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범죄 혐의가 있다면 검찰이 수사하고 기소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검찰이 설명한 내용을 보면 과연 수사가 엄밀하게 이뤄진 것인지, 법리가 제대로 적용된 것인지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 적잖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뇌물죄다. 이상직 전 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직과 총선 출마를 노리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사위인 서모씨를 자신이 실소유주인 회사에 채용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이익을 줬다는 것이다.
여기서 쟁점이 될 만한 것은 사위가 받은 돈이 뇌물이 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제3자가 받은 돈은 일반적으로 제3자 뇌물죄 적용부터 생각해보는 게 상식적이다. 그런데 제3죄 뇌물은 직무연관성, 대가성에 더해 부정한 청탁의 존재가 증명되어야 한다. 이상직 전 의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중진공 이사장이나 공천과 관련한 청탁을 했다고 검찰이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검찰의 공소사실이 보도된 내용을 보면 그러한 증거나 진술은 확보되지 않았던 걸로 보인다. 따라서 검찰은 제3자 뇌물 적용은 포기하고 좀 더 입증이 쉬운 뇌물죄 적용으로 방향을 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뇌물의 경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받았다면 유죄 인정 가능성이 좀 더 컸을 것이다. 하지만 사위가 받았으므로 문제가 복잡해진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를 들고 있다. 삼성의 정유라 말 지원 사례에 대해 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인정한 사례다. 이때 국정농단 특검의 논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 씨가 뇌물죄의 공동정범 관계라는 것이다. 실제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다혜 씨, 서모 씨를 공범 관계로 간주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다혜 씨와 서모 씨는 기소 대상에서 제외(기소유예)했다. 검찰은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이런 저런 움직임을 정황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다혜 씨, 서모 씨 간의 공모 관계를 정확히 뒷받침 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러니 이러한 내용의 기소를 이 시점에 강행한 것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결국 정치적 맥락이 있는 거 아니냐는 거다. 이와 관련해선 두 가지 가능성을 제기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또 ‘문재인 정권 탓’의 맥락이다. 최근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권 당시의 문제를 상기하는 기사를 1면에 적극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감사원이 발표한 부동산 및 소득 통계 조작 의혹과 9.19 군사합의 당시 GP 불능화에 대한 허위 보고 의혹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이슈 파이팅은 ‘반 이재명 캠페인’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읽힌다. 그동안 보수세력은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재명 전 대표를 겨냥한 파상공세를 펴왔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법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파면 당하고, 지난 3월 선거법 위반 사건 2심에서 무죄 선고가 나오면서 이재명 전 대표는 그간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중도적 영역으로 지지세를 넓혀가는 데 성공하고 있다. 더 이상 사법리스크나 리더십에 관련한 공세로는 효과를 보지 못하는 국면이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국면에 문재인 정권 시기 논란을 다시 들춰 내거나 문재인 전 대통령과 관련한 문제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반문전선’을 다시 복원하는 방식으로 보수 유권자층을 결집시키려는 전략이 아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일보가 그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다소 의문이 남는 기소를 강행하였다면, 검찰 역시 같은 흐름에 올라탄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해볼 수 있는 대목이 생긴다는 거다.

둘째는 이 다음 수사 대상과 그게 미치는 정치적 영향에 대한 문제다. 문재인 전 대통령 기소는 결국 검찰의 칼 끝이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향하게 될 거라는 전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잖아도 최근 검찰의 태도는 심상찮다. 명태균 수사팀은 연일 김건희 소환 통보 관련 사실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 이른바 ‘건진법사’와 관련한 수많은 의혹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는 것도 검찰의 태도 변화를 전망해 볼 수 있는 중요 포인트다. 윤석열 부부를 향해 수사망이 좁혀 들어가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부부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된다는 것은 국민의힘의 대선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국민의힘 입장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선긋기 필요성이 더 강화될 것이다. 이른바 ‘찬탄파’의 입장에서 할 말이 더 많아지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검찰이 같은 검찰 출신인 ‘찬탄파’ 후보를 돕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까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보수의 전략가들이 검찰 수사로 인해 창출된 변수를 어떻게 활용하려고 들지는 분명해 보인다. 이런 식으로 검찰은 또다시 선거의 한복판으로 발을 들이민 것인데, 그냥 두고 볼 일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추후에라도 제대로 된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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