려는 미스터리 소설이고, 국민의힘에서 벌어진 일은 대선 이후 당권을 둘러싸고 벌이는 이전투구의 현실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김문수 후보가 극적으로 부활했다면 이후 국민의힘 대선 대응은 정상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김문수 후보는 자신을 제거하려 한 친윤 인사들에 선거 기구의 주요 직책을 맡겼다.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것은 첫쨰로 김문수 후보에게 당내 기반이 없고 주변에 사람도 없어 친윤 주류의 힘이 아니면 선거를 치르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둘째로 비록 당권을 염두에 둔 대선 대응의 방법에 대하여는 대립하였지만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나 윤석열의 탄핵에 대하여는 인식의 큰 차이가 없다는 점 또한 이러한 행보의 이유가 되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인사만으로는 변화나 혁신의 의지 부족이 문제가 될 게 뻔했다. 여기서 등장한 게 김용태 의원의 비상대책위원장 기용이다. 한밤의 후보 교체 소동의 책임을 지고 직을 내려 놓은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의 후임으로 지명된 김용태 비대위원장 내정자는 비록 윤석열 탄핵에 대해서는 불분명한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당내에서는 비교적 소신파로 분류되어 왔다. 이 덕분에 조선일보 등의 보수언론은 김용태 비대위원장 내정자의 언행이나 행보 등을 중심으로 국민의힘이 선거를 앞두고 ‘변화의 몸부림’(조선일보)을 치고 있다는 등의 보도를 내놓기도 하였던 것이다.

그들의 주장대로, 김용태 비대위원장 내정자 정도라도 유효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조차 될지 의문이라는 게 문제다. 김용태 비대위원장 내정자는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와 윤석열 탄핵에 대해 사과하고 윤석열 부부에 대해 선을 긋고 가야 한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이에 발맞춘 것인지 김문수 후보는 12일 채널A 인터뷰에서 “진심으로 계엄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보수언론은 이 발언을 김문수 후보의 불법적 계엄 선포 사태에 대한 첫 사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한겨레의 12일 보도를 보면 과연 그런 것인지 의문이다. 한겨레는 “계엄 자체보다는 (계엄 이후 초래된) 국민 불편에 사과의 방점이 있다”는 선대위 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했다. 계엄 자체에 대한 사과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첫 사과라고 표현하는 건 양날의 검”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불법적 계엄 선포를 인정하고 이에 사과를 하게 되면 지지층이 분열하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한 상황 인식으로 과연 보수언론이 기대하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오히려 김문수 후보 본인의 과격한 막말과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인사들의 독특한 세계관 및 이를 반영한 발언들이 화제에 오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앞서 강제적 후보 교체 사건과 함께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국민의힘을 ‘비정상적 정치 세력’으로 인식되도록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선거는 치러보나 마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을 가리켜 늘 ‘독재’라고 하는데, 상대가 ‘독재’를 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 견제를 제대로 잘하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상대를 ‘독재’나 다름없는 환경으로 질주하도록 만드는 것은 본인들 스스로가 패망하고 있다는 사실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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