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주요 보수언론을 대표하는 기자들이 보수 절멸을 우려하며 국민의힘에 '윤석열과의 관계 단절'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조기대선을 앞둔 국민의힘과 정부는 '윤석열의 강'을 건너지 못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 중 대통령 윤석열 탄핵에 찬성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출마선언문을 윤석열 정부 정책 계승 의지와 이 대표 비판으로 채웠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윤석열의 방패'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해 '내란 경각심'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씨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씨 (사진=연합뉴스)

11일 동아일보 이기홍 대기자는 칼럼 <보수 회생하려면 尹 축출하고 김건희 사법처리 선도해야>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도요토미 히데요시, 윤 전 대통령을 원균에 빗대며 국민의힘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 대기자는 "원균이 아무리 이순신을 모함하고 형편없는 지휘로 아군에 손실을 끼쳤어도, 백성들은 왜군과 전투가 벌어지면 그래도 원균의 승리를 기원한다. 여론조사들에서 탄핵에 반대한 30~45%도 그런 심정이었을 뿐"이라며 "윤 전 대통령은 건국 이래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진영에 가장 큰 폐해를 끼친 보수 정치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원균이 침몰시킨 건 아군 전선(戰船) 수십 척이지만, 윤석열은 보수 정권 자체를 침몰시켰다"고 했다. 

이 대기자는 "이재명의 죄과가 더 큰데 왜 윤석열을 비판하느냐는 일부의 항변은 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놔두고 원균을 비판하느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도요토미는 격퇴의 대상이지, 찬반 지지 여부를 논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대기자는 김건희 씨가 온갖 스캔들과 국정 개입으로 야당에 국회 192석을 '헌납'하고, 윤 전 대통령은 계엄령으로 정권을 반납하고도 반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기자가 전한 최근 김건희 씨의 발언은 "밖의(거리 시위의) 저 많은 사람들이 다 우리 편인데 뭐 기죽을 게 있느냐"이다. 

이 대기자는 "더 한심스러운 것은 아직도 부스러기 몇 조각 얻어먹으려고 윤 주변을 기웃대는 국힘 지도부와 중진 정치인들"이라며 "그런 행태가 이어지면 국힘은 대선 승리는커녕 영원히 역사에서 윤석열 부부와 똑같이 취급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기자는 국민의힘에 ▲김건희 특검법 발의 후 주도적 처리 ▲윤석열 제명 ▲'윤석열 부부 사면 없다' 선제적 약속 등을 하라고 제언했다. 이 대기자는 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정치적 영향을 행사하려는 시도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0일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칼럼 <국힘, 50만표 이기거나 500만표 지거나>에서 국민의힘이 대선 승부를 해볼 만한 상황으로 바꿀 수 있는 4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내부 경선 승리 후보를 다른 주자들이 성심껏 도울 것 ▲윤 전 대통령 개입 차단 ▲보수 후보 단일화(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의 통합) ▲'이재명 함정'(이재명 대 반이재명) 선거전략 탈피 등이다. 

