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및 국무총리가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것은 법리적으로 보면 이해를 할 수 없는 일이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자신이 소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했는데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은 무리라는 이유를 들었는데, 이는 헌법과 법률에 의거한 설명이 아니다. 현행의 법체계를 보면 여야가 합의를 했건 그렇지 않았건 국회가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을 처리했는데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여야가 합의했네 마네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바람직한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논란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게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이런 면에서 한덕수 권한대행의 논법은 정치적으로 바람직한가를 따질 문제와 법적 권한 및 의무의 문제를 뒤섞어 의도적으로 논점을 비튼 거라고 볼 수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태도는 일관적이지도 않다. 지난번에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때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에 사실상 제한이 없다는 태도였다. 당시의 거부권 행사도 야당이 격렬히 반발했으니 ‘여야 합의’에 근거한 권한 행사는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그런데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굳이 따지자면 국회 추천 몫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게 거부권 행사보다 더 소극적인 권한 행사이다. 그런데도 ‘법 위반’ 논란을 감수하고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를 결단했으니, 도대체 뒤에서 무슨 얘기가 오가고 있는 것인지를 상상해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행보는 국민의힘과 ‘쿵짝’이 맞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을 함부로 강행하면 탄핵심판 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가 대통령 탄핵심판의 소추인인 상황에서 헌법재판관을 추천하는 것은 검사가 판사를 고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건데, 이는 애초에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국회, 대법원, 대통령이 3명씩 추천하도록 구조화되어 있다는 점을 윤석열 대통령 측에 유리하도록 비튼 억지 논리이다. 또한 이 논리는 대통령실이 이전에 김건희 특검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야당이 특검 추천권을 행사하도록 한 데 대해 문제라고 주장한 것과 일치하는 논리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당시에도 오히려 문제가 되는 건 여당이 특검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최종 선택 및 임명하는 경우로 수사 대상이 수사 주체를 고르게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반론이 이미 제기됐었다.
어쨌든 ‘율사’ 출신이고 입법기관으로서 장기간 활동한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런 논리의 무리함을 모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윤석열 대통령 측의 대응전략과 코드를 맞추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측도 탄핵 심판의 과정에 같은 논리로 법적 쟁점을 만들어 ‘침대 축구’를 계속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이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측은 대통령직 유지의 기간 연장을, 국민의힘은 조기 대선 일정의 지연을 기도하는 셈이다.

특별히 우려스러운 것은 이들의 전략에 우리 공동체를 내전 상태로 몰아가는 것까지 감수할 만한 코드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의 압박에 굴복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한덕수 권한대행은 이제 탄핵이 불가피하다. 이때를 대비해 국민의힘은 의결정족수가 200석이냐 151석이냐의 새로운 쟁점을 이미 형성해놓았다. 야당은 다수설에 따라 151석 기준으로 탄핵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그 결과에 대해 법적분쟁화 할 준비를 이미 갖춰놓고 있다.
이 경우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것은 결국 헌법재판소가 될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국민의힘은 거의 모든 쟁점에 대해 ‘막무가내식 드러눕기’로 대응함으로써 결국은 헌법재판소가 무슨 결론을 내려줘야 하는 상황을 만들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도의 상당수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 측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은 그때마다 이를 ‘헌법재판소가 편향돼 믿을 수 없다’는 근거로써 자기들에 유리한 방식으로 활용하려 들 것이다. 이러한 시도의 결과로 형성된 논리는 극우 유튜브와 이와 연계된 집회 등에서 지속적으로 재생산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되면 어떻게 될까? 헌법재판소 결론에 대한 일부 세력의 반발은 극대화될 것이다. 대통령직을 상실하더라도 ‘윤석열’이란 존재는 극우 유튜브와 파시스트화 된 세력의 안에서 상징적 존재로 군림하게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이들과의 상시적 내전 상태로 진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한덕수 권한대행은 이 길로 가는 문을 열고 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 내란은 현재진행형이라는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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