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주요 일간지들이 격화되고 있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단일화 갈등을 두고 대선이 아닌 대선 패배 이후를 염두에 둔 ‘당권과 공천권’ 밥그릇 싸움이라고 날을 세웠다.
8일 국민의힘 지도부는 11일 이전 단일화 성사를 위한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강행했다. 이날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전 총리는 2차 단일화 회동을 1시간가량 진행했으나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했다. 한 전 총리는 “(단일화를) 일주일 뒤에 하자는 건 하지 말자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김 후보는 “왜 뒤늦게 나타나 경선 다 거치고 돈을 내고 모든 절차를 다 거친 사람에게 청구서를 내미나”라고 맞받았다.

회동에 앞서 김 후보는 지도부를 향해 “한 전 총리를 꽃가마에 태우려는 대국민 사기극” “정당한 대선 후보를 끌어내리는 작업”이라고 비판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려는 한심한 모습”이라고 쏘아붙였다. 이날 김 후보는 ‘후보자 지위 확인’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대선을 앞두고 정당 안에서 후보와 지도부와의 법정 다툼이 벌어진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9일 주요 일간지들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단일화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동아일보는 사설 <“알량한 후보” “대국민 사기극”… 막장으로 치닫는 국힘 내홍>에서 “국민의힘 단일화 내전은 이제 파국으로 치닫는 양상”이라며 “여론조사에서 한 전 총리가 우세할 경우 이를 근거로 지도부가 후보 교체를 시도하면 가처분 소송 등 법적 싸움으로 이어질 게 뻔하고 사흘 남은 후보 등록 마감일까지 당 후보를 확정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정당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이런 광경은 당 지도부와 김 후보, 한 전 총리의 합작품”이라면서 “모두 각자의 정치적 유불리 계산에만 빠져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당권이든 공천권이든 챙길 수 있는 것부터 챙기고 보자는 심산이 아니라면 ‘2등을 위한 단일화’인지 ‘당 후보 축출’인지 알 수 없는 이런 막장 드라마가 나올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누가 최종 후보가 되느냐보다 중요한 건 보수의 대표 정당으로서 국민의힘을 어떻게 다시 세우느냐다. 지금 국민의힘은 눈을 부릅뜨고도 헛꿈에 사로잡혀 자멸의 벼랑으로 달려가는 몽유병 환자 같다”고 꼬집었다.
조선일보는 사설 <단일화 난장판, 대선 포기하고 당권 투쟁 하나>에서 “명분 있는 단일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국정 비전과 국민 통합 방안을 제시해도 역부족인 상황에서 오로지 정략과 치졸한 이익 계산뿐”이라면서 “국힘 안팎에선 ‘어차피 대선에선 이기기 힘드니 대선 후 당권을 장악하고 1년뒤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기 위한 암투에 들어간 듯하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친윤들이 한 전 총리를 앞세워 당권을 지키고 내년 지방선거와 3년 뒤 총선 공천권까지 쥐려 한다는 것”이라면서 “김 후보 측에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시장, 지사로 나가려는 사람이 모여들어 단일화를 막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경선에서 탈락한 주자들도 대선 선대위 참여를 피하면서 당원 모집 등을 통한 독자 세력화에 나서는 것도 당권과 지방선거 공천권 확보 때문이라고 하는데, 대선은 뒷전인 채 모두가 당권과 공천권에만 마음이 가 있는 듯하다”며 “한심하고 기막힌 일”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당과 후보 이전투구, 국민의힘 이러고도 표 달라 하나>에서 “결과가 어찌 되든 국민의힘의 마지막 카드였던 ‘아름다운 단일화’는 물 건너갔다.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내분의 후유증 때문에 일사불란한 선거운동은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일보는 “반이재명 빅텐트를 치겠다지만 이미 텐트가 찢어지고 있다”며 “대선은 포기했고, 차기 당권 때문에 작금의 분란이 벌어진다는 말까지 나온다. 헌신하겠다는 사람은 안 보이고 자기 밥그릇을 지키겠다는 사람들만 득실거린는데, 국민의힘은 과연 어디까지 추락하려고 이러는가”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국민의힘 단일화 자중지란, 대선 안중에나 있나>에서 “대선을 25일 앞두고 국민의힘이 선거 준비는 제쳐 두고 집안 싸움에 집중하는 것은 속내가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면서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 등이 걸려 있는 당권이 진짜 목적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사실이라면 대선 의미와 국민 참정권을 무시하는 일이거니와, 공당이 아닌 이권 카르텔을 자처하는 것”이라며 “이제라도 합리성을 갖고 단일화 쟁점을 정리해 대선다운 대선을 치르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친윤 ‘후보 교체’·김문수 ‘법적 분쟁’, 이런 단일화 왜 하나>에서 "당 주류인 친윤 뜻대로 안 된다고 이런 폭력적 방식을 동원하는 것은 정당민주주의를 형해화하는 일"이라며 "이런 친윤들에게 조기 대선 반성, 당 쇄신, 국정운영 비전을 바랄 수 있을지 고개 젓게 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더니, 당내 권력 쟁투에 매몰돼 당 지도부와 친윤계는 국민의힘이 보수정당으로서의 존재 가치가 사라지고 있음조차 망각하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강제 후보 교체’ 나선 국힘, 이러려면 경선은 왜 했나>에서 "단일화가 어떻게 결론 나든, 국민의힘은 이미 민심과 멀어지고 있다. 한덕수를 후보로 만든다 한들, 단일화의 상승효과는커녕 당 내분이 극심해진 상황에서 캠페인에 힘이 붙기 어렵다"면서 "오로지 당권 잡기에만 몰두하는 국민의힘이 걱정해야 할 것은 후보 단일화가 아니라, 민주정당으로서의 존립 여부"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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