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무회의에서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추천 몫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은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자동 연장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법 개정안이 위헌이라는 취지에서다.

법 개정안에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 얘기를 하려면 애초에 문제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를 짚지 않으면 안 된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는 현상유지적 권한을 소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는 게 대다수 헌법학계의 입장이다.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은 임명해야 하고,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추천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입을 모아 하는 지적하는 바였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런데 한덕수 권한대행은 정확히 이와 반대되는 선택을 했다. 물론 한덕수 권한대행이 항변하듯 대통령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가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거기엔 이유가 있다. 따로 법적으로 규정을 두지 않더라도 상식에 기반해 제도적인 자제를 하라는 취지다. 권한대행은 말 그대로 권한대행일 뿐이다. 권한대행이 무엇을 할 수 있고 없는지까지 규정하는 것은 낭비다.

그러나 한덕수 권한대행의 선택은 제도적 자제를 의도적으로 거부한다고밖에 볼 수 없는 것이었다. 특히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자제가 아니라 폭주이자 싸움을 거는 것에 가까운 행위다. 국회의 법 개정안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가 황당한 것은 이 맥락 때문이다. 본인이 촉발한 사태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이라도 지는 모습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한덕수 권한대행이 노골적인 대선 행보를 하고 있다는 것은 애초에 문제를 해결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드러낸다. 보도에 의하면 한덕수 권한대행의 정치인 출신 측근은 이미 사직서를 내고 대선 관련 활동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총리실 정무직 공무원들도 순차적으로 사표를 내고 캠프에 합류한다고 한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현직 국무총리가 뒤에서 출마 준비를 하는 상태로 앞에서는 헌법 운운하면서 대선에 영향을 미칠만한 행동으로 일관하는 것은 황당한 처신이다.

보도에 따르면 한덕수 권한대행은 5월 1일 사임, 2일 대선 출마 선언이 유력하다고 한다. 애초에는 30일 사임 가능성이 높았으나 존 팰런 미 해군부 장관이 방한해 조선 협력을 논의할 필요가 있어 일정을 늦췄다는 것이다. 조선 협력은 한미 간 관세협상과 관련된 이슈다. 이런 식이면 한덕수 권한대행은 한미간 관세협상도 출마 명분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미 해군부 장관과 사진 한 장이라도 남기고 뭔가 업적을 주장하겠다는 취지 아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6일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다산정약용함을 살펴보고 초계함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6일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다산정약용함을 살펴보고 초계함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실제 한덕수 권한대행은 29일 국무회의에서 한미 간 2+2 고위급 통상 협의에 대해 “그간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한미 간 현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고 주장하려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번 협의를 통해 애초에 논의 대상이 아니었던 통화 정책이 새롭게 테이블에 올랐다. 이는 7월에 결론이 내려질 사안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새 정부에 부담을 떠넘길 만한 사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이의 반대 급부로 당장 생색을 낼만한 성과를 도출해 낸 후 그걸 명분으로 출마를 주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보도에 따르면 한덕수 권한대행은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하고 ‘반 이재명 빅텐트’를 만들기 위해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집권을 반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의 대안이 불법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도자를 옹호하거나 그와 제대로 선을 긋지도 못하는 구 집권 세력을 포함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누가 동의를 하겠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한덕수 권한대행은 다른 국민의힘 후보들과 비교해 특별히 확장력 있는 결과를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일반 유권자들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개헌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임기 단축을 약속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고도 한다. 이는 87년 체제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정치의 문을 열겠다는 문제의식을 과시하려는 목적일 것이다. 그러나 앞서 논한 바를 종합하면 한덕수 권한대행은 그 누구보다도 구태에 가까운 방식으로 자신의 대선 출마 논리를 만들고 있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건가? 주변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는 보도도 나오지만, 결말은 이미 뻔한 듯하니 이제라도 그만두는 게 어떤가 권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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