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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자유위원회'는 어디 가고 기사-댓글 차단?[해설] 소통 부재·언론공약 미이행, 설익은 입법추진, '표현의 자유' 논란 불러
송창한 기자 | 승인 2021.02.15 08:26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6대 언론개혁법'이라며 2월 임시국회 처리의지를 밝힌 법안들이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 않은 과도한 입법이라는 언론·시민사회 비판에 직면했다. 민주당은 피해구제에 방점을 찍은 "민생법안"이라는 입장을 강조하지만, 시민사회에서 우려가 제기되는 실정이다. 내용과 과정 모두 문제적이라는 얘기다. 

■ '소통' 없이 띄워진 '가짜뉴스' 대책, '언론개혁·민생법' 명명할 수 있을까

"언론공약 이행이 우선이다"(언론개혁시민연대), "공청회를 개최하라"(언론노조), "답답하기 그지없다"(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당 '언론개혁법'에 대한 이들 단체의 입장은 제 각기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비판은 정책 소통의 부재다. 지난해 10월 민주당 '미디어·언론상생TF' 출범 당시 TF 단장인 노웅래 최고위원은 "이제 정치와 언론이 제각각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상생과 공존의 관계를 회복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달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관련 토론회에서 노 최고위원은 "국민정서와 정반대되는 결론을 짜맞췄다"며 "이 토론회는 무효"라고 말해 언론계와의 극명한 인식차이를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시 토론회 논의가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 도입을 반대하는 기류로 흐른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당이 입법 추진 과정에서 숙고했어야 할 목소리들이 적지 않았다. ▲언론보도에 대한 고의·중과실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 ▲한국의 경우, 영미법제와는 달리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 언론·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형벌 수준을 갖추고 있다는 점 ▲권력집단의 제도 남용 소지로 기자의 취재·보도행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당시 박아란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원은 "서구의 많은 국가가 명예훼손을 비형벌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형법에 있고 사실적시 명예훼손도 있다"며 "법원판결에서 위자료 금액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고 했다. 

김민정 한국외대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와 함께 논의한다거나, 위자료 현실화 방안을 논의해 시행해 본 다음 논의할 수 있겠지만 지금 이런 방식으로 도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도입을 한다면 세밀하게 예외사례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 공직자의 공적사안에 대한 보도, 대기업 관련보도 등에 대한 적용 예외를 두는 등의 장치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전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은 "언론사 오보로 인한 피해에 따른 손배액은 협소하기 때문에 그걸 기준으로는 5배 배상도 실질배상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바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기보다는 오보로 인한 피해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구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불법으로 성립되지 않고, 나아가 공직자에 대한 비판적 보도에 손해배상이 적용되려면 '현실적·실제적 악의'(actual malice)가 입증되어야 한다. 미국은 1964년 '뉴욕타임즈 대 설리번' 사건 판결을 통해 이 같은 원칙을 세웠다. 

뉴욕타임즈는 당시 위증죄로 체포된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지지하는 인권단체의 기금모금 의견광고를 실었다. 인권단체는 무장경찰이 비폭력 인권운동을 벌인 앨라배마주립대 학생들을 진압하며 학교를 포위하고 식당까지 폐쇄했다는 주장을 광고에 담았다. 이에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 경찰국장 설리번은 뉴욕타임즈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앨라배마주 지방법원과 대법원은 설리번측 손을 들어줬으나, 미 연방대법원이 판결을 뒤집었다. 미 연방대법원은 언론사가 허위사실임을 인지하고, 아울러 사실의 진위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무모하게 무시한 것이 입증되었을 때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된다고 봤다. 이 때 입증책임은 원고, 즉 공직자에 있다고 판결했다. 

민주당은 이번 추진법안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기준과 정의를 규정하지 않고 그 판단을 현행과 같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언론중재위원회, 법원 등에 맡기는 방식으로 '정치권력의 가짜뉴스 규정과 언론비판 봉쇄'라는 비판을 일면 피하게 됐다. 실제 민주당은 현행 명예훼손 형벌 제도에서 단지 배상금(위자료) 수준을 높인 것으로, '언론 길들이기'라는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언론·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현행법령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정치·경제권력 집단의 제도남용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등을 법안에 담아내지 못했다. 

해당 법안에 대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현행 정보통신망법상의 명예훼손죄는 이미 형법상 명예훼손죄에 비해 가중된 처벌을 부과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거짓 사실 적시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서는 동 법의 다른 위반행위와 비교해도 더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과 같이 더욱 강화된 제재는 그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된 경우에 도입함이 타당"하다는 검토 의견을 냈다.

