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임명이 4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임명권을 행사해야 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김홍일)는 이사장 임명 지연과 관련한 문의에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3인으로 압축된 이사장 후보 중 한 명은 보수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초대 대표를 지낸 최철호 씨다. KBS PD 출신인 최철호 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사 사칭 사건의 주범으로, 현재 진행 중인 위증교사 사건 재판의 증인이다. 최철호 씨는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추천 선거방송심의위원으로 활동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조한규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의 임기는 지난 2월 16일 종료됐다. 하지만 조한규 이사장은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아 직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18일부터 25일까지 이사장 공모를 진행했다.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방통위원장에 이사장 후보 3인을 추천했다. 후보 3인 중 한 명이 최철호 씨다.
18일 미디어스는 방통위에 ▲최종 후보자 선정이 이뤄졌는지 ▲이사장 임명이 지연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향후 이사장 임명 계획은 어떠한지 문의했다. 방통위는 "해당내용을 확인해 드릴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검사사칭 주범
검사사칭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최철호 씨는 지난 2002년 KBS <추적 60분> PD로서 당시 김병량 성남시장의 '분당 파크뷰 특혜 의혹'을 취재했다. 당시 성남 '분당 백궁역 일대 부당용도변경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였다.
최철호 씨는 2002년 5월 10일 이재명 대표 사무실에서 성남시장 비서실에 전화를 걸어 '검찰청입니다'라고 한 뒤 자신의 번호를 남겼다. 이에 김병량 성남시장은 최철호 씨에게 '전화를 달라'는 음성메시지를 보냈다. 최철호 씨는 검사를 사칭해 김병량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질문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는 최철호 씨가 시장에게 질문할 내용을 설명했다.
통화 이후 이재명 대표는 최철호 씨에게 녹음테이프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재명 대표는 '내가 제3의 제보자로부터 녹음테이프를 받아 제보하는 식으로 할 테니 복사해달라'고 제안했다. 2022년 5월 14일 성남시 수정구 소재 다방에서 최철호 씨는 녹음테이프를 제보받는 장면을 연출했다. 제보자역은 이재명 대표가 맡았다. KBS <추적 60분> 방송에 해당 장면이 방송됐다. 방송에서 검사를 사칭한 최철호 씨 음성은 나오지 않게 편집됐다.
최철호 씨로부터 녹음테이프를 받은 이재명 대표는 2002년 5월 23일 성남시청 브리핑룸에서 김병량 성남시장 비위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병량 성남시장은 최철호 씨와 이재명 대표를 고소했다. 법원은 최철호 씨에게 벌금 300만 원 형을 내렸지만 언론취재라는 점을 참작해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이재명 대표는 1심에서 벌금 250만 원을 선고 받았다. 2심에서 벌금 150만 원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위증교사 재판 증인
이재명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 방송토론회에서 "PD가 사칭하는데 옆에 있다가 누명을 썼다"고 발언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재판에서 이재명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재판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가 김병량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청했다는 게 검찰이 주장하는 위증교사 혐의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김진성 씨에게 2018년 12월 22일부터 24일까지 전화를 걸어 '김병량 성남시장과 KBS 간에 PD(최철호 씨)에 대한 고소취하와 경징계를 약속하고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아가자는 합의가 있었다'는 취지의 위증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김진성 씨의 증언이 법원의 무죄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이재명 대표는 수차례에 걸쳐 김진성 씨에게 '있는 대로 말해달라' '기억을 상기해봐 달라' '없는 이야기는 할 필요 없다'는 발언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최철호 씨가 위증교사 사건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이재명 대표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최철호 씨는 지난달 27일 위증교사 사건 재판에서 '성남시-KBS 이재명 주범 몰기' 주장에 대해 "그런 적 자체가 없다"며 "대한민국 변호사가 저런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게 대단히 경악스러웠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재판에는 사건 당시 최철호 씨의 상급자였던 전 KBS 기획제작국장 A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주범 몰기'에 대해 들은 적 없다는 진술을 했다. A 씨는 'KBS가 최철호 씨에게 경징계를 약속했다'는 주장에 대해 "(최철호가)구속됐을 때 회사 내 경징계를 의논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형사처벌이 이뤄진 이후 회사에서 징계를 내리는 게 정상적 수순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논란… 권익위 4개월 째 조사 중
최철호 씨는 공언련 초대 대표로 지난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추천으로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 위원에 위촉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통신심의위원회지부는 지난 2월 최철호 씨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최철호 씨는 지난해 10월까지 공언련 공동대표를 지냈는데, 이 단체가 제기한 심의 민원을 알면서도 신고·회피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심의를 진행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20일까지 22대 총선 선방심의위에 접수된 심의 민원 중 정당·단체 민원은 모두 국민의힘(149건), 공언련(32건) 민원이었다.
지난 5월 MBC가 민주당 조승래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류희림 위원장 취임 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정부·여당 비판 보도를 명확한 사유 없이 '신속심의' 대상으로 올려 방송사 징계를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국민의힘과 공언련이 접수한 민원이 신속심의 안건으로 상정됐다. (관련기사▶방심위 표적 심의로 전락한 '신속심의' 역대 최다)
권익위는 신고를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신고 사항을 관련 기관에 이첩하거나 종결해야 한다.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조사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권익위는 신고 4개월째인 현재까지 최철호 씨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신고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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