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일부 보수언론이 '내란·김건희 특검은 위헌'이라는 사실관계가 틀린 주장을 내세워 야당이 특검법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거드는 모양새다. 한덕수 대행은 19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국회증언감정법,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농업4법 등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한덕수 대행은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국무총리실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검토'가 필요하다며 12월 31일까지 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특검법 거부권 시한은 내년 1월 1일이다. 국무총리실은 국회 추천 몫 3인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또 한덕수 대행은 윤석열 대통령이 경호처를 앞세워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을 방관하고 있다. 대통령 경호처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법조항을 근거로 수사를 거부하고 있다. 해당 조항의 '책임자'가 현재 한덕수 대행이다. 관련 지적이 나오자 국무총리실은 "한덕수 대행이 지시한 바는 없다"며 "법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아무것도 안 한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기념촬영 후 고위당정협의회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기념촬영 후 고위당정협의회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부 보수언론에서 한덕수 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거들며 내란·김건희 특검법을 후퇴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19일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칼럼에서 "지금 민주당 특검안은 민주당이 특검을 지명하는 것으로 위헌"이라며 "이제 여야가 특검을 추천해도 공정성이 담보되는 상황인 만큼 민주당도 특검안에서 위헌성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20일 서울신문은 사설 <6개 법안 거부권 韓 대행, 특검법 매듭에도 역량 보이길>에서 "한 대행이 개인적으로도 큰 부담을 감수했을 6개 법안 거부권 행사는 야당도 더이상 시비를 걸기 어려운 합리적 결정이라고 본다. 하지만 내년 1월 1일 이전에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는 더 큰 산이 남아 있다"며 "한 대행은 무리 없이 이 고비를 넘어 더이상의 혼란을 막는 국정관리 역량을 보여 줘야 한다. 야당도 특검 법안의 무리한 독소조항은 양보할 수 있다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썼다. 

같은 날 세계일보는 사설< 韓대행 양곡법 등 거부권 행사, 野도 국정 혼란 수습 협조하라>에서 "야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내란 일반특검에 대한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막으려면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이 독점하는 위헌적 요소를 제거하는 게 먼저"라며 "무턱대고 탄핵 운운하면서 입법폭주에 나선다면 민심의 역풍을 각오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韓 대행 쟁점법 거부권 옳다… 여야정, 국난 극복 우선할 때>에서 민주당의 한덕수 대행 비판에 대해 "향후 ‘김건희 특검법’ 등을 추가로 거부하면 탄핵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라며 "야당도 이들 법안을 추진하려는 나름의 취지가 있겠지만 여야 간, 이해 당사자 간 견해차가 큰 만큼 숙의할 시간을 더 가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지금 같은 비상시국엔 쟁점 법안을 놓고 여야정이 대립하며 힘과 시간을 허비할 겨를이 없다"고 했다. 

12월 20일 서울신문, 세계일보, 국민일보 사설 제목 (빅카인즈)
12월 20일 서울신문, 세계일보, 국민일보 사설 제목 (빅카인즈)

이들 신문이 말하는 내란·김건희 특검법의 위헌·독소조항이란 '야당 특검 임명'을 말한다. 그동안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수사범위가 너무 넓다 ▲야당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특검을 하려 한다 ▲특검의 언론브리핑은 피의사실공표 소지가 있다 등의 주장을 내세워 위헌·독소조항 딱지를 붙였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참여한 국정농단 특검, 드루킹 특검 등은 이들이 말하는 '독소조항' 하에 진행됐다. 사건 피의자가 정권의 핵심 관계자이기 때문에 여권이 추천하는 특검은 이해충돌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들 특검이 내린 결론이 재판에서 '위헌'으로 결론난 적 없다. 

중앙일보·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에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은 시간끌지 말고 공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20일 중앙일보는 사설 <정국 혼란 줄이려면 내란·김여사 특검 수용이 현실적>에서 "내란 수사를 둘러싼 혼란과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시간을 지체하는 게 최선일지 숙고해야 한다.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거대 야당이 한 총리 탄핵에 나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도 짙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야당의 특검 추천권을 인정하면서 "널리 신망받는 중립적인 인물로 특검 후보를 추천함으로써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책임 정당으로서의 자세"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韓, 6개 법안 재의 요구는 불가피… 양대 특검법은 다르다>에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은 사정이 다르다.(중략)내란 특검의 경우 국민의 70% 이상이 ‘비상계엄은 내란’이라고 할 만큼 이런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어 특검으로 수사를 일원화해 신속하게 진상을 규명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이 세 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했던 김 여사 특검법의 경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에 대한 검찰의 부실 수사가 특검을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며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특검 도입에 찬성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한 권한대행이 정치권 눈치를 보면서 시간을 끈다면 소모적인 논쟁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관계자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민원실을 나서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이날 대통령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경호처가 진입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비화폰 관련 서버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7일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관계자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민원실을 나서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이날 대통령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경호처가 진입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비화폰 관련 서버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일보는 사설 <거부권 행사 韓 대행, '내란·김건희 특검법'은 조속 공포를>에서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불법 계엄 과정을 포함한 내란 혐의 전반을 수사하도록 했다. 수사 주체가 공수처·경찰·검찰 등으로 나뉘어 수사 진척이 더딘 가운데 신속한 특검 출범이 요구된다"며 "김건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부터 명태균씨를 통한 여당 공천 개입까지 15개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총망라했다. 이번에는 일부 여당 의원들까지 찬성한 만큼 거부권 행사 명분이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한덕수 대행은)내란 수괴 혐의의 대통령이 앞서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와 같은 명분을 들어 거부권 행사시한인 내년 1월 1일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국정농단 특검 등에서 공정성 확보를 위해 여당 추천권을 배제한 전례가 있다. 한 권한대행이 시간을 끌다가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민심이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한덕수 권한대행, 내란·김건희 특검법 즉각 공포하라>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폭주’를 사실상 방조한 한 권한대행과 국무위원들이 국회의 입법권 침해엔 앞장서는 모습"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윤석열 대통령 측근 석동현 변호사가 "(정치인)체포의 '체'자도 꺼낸 일이 없다"고 브리핑 한 것을 두고 "이를 바로잡기는커녕 한 권한대행이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까지 무력화하려 한다면 ‘내란 동조범’으로서 윤 대통령과 함께 심판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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