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동아일보가 국민의힘이 ‘대선 차출론’이 거론되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선을 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15일 '21대 대선 경선 후보자' 등록 결과 총 11명이 신청했다고 밝혔다. 후보자는 강성현 전 국회의원 후보자,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김민숙 전 서영대 초빙교수,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양향자 전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정일권 전 민족통일촉진본부 홍보실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 등이다. 

한 대행은 대권을 염두에 둔 듯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 대행은 전날 광주광역시 기아오토랜드를 방문했다. 이후 광주 동구 대인시장에 있는 ‘해뜨는 식당’에 사비로 식재료를 구매하고, 손 편지를 전달했다. 한 대행은 편지에서 “어머님이 시작하신 1천원 백반 식당을 따님이 뒤를 이어 15년째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꼭 한번 뵙고 싶었는데 일정이 여의찮아 멀리서 감사 말씀만 전하고 간다"고 적었다. 한 대행은 국회 대정부질문에는 이틀 연속 불참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5일 기아 오토랜드 광주공장을 방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5일 기아 오토랜드 광주공장을 방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또 한 대행은 미국과의 통상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한 대행은 지난 14일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하루이틀 사이에 알래스카 LNG와 관련해 한·미 간 화상회의가 있을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해 해결점을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이 ‘노골적인 대선 행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차출론에 기대어 대선 놀음에 빠진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지금은 대권을 꿈꿀 때가 아니라 내란 공범으로서 책임을 질 때”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16일 사설 <“韓대행 경선 불출마”… 그걸 왜 국민의힘이 대신 확인해주나>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직접 한 총리의 당내 대선 경선 불출마 소식을 전한 것을 거론하며 “그간 한 대행 차출론이 급부상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경선에 불참하는 등 흥행에 적신호가 켜지자 당 지도부가 뒤늦게 나선 것이지만 그걸로 상황이 정리된 것은 아니다. 이제 관심은 당내 경선에서 누가 후보가 되든 이후 한 대행도 참여할지 모를 ‘제3지대 빅텐트’ 단일화 국면에 더욱 쏠리게 됐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동아일보는 “사실 한 대행 차출론은 그 현실화 가능성과는 무관하게 당 지도부도 은근히 바라던 시나리오”라면서 “불과 1주일 전 ‘한 대행이 후보로 적절하지 않겠느냐는 의원들이 많다’고 했던 사람이 권 원내대표고, 여기에다 한 대행의 모호한 처신은 더 큰 기대를 불렀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출마 안 한다’ 한마디면 될 텐데, 끝까지 저울질하겠다는 ‘안개 화법’”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정부 교체의 과도기 관리자로서 그에게 필요한 것은 철저한 중립과 조정 능력이지 권위적 자기주장이 아니다”라면서 “한 대행의 대미 협상 행보를 두고도 그의 정치적 야심과 연결 짓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을 방치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국민의힘이 한 대행과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한다면서 “그간 한 대행에 매달리다 대선 후보 경선마저 사실상 ‘1단계 예비후보 선출’로 격하시킨 터에 더는 미련을 버려야 한다.  한 대행도 국민의힘도 조기 대선의 원인을 제공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정을 꼼꼼히 챙기고 새롭게 보수정당을 재정립하는 데도 시간이 모자랄 때”라고 했다. 

국민의힘의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를 뽑는 경선에 나서는 후보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의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를 뽑는 경선에 나서는 후보들.(사진=연합뉴스)

한국일보는 사설 <한 대행만 바라보는 국민의힘 대선 레이스, 정상인가>에서 “친윤계의 ‘한덕수 추대설’이 퍼지면서 중도 확장력이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은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당원도 아닌 한 대행이 당 대선 레이스를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국민의힘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른바 ‘보수·중도 빅텐트’ 전력에 대해 “선거 흥행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당이 뽑은 후보를 들러리 취급함으로써 경선 의미를 스스로 축소하는 것”이라면서 “대선 관리 최고책임자인 한 대행을 대선후보로 영입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부적절한 것은 물론”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윤석열 대선 후보’ ‘한동훈 당대표’ 사례를 거론하며 “국민의힘은 선거 등 중대 고비 때 자생의 길을 찾기보다 외부 인사를 영입해 당 운명을 거는 일이 잦다. 결과는 대통령 탄핵과 정권 실패였으나 또다시 같은 길을 가려 한다. 인물이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자, 정당 존재 의미를 부인하는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국민의힘이 정권재창출에 성공하려면 뼈를 깎는 쇄신 노력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하지만 한 대행 차출에 목을 매는 모양새”라면서 “더구나 한 대행이 대선 레이스에 발을 들이면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은 불가능해진다. 대표 보수정당으로서 보다 멀리 내다보는 안목으로 합리적 판단을 하기 바란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예비후보가 14일 서울 강남구 퓨리오사AI에서 퓨리오사AI NPU칩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예비후보가 14일 서울 강남구 퓨리오사AI에서 퓨리오사AI NPU칩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은 ‘이재명 때리기’에만 나서고 있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들의 행보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 논설위원은 중앙일보 칼럼 <국힘 경선은 이재명 도우미 뽑기?>에서 지난 대선, 지도자 역량과 국가 비전도 없는 윤석열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비호감도가 높은 이재명 당시 대표 때문이었다고 평가했다. 

안 논설위원은 “속속 출마 선언 중인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에게서 윤석열 전 대통령 모습이 그대로 겹쳐 보인다”면서 “여전히 비호감이 큰 이재명 후보 때리기로 대통령 돼서 본인의 정치 경력에 화려한 종지부를 찍겠다는 사람만 가득해 보인다는 얘기”라고 부연했다. 

안 논설위원은 "12가지 죄목으로 재판받는 피고인 이재명 상대엔 가진 것 없고 깨끗한 김문수가 제격", "위험한 이재명 꺾고 대한민국 구할 유일한 필승 후보는 나경원", "피고인이자 화려한 전과자 이재명과 홍준표의 대결" 등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들의 출마 선언문을 나열했다. 

안 논설위원은 “자기 당 출신 대통령의 과오로 막대한 세금 들여 치러지는 대선의 예비 후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모두들 국민은 안중에 없고, 미래 비전 제시 없이, 반성조차 없는 3무 출마 선언”이라고 잘라 말했다. 안 논설위원은 “탄핵에 찬성한 한동훈 후보 역시 사과는 있지만 '이재명'을 8번이나 언급한 판박이 선언을 했다”고 덧붙였다. 

안 논설위원은 “지난 대선 국힘의 승리는 ‘뭘 해도 이재명보단 낫겠지’라며 최악 대신 차악 고르는 심정으로 투표한 국민이 많아 가능했다”면서 “윤 전 대통령이 그런 기대마저 꺾어놓은 터라 이젠 ‘누군 절대 안 된다’로는 안 통한다”고 했다. 안 논설위원은 “그런데도 국힘은 이 전략만 답습하고 있으니 참 딱하다”면서 “이대로라면 누가 국힘 대선 후보가 되든 결국 이재명 당선 도우미가 될 수밖에 없으니 하는 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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