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란·김건희 특검법 공포를 미루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시사하자 조선일보가 민주당을 '점령군'이라고 지칭했다. 조선일보는 한덕수 대행의 행위로 내란 피의자들이 변론준비·증거인멸 시간을 갖게 된 상황을 비판하지 않고 '조기 대선' '지지층 결집' 등 민주당이 정치적 셈법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와 사설을 내놓았다.
22일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24일까지 (내란)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 내란 일반특검법 공포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즉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내란 특검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 절차를 밟겠다는 최후 통첩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은 한덕수 대행의 내란 혐의에 초점을 맞춘 탄핵소추안을 작성해 놓은 상황이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국정 초토화도 불사하겠다는 뜻"이라며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대한 탐욕뿐"이라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내란·김건희 특검을 '특검 폭거'로 규정하며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 탄압성 특검법이다. 위헌적 요소가 명백함에도 거부권을 쓰지 않는 것이 오히려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를 배출한 여당에 특검 추천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 특검법은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이미 국정농단 특검, 드루킹 특검 등의 전례로 인해 논리가 깨진 주장이다.
한덕수 대행은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를 처리 시한인 내년 1월 1일 전날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덕수 대행은 상설특검 후보 추천을 지체 없이 의뢰해달라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요청을 무시하고 있다. 국회가 상설특검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한 지 1주일이 지났다. 상설특검은 대통령의 거부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여권이 후보 추천을 의뢰하지 않는 지연 전술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한덕수 대행은 대통령실에 대한 강제수사를 방해하고 있다. 대통령 경호처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앞세워 압수수색을 거부 중이다. 한덕수 대행은 '법과 절차에 따르겠다'는 원론적 입장으로 사태를 방관 중이다.
23일 조선일보는 사설 <민주당 또 韓대행 탄핵 협박, 계엄 빌미로 점령군 행세>에서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시한을 무시하고 자기들 지시를 따르라고 한다"며 "점령군이 무력을 앞세워 적진의 장수에게 겁을 주는 듯한 행태"라고 주장했다. 계엄군이 국회와 시민을 향해 총부리를 들이댄 일을 '여의도 점령군'이라는 표현으로 맞받아치는 모양새다.
조선일보는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은 사실상 민주당이 특검 후보를 추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삼권 분립에 어긋나 위헌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며 "한 대행 측은 여·야·정 협의체에서 위헌적 요소를 덜어내는 방법을 강구해달라는 입장"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여·야·정협의체 출범과 미국의 한덕수 대행 체제 인정을 근거로 민주당 비난을 이어갔다. 조선일보는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진심이 담겼다면 이 협의체의 핵심인 한 권한대행을 향해 '책임을 묻겠다'는 식의 거친 말을 내뱉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한덕수 탄핵 데드라인 꺼낸 '여의도 권력'>(1면), <초유의 대행 탄핵 예고… ‘尹 탄핵시계 앞당기기’ 올인하는 野>(3면), <계엄·金여사 계속 이슈화해 지지층 결집 노려>(3면), <野가 특검 추천 독점… 韓대행 ‘위헌적 요소’로 봐>(3면) 등의 기사를 배치했다.

서울신문과 세계일보는 한덕수 대행이 알아서 하도록 지켜보면 된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23일 사설 <韓 대행 이렇게 흔들면서 여야정협의체 잘 굴러가겠나>에서 한덕수 대행이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 있는 결정"이라고 발언한 데 주목했다. 서울신문은 "두 특검법과 헌법재판관 임명도 같은 기준으로 판단해 결론을 내리도록 지켜보면 되는 일"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같은 날 사설 <여야정협의체 출범 시급한데 ‘특검’ 힘겨루기나 할 때인가>에서 "다음 달 1일이 공포 및 재의요구 시한인 특검법은 여야가 왈가왈부하기보다 한 권한대행이 충분히 검토해 결정하도록 맡기는 게 옳다"고 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민주당의 한덕수 대행 탄핵 방침을 비판하면서도 내란·김건희 특검법은 공포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앙일보는 23일 사설 <여야, 협박·꼼수 정치 그만두고 정국 안정 힘 모아야>에서 "조속한 정국 수습을 위해서는 한 대행이 두 특검 법안을 수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찬성 여론이 높은 이들 두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여론의 반발로 정치적 혼란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법이나 국회증언감정법 등과는 달리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그러나 민주당이 한 대행의 거부권에 대해 '증거인멸의 시간을 벌어주는 반국가적 행위'라며 탄핵하겠다고 을러대는 것은 도를 지나친 협박 정치"라고 했다.
