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최승호 뉴스타파 PD] 요즘 언론개혁이 시민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제 생각으로는 진짜 중요한 개혁 과제가 너무 외면되고 있지 않나 걱정스럽습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그것입니다.

아래 표는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조사한 것인데 40개국 중 한국이 네 번째로 '자신과 같은 관점을 가진 뉴스를 선호한다'고 나왔습니다. 한국보다 더 높은 나라는 터키, 멕시코, 필리핀입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한국> (한국언론진흥재단)

북유럽이나 독일 영국 같은 나라들은 압도적으로 '특정 관점이 없는 객관적 뉴스'를 선호합니다. 심지어 '자신과 다른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는 비율이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는 비율과 비슷합니다. 그만큼 수용자들이 뉴스의 대상이 되는 사회적 사안들을 객관적으로 보려하는 심리적 지향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나라들은 아무래도 시민들이 서로 신뢰하는 힘이 커서 갈등이 적고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힘을 모아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관점을 배격하는 비율이 높으면 사사건건 갈등하고, 사회적인 문제를 힘 모아 해결하기 힘듭니다. 지금 우리 모습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북유럽이나 독일 영국 같은 나라의 특징은 강력하고 독립적인 공영방송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공영방송들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보도를 오래 해왔기 때문에, 시민들의 신뢰도가 매우 높습니다.

한국도 다른 언론보다는 공영방송들의 신뢰도가 높은 편입니다만 믿을 수 없다고 하는 비율도 꽤 높습니다. 이유는 공영방송의 사장 등 경영진을 정부·여당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오래 전부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해왔습니다. 그러나 잘 아시다시피 집권 뒤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지금의 제도가 여권에는 더 편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건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지배구조를 둔 채로 정권이 바뀌기라도 한다면 이명박 시대의 아픔을 다시 겪어야 할 것입니다. 다시 겪는 정도가 아니라 아마 그리 된다면 공영방송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습니다.

2017년 4월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정책협약 간담회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많은 분들이 언론개혁을 주장하지만 보수언론을 개혁한다는 것은 사실 거의 불가능합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노력했지만 어려웠습니다. 그것보다는 공영방송을 튼튼히 만들고 제자리에 있도록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훨씬 중요하고 실효가 있는 방안입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혁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언론시장은 더욱 더 망가질 것입니다. 공영방송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더 추락하고 한국사회에는 믿을 수 없는 언론으로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시민들은 누구의 말도 믿을 수 없게 되고, 국가는 어디로 갈지 헤매는 상태가 될 것입니다.

부디 정부·여당이 언론개혁의 관점을 전체 국민과 미래에 두시기 바랍니다. 한때의 분노로 힘을 모으기는 쉽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행한 일들은 덧없이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언론인들이 욕도 많이 먹는 시대지만 그중에도 뜻있는 언론인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 같은 미래를 바꿀 개혁에 집중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간절히...

* 해당 칼럼은 개인 SNS에 게재된 것으로 동의를 구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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