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동아일보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갑작스러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대해 “정치권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 관련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차출론’ 등과 맞물려 온갖 억측마저 나오고 있다. 한 대행의 모순적 행보가 혼란스러운 정국을 더 어지럽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대행과의 통화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물어봤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8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8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동아일보는 10일 사설 <헌법재판관 ‘임명’조차 거부하던 韓대행은 왜 표변했을까>에서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를 넘어선 것이란 논란이 뻔한데도 한 대행이 대체 왜 이런 인사를 불쑥 강행했는지를 둘러싼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행은 지난 8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특히 한 대행이 ‘윤석열 방패’로 불리는 이완규 처장을 지명한 것을 두고 파문이 일고 있다. 이완규 처장은 ‘내란 방조’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삼청동 안가회동’과 관련해 한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또 이완규 처장은 재판관 지명 하루 전 인사검증 동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돼 ‘졸속 검증’ 비판까지 더해졌다.

동아일보는 “‘대통령 고유 권한’ 운운하며 형식적 ‘임명권’조차 행사하지 않았던 한 대행이 이제 와서 실질적 인사권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 몫 재판관에 대한 ‘지명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행은 국회 표결을 거친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을 거부하면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관 불임명'은 그의 탄핵소추 사유가 됐다. 헌재는 한 대행의 탄핵을 기각하면서도 국회 몫 재판관 임명 거부는 ‘헌법상 구체적 작위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행은 직무복귀 이후에도 마은혁 재판관 임명을 거부해 왔다. 

동아일보는 “대체 무슨 곡절이 있길래 한 대행이 지명권을 행사했는지, 그것도 논란이 큰 인물을 지명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에선 ‘윤 전 대통령 관련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차출론’ 등과 맞물려 온갖 억측마저 나오고 있다. 한 대행의 모순적 행보가 혼란스러운 정국을 더 어지럽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일 경북 영덕군 노물리 산불피해 현장에서 주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일 경북 영덕군 노물리 산불피해 현장에서 주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 ‘한덕수 차출론’을 띄우는 것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 총리에게 직접 대선 출마 의사를 물어봤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중앙일보 [단독] <트럼프 "대선 나갈 건가"…한덕수에 직접 물었다> 보도에 따르면 한 소식통은 중앙일보에 “트럼프가 통화 중 한 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물었다”고 전했다. 한 대행은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서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중앙일보 기사 <"현역 10여명이 돕겠다"…보수서 퍼지는 '한덕수 차출론'>에 따르면 국민의힘 몇몇 지도부 인사가 직·간접적으로 한 대행의 출마 의사를 타진했다. 박덕흠·박수영 의원 등도 한 대행 차출론자라고 한다. 중앙일보는 “이들은 경선 참여를 원하는 당 지도부와 달리, 한 대행이 공직자 사퇴 시한인 5월 4일 이전까지만 사퇴한다면 대선 출마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한 대행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국민의힘에서 선출된 후보와 ‘반(反) 이재명’을 기치로 단일화를 하면 흥행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한 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이 위헌적 행태라며 재탄핵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한겨레는 같은 날 사설 <이완규 철회 않으면, 한덕수 탄핵할 수밖에 없다>에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에게 주어지는 권한을 시한부 권한대행이 행사한 것부터 월권이고 위헌적 행태다. 게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내란 방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완규 법제처장을 지명해 ‘내란 알박기’ 논란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완규 법제처장이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완규 법제처장이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겨레는 “내란을 저지른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되자마자, 그 대통령의 최측근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하는 것을 어떤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나”라면서 “오랫동안 나라의 녹을 먹으며 공복으로 일해왔던 그가 공직의 마지막에 이렇게 국민을 배신해도 되는 건가. 도대체 무엇이 아쉬워 윤석열의 조력자가 되어 길이길이 역사에 오명을 남기려 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한겨레는 이완규 처장의 지명자 사퇴 거부 입장에 대해 “12·3 내란 이후에도 윤 전 대통령을 적극 비호했던 그가 ‘헌법 질서’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국민을 우롱하는 행태”라면서 지적하고 한 권한대행에 대해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라. 계속 거부한다면 ‘내란 동조자’로 또다시 탄핵당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헌법 위’ 헌재 인사하고 버티는 한덕수, 또 탄핵하란 건가>에서 “특히 이완규 처장 지명은 절차 위법 논란도 넘어섰다”면서 “내란 수사선상에 있는 그가 헌법을 최종 해석하는 재판관이 되는 것 자체가 헌재와 민주주의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향신문은 한 대행을 향해 “역대 권한대행 누구도 헌법기관의 대통령 몫 인사는 하지 않은 전례를 깨고, 왜 대통령 권한을 적극 행사하기로 맘을 바꿨는가. 마 후보자 임명을 유보하면서 한 대행은 ‘여야 합의’를 조건으로 제시했는데 이번엔 어떤 여야 합의가 있었는가”라면서 “앞뒤 안 맞는 이런 알박기 인사가 내란 청산을 지체시키고 국론 분열을 격화한다는 걸 한 대행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귀를 닫고 버티며 요지부동하는 이유가 뭔지 묻게 된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한 대행은 자격도 염치도 없고 위헌적인 이번 헌법재판관 지명을 사죄하고 즉각 철회해야 한다. 끝까지 민심과 엇가면, 한 대행은 ‘내란 대행’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고 또 한번의 탄핵소추 화살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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