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의 '질서 있는 퇴진' 주장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친윤계 안에는 윤석열 대통령 자리를 최대 1년 6개월 지키자는 내용까지 들어 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시간을 끌어줄 것이라는 계산 아래 법적 방어 체계를 갖추는 모양새다. '하야는 없다'며 변호인단 구성에 착수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계엄군의 국회 진입 작전에 직접 개입, 계엄해제 의결을 막기 위해 "문을 부수고 국회의원을 끌어내라" 지시했다는 지휘관의 증언이 나온 상황이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위헌·위법적 계엄사 포고령을 직접 수정한 것으로 파악했다. '내란의 정점'은 어디까지나 윤 대통령이라는 얘기다. 국민의힘이 내란 우두머리를 대통령으로 두고 나라를 망치려 한다는 언론 비판이 쇄도하는 이유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 국민의힘 '정국안정TF'는 '2월 하야-4월 대선', '3월 하야-5월 대선' 등 2개 방안을 당에 제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내 의견을 수렴해 2차 탄핵소추안 표결(14일) 전까지 단일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정국안정TF가 밝힌 윤 대통령 퇴진 시점을 두고 친한동훈계와 친윤석열계가 논쟁을 벌이고 있다. 친한계는 너무 늦다, 친윤계는 너무 빠르다는 식이다. 친윤계는 최대 '1년 6개월 뒤 하야'를 역제안하며 임기단축 개헌을 같이 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윤 대통령 하야 시점을 앞당기자는 친한계의 의견이 통일된 것도 아니다.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은 대통령 탄핵만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10일 중앙일보에 자신을 '레드팀'으로 지칭하며 "(탄핵)시점을 먼저 꺼내는 건 야당을 상대로 한 협상력만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장 최고위원은 "지금 한 대표에게 필요한 건 속도감이 아니라 안정감"이라며 "질서 있는 퇴진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방법의 하나는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퇴진과 탄핵에 대한 논쟁을 이어가는 사이 윤 대통령은 본격적인 탄핵 대비에 돌입했다. 11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 선택지에 하야는 없다. 친윤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윤 대통령은 조기 하야 대신 탄핵상태에서 헌재 심리에 임하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 담화에서 자신의 임기를 포함한 정국 안정 방안을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했는데, 그마저도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변호인단 좌장격으로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거론된다. 

한동훈 대표가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내세운 '대통령 2선 후퇴-당·내각 공동 국정운영'은 미국으로부터 압박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8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만나 "한동훈·한덕수 체제가 한국 헌법에 부합한 조치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한국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인수위원회 측은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여러 곳과 접촉해 '한동훈·한덕수 체제가 지속가능하냐'고 물어본 것으로 나타났다.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10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내용을 공개하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10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내용을 공개하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정황은 국회를 중심으로  계속해서 추가되고 있다.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곽종근 특전사령관은 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1번이 아니라 2번의 전화가 걸려왔으며, 2번 째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을)끄집어내라" "의결정족수가 안 된 것 같다" 등의 말믈 했다고 밝혔다. 

11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윤 대통령을 '내란 정점'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내 판단"이라며 비상계엄 선포를 강행한 뒤 계엄사 포고령 작성에도 직접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일보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윤 대통령을 소환 조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했다. 

계엄군이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인물들을 우선 체포한 뒤 지하벙커에 가두려 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12·3 내란사태 핵심 인물인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체포조'를 가동해 주요 정치인들을 잡아들이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경민 방첩사 참모장은 10일 국회 국방위에서 '체포조' 가동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방첩사에는 구금시설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은 여인형 전 사령관이 직접 정치인 체포·구금을 지시했고, 육군 수도방위사령부에 있는 B1 벙커에 구금시설이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11일 동아일보는 사설 <與 하야 놓고 “1년 반 뒤” 주장까지… 그사이 나라 꼴은 뭐가 되나>에서 "여당 내 논의는 한가하고 한심하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정치적 반전을 노려 보자는 꼼수로밖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모든 시간표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향후 정치적 유불리 계산, 특히 대선 일정이 적어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항소심 재판 결과가 나온 이후로 잡혀야 한다는 것이다. 친윤계에선 개헌과 연계해 내후년까지로 제시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이루지 못했던 개헌 합의를 이런 혼란 와중에 이룰 수 있겠는가"라며 "그사이 이탈 의원은 하나둘 늘어날 것이다. 나아가 그 어떤 해법도 윤 대통령이 거부하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지금의 문제는 다음 권력이 어디로 가느냐가 아니라 대통령의 망동이 초래한 불안정과 혼란을 어떻게 하루빨리 정상화하느냐는 것"이라며 "여당이 생존을 위해 시간을 질질 끄는 동안 국가 위상은 떨어지고 경제난과 민생고는 커질 수밖에 없다. 묘안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사설 < ‘내년 2~3월 대통령 퇴진’ 여당 로드맵, 국민 납득하겠나>에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 병력을 투입한 내란 혐의에도 국군통수권이 법적으로는 윤 대통령에게 있다는 모순은 어떡할 것인가"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법적 근거 논란에 윤 대통령이 따를지도 의문"이라며 윤 대통령이 구속·수감되더라도 옥중결재를 하겠다고 나서면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탄핵은 대통령 권한 행사가 곧바로 정지되며 3개월 안팎이면 파면 여부가 결론난다. 어느 쪽 불확실성이 더 큰가"라며 "지금까지 나온 방안 중에선 탄핵소추를 통해 윤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하는 편이 ‘질서 있는 퇴진’에 가까운 게 사실이다. 윤 대통령의 즉각 사퇴 같은 강력한 대안이 아니라면 어떤 방법을 들고나와도 편법과 위법, 반헌법이라는 시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했다. 

