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빅텐트’에 이어 이제 급기야 ‘제3지대’론까지 나오고 있다. ‘제3지대’라고 하지만 결국 국민의힘 경선이 불러온 나비효과에 불과하다. 과연 ‘제3지대’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대상인지도 모르겠지만, 그 실현 가능성에도 상당한 의문이 제기된다.
15일 언론은 ‘반명 빅텐트’라는 이름의 구상을 일제히 보도했다. ‘빅텐트’라는 말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14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거론하면서 나왔다. 홍준표 전 시장은 “(국민의힘) 경선에서 승리한 분이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빅텐트를 만들어야 이재명 정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빅텐트’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여의도 정치권은 누가 여기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인지, 그 효과는 얼마나 될 것인지를 셈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빅텐트’가 아니라 아예 ‘제3지대’란 용어를 쓰는 경우도 있다. 가령 중앙일보가 15일 1면에 보도한 내용을 보면, 양당에서 대권주자가 경선에서 이탈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제3지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돼 있다. 여기서 ‘제3지대’란 용어를 굳이 쓰는 이유는 뿌리가 보수정당이 아닌 인사도 이 빅텐트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그게 ‘빅텐트’든 ‘제3지대’든 무슨 명분으로 누가 어디까지 참여하는 것인가?

먼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14일도 애매한 태도로 일관했다.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함께 저에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고 하면서도 출마설에 명확히 선을 긋지 않은 것이다. 이날 한덕수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와 경제안보전략TF 회의를 연달아 주재했는데, 이 때문에 같은 날 있었던 국회 대정부질문에 사전 협의 없이 불출석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기록으로 확인되는 한, 국무총리든 권한대행이든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라고 했다.
TF 회의가 매우 긴급하고 급박하게 진행되었다면 이해할 여지가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15일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이날 회의에선 정작 구체적인 협상 전략이나 미국으로부터 확보한 정보가 공유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회의 참석자가 “원론 수준의 이야기만 오갔다. 토론도 없었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부러 대정부질문 자리를 피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전략적 모호성(?)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라면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한덕수 권한대행이 일정 시점 이후 사퇴해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하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공간에서 국민의힘 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와 단일화 협상이 이뤄지는 시나리오를 여전히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경선 중도 사퇴도 이러한 가능성의 존재 때문에 당내 동력이 상실된 영향이 큰 걸로 판단된다.
그런데 단지 국민의힘 후보와 한덕수 권한대행 간 단일화 문제라면 ‘빅텐트’나 ‘제3지대’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서 더 볼 것은 국민의힘 경선 불참을 선언한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다. 유승민 전 의원은 국민의힘 경선에 ‘역선택 방지 조항’이 포함되고 최종 경선이 당원 투표 50%, 일반 여론 50% 방식으로 치러지게 된 것에 반발하면서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서는 경쟁력이 없지만,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공간을 넓히면 무시하기 어려운 지지를 확보할 잠재력을 갖춘 주자로 평가 받는다. 그렇다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는 것일까? 중앙일보는 15일 유승민 전 의원이 무소속 또는 ‘제3지대’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심이 확실하게 선 것은 아니다. 백지상태에서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무소속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의 이날 기사 내용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이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불출마한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과 제3지대 구축을 두고 최근까지 물밑 조율을 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다만 양측 공히 '아직은 무르익지 않았다'는 입장이라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있는 새미래민주당이나 단일화 등에 대해 일단 부정적 입장을 밝힌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논의 참여 가능성도 내다볼 수 있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언론이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전 의원이 경선 불참 이후 행보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그래서다. 중앙일보는 “김 전 의원 또한 무소속 출마 또는 제3지대 출마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한다”고 보도했고 한국일보도 “경선 거부를 선언한 김두관 전 의원, 김부겸 전 총리와 지난 총선 때부터 반명 선봉에 선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의 제3지대 합류 가능성이 거론된다”고 했다. 다만 동아일보는 “김 전 의원 측은 제3지대행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고 했다.
언론인 이질적인 이들을 하나로 묶는 고리는 ‘개헌’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반(反)이재명에 동의하는 정치 세력이 뭉쳐서 개헌 연정·연대를 구성하기를 제안한다”고 발언한 게 근거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대로면 이들의 구상은 개헌을 실제 성사시키려는 의도보다는 정치공학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말겠다는 것에 가깝다. 그런 차원에서의 논의는 애초의 정치공학적 의도마저도 성공시키기 어려웠다는 게 지난 과정에서의 교훈이다.
무엇보다도 한덕수 권한대행이 외교 통상 경제 선거관리 등을 맡다가 갑자기 사퇴하고 출마를 선언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가 의문이다. 이러한 행태를 유권자들이 ‘이재명 집권을 막아야 하니 별 수 없다’고 하면서 넘기겠는가? 한덕수 권한대행은 바람 빠진 풍선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이 그걸 모를까? 지금이야 ‘빅텐트’니 뭐니 하지만 결국 자기 중심으로 상황이 반전되기를 원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한덕수 권한대행 등을 자신을 위한 영양제처럼 쓰겠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결국 이러한 구상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것이다. 쓴 맛을 보기 전까지는 누구에게나 그럴듯한 계획이 있는 법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런 헛된 정치공학적 셈법 때문에 오히려 보수 혁신의 기회만 놓치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행보 배경에 ‘윤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괜히 피어오르고 있는 게 아니다. 정신을 차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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