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언론·포털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포함해 6개 언론관계법을 이달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잉규제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은 6개 법안에 대한 심의를 중단하고, 언론 노동자와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공청회를 열 것을 촉구했다. 한겨레는 권력집단의 비판봉쇄 수단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악용되지 않도록 정교한 입법을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9일 성명을 내어 "민주당에 분명히 묻는다. 6개 법률 개정안이 정말 '민생'을 위한 것인가"라며 "언론개혁을 주문했더니 언론검열로 답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언론노조는 "우리는 정치권이 개입하지 않는 공영방송, 사주의 눈먼 이익에 휘둘리지 않는 신문과 방송,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아니라 시민에게 책임을 지는 언론이 되기 위한 핵심법안을 요구했다"며 "2월 중 통과시키겠다는 6개 법안은 갈아 엎어야 하는 밭은 놔두고 잡초를 뽑겠다며 알곡까지 죽일 제초제와 다를 바 없다"고 혹평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미디어·언론 상생TF 단장(가운데)이 9일 오전 국회에서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3일 '가짜뉴스'를 "사회의 혼란과 불신을 확산시키는 반 사회적 범죄"로 규정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 '언론개혁' 입법을 중점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6대 언론개혁법'을 내세웠다. 민주당은 언론사·포털·이용자(1인미디어 등)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발생시킨 댓글이 게재될 경우 피해자 요청에 따라 게시판 운영을 제한조치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추진한다. 또한 언론사 정정보도 시 원 보도의 2분의 1이상 크기·분량으로 배치하는 것을 강제하고,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기사열람 차단청구권'을 부여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언론노조는 6개 언론관계법 통과 시 발생할 수 있는 언론자유 침해 사례를 일종의 시나리오로 나열했다. 예를 들어 한 국회의원 비서관이 의원의 불법 비자금 연루 의혹을 제기했을 때 해당 의원이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기사열람 차단을 언론중재위에 청구하고 ▲포털에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입었다며 기사댓글에 이의제기를 한다면, 언론과 표현의자유가 보장되겠느냐는 것이다.

언론노조는 "지금 당장 여섯 개의 법률개정안 심의를 중지하고 언론 노동자와 시민이 함께 하는 공청회를 개최하라"며 "민주당의 언론개혁이 무엇인지, 시민이 원하는 언론개혁이 무엇인지 귀를 열고 듣겠다"고 촉구했다.

같은 날 사단법인 오픈넷은 "무책임한 보도에 대해 경제적 타격을 주겠다던 ‘징벌적 손해배상’이 일반 국민의 표현물에까지 적용되고, 악플이 있다는 이유로 다수의 선한 일반 이용자가 게시판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당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목적이 진정 ‘언론개혁’, ‘민생’을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논평했다.

오픈넷은 "이명박의 BBK 실소유주설을 주장한 정봉주 전 의원, 최태민-최순실 부녀와 박근혜의 유착관계에 의혹을 제기했던 김해호 목사 모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위반 판결을 받고 처벌받았다"면서 "당시 이 법안들이 시행되었다면 이들은 이명박, 박근혜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액도 지급하여 경제적 빈곤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고, 관련 기사와 게시물들도 모두 차단되어 사건에 대한 검증, 단죄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0월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기자협회 등 언론3단체가 주최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타당한가'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9일자 사설에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언론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가짜뉴스나 무책임한 보도의 폐해가 날로 심각해지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언론의 책임성을 높이는 정교한 입법이 요구된다"고 썼다. 한겨레는 "무엇이 가짜뉴스인지, 악의성·고의성·중대과실 여부는 어떻게 판단할지 등 하나하나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고위 공직자나 대기업 등의 소송은 어렵게 하되, 개인의 피해는 적극적으로 구제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특히 한겨레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론과 포털이 사회적 책임감을 높이는 자율적인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오죽하면 징벌적 손배제라는 타율적 규제가 거론되는지 뼈아프게 되돌아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향신문은 "문제는 가짜뉴스 개념이 모호한 탓에 정부·여당의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가 가짜뉴스로 치부될 수 있는 점"이라며 "가짜뉴스는 피해가 크므로 제어할 방책을 찾아야 한다. 그럼에도 무분별한 가짜뉴스 공격이 언로를 막고,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도 가벼이 봐선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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