'윤석열정권 퇴진 부산비상행동' 소속 회원들이 11일 오후 부산 수영구 국민의힘 부산시당 앞에서 국민의힘 사망선고 장례식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정권 퇴진 부산비상행동' 소속 회원들이 11일 오후 부산 수영구 국민의힘 부산시당 앞에서 국민의힘 사망선고 장례식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앙일보 최민우 정치부장은 칼럼 <'질서 있는 퇴진'을 논할 수준이 되나>에서 "질서 있는 퇴진은 형용 모순이다.(중략)도망이라면 무릇 삼십육계 줄행랑"이라며 "대통령이 계엄을 저지르고, 여당은 소수에 불과하며, 광장의 민심은 사나운데 한동훈 대표와 친윤계 등 집권세력이 권력의 순조로운 이양을 꾀하겠다는 건 사실상 초현실주의에 가깝다"고 썼다. 

최 부장은 '질서 있는 퇴진'은 방법론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임기 단축 개헌은 물 건너 갔고, '대통령 직무배제'는 위헌시비에 걸려 있고, '즉각 하야'는 윤 대통령이 받을 리 없고, 거국 중립내각 구성은 야당이 반대하고, 윤 대통령 인신 구속은 '대통령이 구속된 마당에 탄핵을 막는 게 말이 되느냐'는 파상공세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 부장은 "더 볼썽사나운 건 마음이 콩밭에 있는 듯한 모습이다. 친윤계에선 '조기 퇴진이라니, 차라리 탄핵이 낫다. 법리적으로 다투겠다'는 말이 나온다"며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을 꼬드겨 현 지도부를 무너뜨리자'는 소문도 무성하다.(중략)극도로 혼란한 이들이 '질서 있는'을 운운하다니, 그야말로 블랙코미디"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내란 수괴' 내년 2·3월 하야라니…국민이 수용 못한다>에서 "하루라도 빨리 대내외 불확실성을 제거해 국정을 수습해야 할 집권여당의 안이한 상황 인식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내란 수괴' 혐의자에게 국민과 국가 안전을 맡겨야 하는 비정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며 "비정상적 국정 운영을 바로잡을 집권당 책무는 외면한 채 정략적 발상만 내놓는다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우를 피할 수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청년위원회 관계자들이 11일 오후 경남 창원시 국민의힘 경남도당 당사 건물 출입문 앞에 국민의힘 의원들의 대통령 탄핵 표결 불참에 항의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부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청년위원회 관계자들이 11일 오후 경남 창원시 국민의힘 경남도당 당사 건물 출입문 앞에 국민의힘 의원들의 대통령 탄핵 표결 불참에 항의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부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향신문은 사설 <‘질서 있는 퇴진’에 의문 표한 미국, 이것이 국제사회 인식>에서 " 미 국무부는 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측 대화 상대가 ‘대통령 윤석열’이라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관여 계획은 언급할 게 없다'고 했다"며 "‘한동훈·한덕수 체제’를 외교 상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당분간 한국과 외교적 소통에 나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정이 이런데도 여당은 ‘질서 있는 퇴진’이라며 윤석열의 ‘2월 하야’ ‘3월 하야’를 거론하고 있다고 한다. 본인들의 정치적 연명을 위해 나라가 몇개월간 혼돈 상태로 방치돼도 좋다는 건가"라며 "나라야 결딴나든 말든 정치적 계산으로 시간을 끌고 있는 여당의 추한 행태를 국민과 역사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국힘 ‘2~3월 하야’, 그때까지 ‘대통령 윤석열’ 하란 말인가>에서 "국민의힘은 ‘박근혜 탄핵 뒤 보수가 궤멸했다’는 탄핵 반대론도 집어치워야 한다. 온 국민이 겪은 ‘계엄 트라우마’ 앞에서 감히 ‘탄핵 트라우마’를 입에 올리나"라며 "'(탄핵 반대해도) 1년 지나면 다 찍어주더라'라는 망발부터 징계하라. 국민의힘은 헌법에 규정된 ‘질서 있는 퇴진’ 방안인 탄핵을 회피해 시간 끌기를 꾀하며 ‘무질서’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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