동아일보 정용관 논설실장은 칼럼 <韓 대행은 ‘윤석열 대행’이 아닌 ‘대통령 대행’이다>에서 "극단적 ‘현상 유지’ 논리라면 모든 법이든 특검이든 다 거부해야 하고 헌재 재판관도 국회 몫이든 뭐든 무조건 임명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나 그런 환원 논리로 작금의 혼란을 감당할 순 없다"며 "지금은 ‘국체(國體)’의 위기 상황이다. 그동안 어렵게 쌓은 민주공화정 시스템이 흔들리는 혼돈의 순간"이라고 했다.
정용관 논설실장은 "계엄 수사의 일원화를 위해선 특검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헌정 질서 위협의 실체를 밝히고 재발 방지를 위한 초석을 놓으려면 권위 있는 수사 주체가 필수적"이라며 "본래 현재 권력을 겨냥한 특검은 ‘야(野)의 성격’을 띠게 마련"이라고 했다. 다만 정용관 논설실장은 "정치 공세가 아니라 진상 규명이 목적이라면 야당도 특검 추천 방식 등에서 흠결이 없도록 대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한겨레·경향신문 등은 한덕수 대행이 더는 시간을 끌지 말고 내란·김건희 특검법을 공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3일 한국일보는 사설<한덕수 대행, 특검법 공포하고 국정협의체 주력해야>에서 "내란 수사의 혼선을 막고 윤석열 대통령 부부 의혹 해소를 위해서도 특검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두 특검법을 거부권 행사시한인 다음 달 1일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속히 공포해야 한다. 여당이 문제 삼는 특검 추천권의 경우 야당이 최대한 중립적 인사를 추천함으로써 절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한 권한대행이 국민 뜻에 반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정협의체 파행은 불가피하다. 대통령 탄핵심판의 신뢰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도 국회가 추천한 3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해 9인 체제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국정협의체의 원활한 가동을 위해선 한 권한대행이 특검법 공포와 헌법재판관 임명이란 매듭부터 풀어야 한다"고 썼다.
한겨레는 사설 <한파 속 파면·구속 외친 민심, 한 대행 더 시간끌기 말라>에서 "지금 절대다수 국민은 하루라도 빠른 윤석열 파면과 처벌을 바란다. 외교와 안보, 경제도 국정의 불확실성을 오래 견딜 여력이 없다"며 "그러나 여권은 여전히 민심을 거스른 채 작전이라도 짠 듯 똑같은 억지와 궤변을 늘어놓으며 탄핵심판과 수사를 방해하는 데 여념이 없다.(중략)그 뻔뻔함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한덕수 대행의 행위에 대해 "사실상 수사 훼방을 용인하는 것이다. 한시가 급한 내란 수사를 지연시켜 내란 세력에 증거 인멸과 반격의 시간이라도 벌어주려는 것인가"라며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이 수사 대상인 ‘국정농단 특검법’에 대해서도 국회를 통과한 지 닷새 만에 거부권을 쓰지 않고 공포한 바 있다. 대통령도 아닌 한 권한대행은 도대체 뭘 위해 거부권을 운운하나"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한덕수, 24일 국무회의에서 내란·김건희 특검법 공포해야>에서 "한덕수 대행이 '내란 수괴'인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심판·수사 지연 시도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반헌정적·반민주적 행태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한덕수 대행이 내란죄 공범 혐의 피의자라는 사실을 거론하며 "그런 사람이 마치 '소방수'라도 되는 양 대행 권한을 선택적으로 행사하니 어이가 없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덕수 대행은 지난 12·3 비상계엄 선포 전 더 많은 국무위원을 모아 윤석열 대통령의 결정을 막아야겠다는 판단으로 국무회의를 소집했다고 말했다. 한덕수 대행의 국무회의 소집 결정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판을 깔아줬다.
경향신문은 "정말 비상계엄을 막을 생각이었다면 반대로 국무회의가 성사되지 않도록 해야 했다. 한 대행도 비상계엄 선포에 책임이 크다는 뜻"이라며 "한 대행은 작금의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윤석열 탄핵심판과 수사가 최대한 조속히 이뤄지도록 조치해야 한다. (중략)그 이후 12·3 친위쿠데타와 관련해 합당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 공직자로서 한 대행이 마지막으로 국가에 봉사하는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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