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양당 지지층은 빠르게 결집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그렇다. 특히 대법원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상고심 판결이 양당 지지층 결집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 문제와 관련해 상대적으로 좀 더 긍정적인 판단을 해볼 입장에 있는 것은 국민의힘이다. 대법원 판결이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도록 해 ‘이번 선거는 해보나 마나’라고 판단하던 지지층을 재결집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은 데다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선출한 컨벤션 효과까지 더하는 시나리오를 상상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더불어민주당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당분간 사법부를 상대로 한 강경 투쟁 모드를 거둘 수 없다. 대법원을 믿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파기환송심마저 초고속으로 진행된다면 ‘사법부가 작정하고 이재명 후보의 피선거권을 대선 전에 상실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물론 대다수 법률가들은 사법부가 이재명 후보의 피선거권을 상실케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피선거권 상실을 위해서는 대법원이 6월 3일 대선일 전에 확정판결을 내놓아야 하는데, 형사소송법상 보장되는 상고 제기 기간 7일과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 20일, 총 27일의 기간을 합치면 이미 대선일 이후로 기간이 넘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대법원이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 20일을 보장하지 않고 판결을 내릴 경우를 우려한다. 이는 물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대법원이 그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을 실제로 실행하면 어쩔 것인가? 이러한 불법에 가까운 일을 바로잡는 것은 사후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그 과정은 이미 대선이 끝난 이후에 진행될 것이다. 대법원이 일을 벌이는 순간 이를 바로잡을 시간적 여유도 없이 대선이 치러지고 만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관 탄핵 카드를 만지작 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미 ‘줄탄핵’ 프레임을 윤석열 정권 사람들과 국민의힘이 형성해 놓은 상황에서 법관 탄핵 주장은 그 자체로 정치적 손해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이재명 후보에 대한 재판은 대응을 어떻게 하든 간에 정치적 동력의 상실로 이어진다. 물론 사법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 때문에 선거전이 불리해질 것이 뻔하니 지지층은 더욱 똘똘 뭉칠 수밖에 없지만, 어찌됐든 이런 상황은 국민의힘으로서는 반전을 모색하기에는 충분한 조건으로 보일 수 있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이런 틈새를 파고 들어 기회를 살릴만한 역량도 없고 그럴 조건에 놓여 있지도 못한 것 같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권의 여러 만행에 대한 명확한 자기 평가도 없이 불법적 계엄 선포를 사실상 옹호하는 스탠스를 유지한 채로 대선후보로 ‘반탄파’인 김문수 후보를 선출했다. 김문수 후보는 친윤계가 중심이 된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 구상에 적극 호응하며 경선에서 ‘찬탄파’ 한동훈 후보를 눌렀다. 그러나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정작 대선후보가 된 김문수 후보가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소극적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의힘은 급격히 분열로 치닫고 있다.

한덕수 단일화론에 대한 셈법은 이렇다. 먼저 한덕수 전 총리가 무소속 후보로 등록한다. 후보등록일 전에 단일화를 이루고 입당을 한 후에 후보등록을 하면 ‘기호 2번 국민의힘 대선 후보 한덕수’로 선거에 대응할 수 있다. 국민의힘의 조직과 자금도 쓸 수 있다. 그러나 후보등록 후에 단일화가 이뤄지게 되면 ‘기호 2번’은 쓸 수 없게 된다. 경우에 따라선 국민의힘의 조직과 자금도 동원할 수 없게 된다.
한덕수 전 총리가 무소속으로 선거에 임하게 되면 자금의 압박이 심각해질 것이다. 김문수 후보 측은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김문수 후보 입장에선 단일화를 하더라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지금 단일화에 응하면 한덕수 전 총리에게 후보직을 갖다 바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간을 끌다가 투표용지 인쇄 전에만 단일화를 하면 문제가 없다는 계산이다. 거기까지 이르는 길에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한덕수 전 총리가 먼저 무너지면 더욱 좋다.
이렇게 해서 범보수 세력이 대선을 이길 수 있느냐에 대해선 그 누구도 그렇다고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애초에 뻔한 판을 만든 당 지도부와 친윤계의 안이한 접근을 탓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선거를 아무런 반성 없이 꼼수로만 치르려던 대가이다. 단일화 성사 여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런 식이라면 단일화가 이뤄져도 시너지 효과는 충분치 않을 거라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미 국민의힘 경선에서 진 주자들의 협력도 충분히 기대하기는 어려운 판국이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사법 쿠데타니 뭐니 하는 평가도 있지만 구 집권 세력이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고 이런 식의 대응만 하기 때문에, 결국 상황은 순리대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일희일비 하거나 조급할 필요가 없다. 대응해야 할 것에 정확히 대응하면서도 유권자들에게 바람직한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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