양 주필은 "국힘 내부 경선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나 외부 세력이 개입해 ‘계엄과 탄핵’이라는 과거가 다시 이슈화된다면 대선 승리 가능성은 거의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며 "국힘은 보수층만의 표로는 이길 수 없고 최대한 중도층 표를 끌어와야 하는데, ‘계엄과 탄핵’을 다시 등장시키면 중도층의 혐오만 사게 된다"고 했다. 양 주필은 국민의힘의 한 정치인이 "지금 당내에서 일부 의원이 윤이 지목한 사람이 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는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권성동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권성동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단절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을 대선 때까지 출당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21대 대선일까지 회의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징계논의를 보류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7일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 옹호 논란을 빚은 '쌍권'(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지도부를 박수로 재신임했다. 국민의힘 주류 의원들 사이에서는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김상욱 의원에 대한 비난이 터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의 선거 전략은 '반이재명'으로 압축된다. 11일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후보가 출마 선언 때 국가 비전으로 제시한 'K민주주의'에 대해 "킬(Kill) 민주주의"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야당 대표라는 지위만으로 이렇게 헌정을 파괴하는데 어떻게 대한민국을 논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 후보)본인이 말한 'K민주주의'에서 'K'는 KOREA가 아니라 KILL"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여론조사상에서 국민의힘 대선주자 4강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으로 좁혀진다. 10일 확정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룰은 1차 4인 압축(국민여론조사 100%), 2차 2인 압축(당원 50%-국민 50%), 3차 양자대결(당원 50%-국민 50%)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분수대 앞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분수대 앞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4강 중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인물은 한 전 대표가 유일하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10일 대선에 출마하면서 윤석열 정부 정책 일부를 계승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가 집권하게 된다면 '괴물정권'이 탄생해 나라를 망친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모든 정책들이 저평가받아서는 안 된다. 추진하려던 좋은 정책들은 더 발전시킬 것"이라며 "영웅에 대한 예우와 자유진영의 협력 외교를 강화한 것은 큰 성과다. 원전 생태계를 복원해 에너지 산업 발전을 본 궤도에 올린 것도 대단한 성과"라고 했다. 한 전 대표는 기회가 되면 윤 전 대통령에게 "연락드리겠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보면 사실상 탄핵된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라며 "이런 결정적 시기에 위험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괴물정권이 탄생해 나라를 망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조기대선을 "단순한 선거가 아닌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대통령 궐위 상태에 놓인 정부는 '내란 연장'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8일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한 대행은 지난해 12월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해야 한다"며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을 임명하지 않았다. 후보자들의 부적절한 이력도 논란이다. '윤석열의 방패'로 불리는 이 처장은 내란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다. 함 판사는 2017년 2400원을 횡령한 버스 기사를 해고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항소심 재판장이었다. 

지난 10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충재 전 한국일보 주필은 '이충재의 인사이트' 칼럼 <'압도적' 정권교체가 중요하다>에서 "윤석열은 팔짝 뛰겠지만, 윤석열이 보수정치의 'X맨'으로 불리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며 "한 대행의 윤석열 최측근 헌법재판관 지명에 윤석열 의중이 담겨 있다는 걸 모를 사람은 없다. 덕분에 윤석열 파면으로 주춤거릴 뻔했던 내란 경각심이 다시 불붙었다"고 진단했다. 

이 전 주필은 "탄핵정국 내내 윤석열을 옹위하다 재빠르게 태세 전환을 하려던 국민의힘은 된서리를 맞았다. '처삼촌 뫼에 벌초하듯' 단 하루의 애도를 끝내고 조기 대선에 올라타려다 또다시 윤석열에게 덜미를 잡힌 셈"이라며 "비상계엄 자폭으로 안 해도 될 대선을 만든 것만으로도 억장이 무너질 판인데, 내란을 다시 한복판에 끌고 왔으니 한숨이 나올 만도 할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대선을 '반이재명' 프레임으로 임기응변하려던 구상도 어그러졌다"고 했다. 

이 전 주필은 윤 전 대통령의 국민의힘 대선 간섭은 지속될 것이고, 그럴수록 이 후보는 '손 안대고 코푸는 격'이라며 문제는 오히려 대선 이후라고 했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보수·극우진영의 공세, 윤석열 정권이 망쳐놓은 법과 제도, '알박기' 인사들의 퇴행적 정책시행, 보수로 기울어진 언론지형 등의 난제들이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이 전 주필은 "난마처럼 얽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는 압도적 정권교체다. 대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해야 안정적인 나라 운영을 기약할 수 있고, 제대로 된 사회대개혁을 추진할 동력이 생긴다"며 "윤석열의 비극은 대선에서 불과 0.73% 차이로 이긴 데서 잉태했다"고 짚었다. 이 전 주필은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한 세력을 하나로 묶을 수 있어야 한다.(중략)극우세력을 제외한 모든 헌정수호 세력이 힘을 합칠 수 있어야 한다"며 "그 세력을 다 품을 수 있는가는 오롯이 이재명 몫"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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