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남영진 전 KBS 이사장 해임을 취소했다. 해임 무효 소송의 피고가 되는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상황이다. 공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넘어갔다. 공영방송 KBS 장악을 한 권한대행이 이어갈지 관심이라는 얘기다. 

지난 2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고은설)는 윤석열 대통령의 남영진 전 이사장 해임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해임사유가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며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 사건 해임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행정법원 판결에 대한 항소 시한은 판결문이 송달된 날로부터 2주 이내다. 지난 20일 판결문 송달이 이뤄졌기 때문에 피고는 내년 1월 3일 전까지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가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탄소중립 그랜드 얼라이언스 선언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가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탄소중립 그랜드 얼라이언스 선언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서울행정법원 공보판사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이 사건 피고, 항소여부 결정의 주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피고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사법부가 예단했다는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답변을 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덕수 권한대행이 항소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즉 공영방송 KBS 장악과 뗄 수 없는 남 전 이사장 해임은 곧이어 김의철 사장 해임으로 이어졌고 현재의 서기석 이사장, 박민-박장범 사장 체제가 들어서는 주된 역할을 했다.    

법원 "이유 없다" 해임사유 기각

서울행정법원 제2부는 윤 대통령이 제시한 해임 사유를 모두 기각했다. 이 중 KBS 직원들의 임금을 깎거나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는 사유에 대해 재판부는 "KBS의 직제규정상 상위직급의 정원 축소와 관련한 문제는 남영진 전 이사장이 취임하기 훨씬 이전부터 감사원에서 지적받아 온 것"이라며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KBS의 취업규칙 변경 등 노동법적 쟁점이 먼저 해결되어야 하므로 윤석열 대통령의 주장처럼 남영진 전 이사장이 이사회를 통해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사로서의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남영진 전 이사장이 임금 추가지급과 과도한 복리후생제도에 대해 관리자의 주의(선관주의) 의무를 해태했다는 해임 사유과 관련해 "임금인상은 노사합의의 결과이고, 윤석열 대통령의 주장 자체로 그러한 임금인상이나 복리후생제도가 무엇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 과도한 것인지에 대해 알 수 없으므로 남영진 전 이사장이 취해야 하는 조치가 어떤 것인지도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2022년 KBS가 11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인건비가 아닌 제작비를 감축하고,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계획을 제출했을 때 남영진 전 이사장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해임사유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KBS의 경영성과는 원칙적으로 사장의 책임(방송법 제51조)이므로, 경영성과에 대한 책임이 곧바로 남영진 전 이사장의 해임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더구나 KBS의 경영평가 결과에 따르면 2022년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주요 원인은 제작비 증가, 사업외 비용 등의 증가이고 인건비는 전년도 대비 감소했으며 예산에 대비해도 미달하여 집행됐다"고 지적했다. 

남영진 전 KBS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남영진 전 KBS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재판부는 KBS 미래방송센터 국제 설계용역계약 종료와 관련해 남영진 전 이사장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해임사유에 대해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 사항이고 아직 마무리된 건이 아니며 이후 이사회에 해당 안건이 올라오면 그때 의결을 하면 된다는 논의를 한 사실을 알 수 있는 바, 남영진 이사장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윤석년 전 KBS 이사의 해임을 부결시켰다는 해임사유에 대해 "이사들의 심사를 거쳐 과반수의 반대로 부결된 사실이 인정되는 바, 의결 결과가 법령 및 정관에 위배되었다고 볼 수 없고 회의 진행과 관련해 남영진 전 이사장이 편차적으로 이사회를 운영하였다고 볼 사정도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남영진 전 이사장 등 KBS 이사회가 경영평가 보고서의 내용 중 공정언론국민연대·대선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 등 '시민단체'의 모니터링 결과를 인용한 부분을 수정해 문제라는 주장에 대해 "경영평가 지침에 맞게 수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KBS 경영평가지침이 '평가항목에 관하여 국가기관, 연구기관, 학술‧전문가단체 또는 언론기관(공사를 포함한다) 등이 한 평가결과가 있는 경우 그 내용을 제시하고 검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남영진 전 이사장이 업무추진비를 사적용도로 사용했다는 해임사유에 대해서도 "사실은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한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남영진 전 이사장이 KBS의 이사에게 요구되는 도덕성과 첨렴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김의철 전 KBS 사장 (사진=KBS)
김의철 전 KBS 사장 (사진=KBS)

김의철 해임사유 '남영진 해임 원인 제공'

김의철 전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김의철 전 사장 해임사유 중 ▲고액연봉 상위 직급자 개선 대책 미비 ▲남영진 이사장 해임 원인 제공은 남영진 전 이사장 해임 취소 판결에서 '이유 없음'으로 적시됐다.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이 김의철 전 KBS 사장 해임한 사유는 ▲무능 방만 경영 ▲불공정 방송으로 인한 대국민 신뢰 상실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직무유기 ▲직원 다수의 해임 요구로 인한 리더십 상실 ▲특정 노조 일색의 편향된 인사정책 ▲고액연봉 상위 직급자 개선 대책 미비 ▲부서장 임명 동의 대상 확대 단협 체결 ▲취임 당시 공약 이행 부진 ▲고용안정위원회 설치 강행 ▲남영진 이사장 해임 원인 제공 등 10가지다. 

김의철 전 사장은 지난해 해임 전 소명에서 "사유도 부적절하고 절차적으로도 무리하게 처리된 남영진 이사장의 해임은 곧이어 저를 해임하고 공영방송 KBS를 장악하기 위한 각본이 아닐 수 없다"며 "특히, 공사 최고 의결기관인 이사회가 여권 위주로 구성을 바꾸자마자 가장 먼저 저의 해임에 나선 것은 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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