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이성을 잃은 당내 기득권에 밀려 사퇴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남긴 말은 상식의 범주 안에 있다. 국민과 지지자에게 사과했고 “아무리 우리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도 우리가 군대를 동원한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오해받는 것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해낸 위대한 이 나라와 국민을, 보수의 정신을, 우리 당의 빛나는 성취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부정선거 음모론 등 극우 유튜브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대다수 국민이 보기에는 이게 여당이 지금 내놔야 할 메시지일 것이다.
한동훈 전 대표가 비판받을 만한 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한동훈 전 대표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위법적 위헌적 계엄’이라고 했으면서도 이후엔 탄핵에 반대하는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대통령 탄핵을 피하는 대신 한덕수 국무총리를 통해 국정에 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는 방식의 임시 체제를 추진해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행보 때문에 민주공화정의 회복은 일주일이 늦춰졌다.

당 대표직 수행에 있어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주변으로부터 ‘검사 물이 덜 빠졌다’는 평을 종종 듣곤 했다는 것이다. 주변의 조언을 경청하면서 의견을 모아가기보다는 혼자 결정하고 통보하는 ‘탑 다운’ 스타일이어서 문제라는 거다. 이 때문에 마지막까지 친한계가 단단하게 조직되지 못했고, 이게 최고위원 연쇄 사퇴 및 지도부 붕괴로 이어졌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건, 한동훈 전 대표가 불법 계엄 해제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상식적 행보에 일정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라는 거다. 탄핵소추안 표결을 전후한, 그리고 그 이후의 국민의힘의 태도를 보면 흠잡을 데가 없는 게 아닌 한동훈 전 대표의 행보는 거의 유일한 ‘정상인’이었던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국민의힘이라는 집단은 현재 이성을 잃은 상태이다. 일부 보도에 의하면 이들은 탄핵소추안 표결 직전 의원총회에서도 탄핵에 반대하는 광화문 집회 현장을 함께 보며 찬성 표결 의사를 가진 의원들에 대한 반 협박을 했다고 한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다른 자리에서 탄핵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중앙일보 보도에 의하면 원내지도부는 당일 의원총회에서 탄핵을 막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에 실패했고, 친윤 인사들이 이 배경으로 한동훈 전 대표의 ‘탄핵 찬성’ 입장을 지목하면서 당 대표를 쫓아내는 ‘킬 스위치’가 작동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보이는 것은 불법 계엄을 선포해 군을 동원해 국회를 공격하는 대통령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감을 압도하는, 권력을 잃는 것에 대한 공포이다. 이들의 이런 태도는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국정안정협의체 구성 제안에 대한 반응에서도 드러난다. 국민의힘이 반발한 대로, 대통령은 현재 직무정지가 된 것뿐이므로 국민의힘이 여당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은 국회가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정의 안정과 수습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상황이다. 그렇게 하자는 제안을 ‘이재명의 대통령 놀이’ 한 마디로 폄하할 수 있는 것일까? 오히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여야 정치권과 국회의장을 모두 포함하는 협의체가 발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 걸 보라. 여당의 편협한 태도는 오직 ‘이재명이 대통령이면 안 된다’는 것 외에는 생각하는 게 없다는 걸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닐까?

여당이 지지층 결집 목적이든 뭐든 오로지 ‘이재명’ 얘기만 하는 건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앞서도 지적했듯 지금은 대통령 탄핵에 대해 사죄하고 불법 계엄 선포로 민주공화정을 일순간에 파괴한 것에 대한 반성의 메시지가 나와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배신자를 축출하고 때려 잡자는 얘기만 반복하고, 밖으로는 ‘이재명만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데 급급하다. 이 얘기를 종합하면 뭘까? 그게 자신들의 국회의원직이든 당권이든, 조그마한 권력이라도 절대 내려놓을 수 없다는 거다.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이번에 뭐라도 내려놓게 되면 다시 찾을 수 없다는 공포가 이들의 심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는 거야 그럴 수 있다 치자.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금은 대통령이 궐위가 아닌 직무정지 상황이기 때문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전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과거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그렇게 주장했다는 건데, 대통령 윤석열의 전략에 보조를 맞추면서 최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절차를 길게 끌고 가려는 목적이 있어 보인다. 이런 주장이 과연 국회 추천 몫의 헌법재판관에도 적용되는 것인지 의문이지만, 논쟁은 사실 큰 효용이 없을 것이다. 결국 ‘침대 축구’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법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총구를 들이댄 대통령을 감싸며 권력에만 매달리면서 도대체 앞으로 무슨 정치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무책임하고 답이 없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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