지난해 10월 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기자협회 등 언론3단체가 주최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타당한가' 토론회에서 노웅래 민주당 최고위원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민주당이 시민사회의 '언론개혁' 촉구를 외면하고, 가짜뉴스 대책을 중심으로 '언론개혁'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도 입법 소통 부재의 한 단면이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인터넷 임시조치 제도, 방송통신심의제도, 사실적시 명예훼손, 방송·통신 융합환경에 따른 낡은 법제의 정비 등 '언론개혁' 법안에 대해 현 정부여당이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그간 시민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언론노조는 "언론개혁을 주문했더니 언론검열로 답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언론연대는 "민주당이 더욱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방치하고 있는 언론공약을 이행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제안한 법안들은 시간을 두고 신중히 논의해도 결코 늦지 않다"고 했다. 민언련은 "미디어 개혁을 위한 독립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자는 언론‧시민사회 제안은 경청하지 않고, 시급한 법안이라며 ‘가짜뉴스’ 대책을 들고 나왔다"며 '공론장을 거친 정교한 언론개혁'을 주문했다.

민주당이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언론을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했다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입장을 뒤바꾼 모습은 당내 의견수렴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인터넷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윤영찬 의원 법안은 규제 대상을 '이용자'로 정의한다. 노 최고위원은 지난 5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유튜브 등 1인 미디어에서 난무하는 가짜뉴스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이는 언론탄압법이 아니라 피해자 구제, 미디어 민생법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 안팎에서 징벌적손배제 적용대상에 언론을 왜 빼느냐는 여론이 일었다. 노 최고위원은 8일 다시 "언론 역시도 허위·왜곡 정보를 악의적·고의적으로 기사화해 피해를 입혔다면 마땅히 징벌적 손해배상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결국 민주당은 언론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입장을 급선회했다. 

■ 기사·댓글 차단이 '언론개혁'? 

민주당 '6대 언론개혁법'에 대한 비판은 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쏠려 있지만 기사 열람차단 청구권과 댓글 임시차단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들은 언론·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을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기대 의원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인터넷 게시판 댓글로 인해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입은 경우, 피해자가 침해 사실을 포털 등 사업자에게 알려 댓글이 게재된 게시판 운영이 중단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사업자는 이용자 주장만 있으면 댓글 게시판 운영 제한조치를 취해야 하고, 또 임의로 댓글 게시판 운영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사업자가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 사업자는 임시적으로(30일 이내) 게시판 운영을 제한할 수 있다.

이에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은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 성립여부에 대한 해석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사업자 영업의 자유와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어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검토의견을 내놨다. 

양 의원 법안은 현행 포털의 임의적 임시조치 제도의 범위를 댓글 게시판까지 확장하는 법안으로,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나 방송통신위원회 정책방안과 상충된다. 

그간 권리침해 여부 판단이 어렵거나 분쟁이 예상되는 경우 플랫폼 사업자가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30일 간 임시적으로 차단했던 조치, 즉 '임의적 임시조치'는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대표적 제도로 꼽혀왔다. 2017년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는 '표현의 자유 위원회'를 꾸리고 ▲임시조치 제도 개선 ▲명예훼손죄 남용 방지 등을 약속, 정보게재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분쟁조정기구의 결정이나 법원 판단 전까지 게시물의 공개를 허용하는 제도개선을 약속했다. 방통위는 올해 정보게재자 이의제기권 신설, 임시조치 기간 단축, 사실적시 명예훼손 위법성 조각 사유 신설 등을 검토해 법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신현영 의원이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보도에 의한 피해자가 언론사, 포털 등 사업자를 상대로 기사열람 차단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정·반론보도 청구와 마찬가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기사열람차단 청구를 하게 된다. 문제는 기사의 주요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경우에 더해 '사생활의 핵심영역을 침해하는 경우', '그 밖에 인격권을 계속적으로 침해하는 경우' 등으로 규정돼 있어 청구 기준이 추상적이라는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열람차단청구가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한다며 "기본권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열람차단청구권의 도입 여부 및 피해구제의 범위 등을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검토의견을 냈다. 

두 법안 역시 정치·경제권력 집단의 제도남용 우려가 있다. 언론연대는 "임시조치와 마찬가지로 공직자나 공인이 허위, 사생활 등을 내세워 기사의 차단을 무더기로 청구하게 되면 이에 일일이 대응해야하는 언론의 취재가 현저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입법 권력에 취약한 포털 등 뉴스서비스제공자로 하여금 언론의 의사에 반하여 열람을 차단하도록 유인을 제공하게 되고,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공인이나 기업들이 자신에 대한 의혹 제기나 비판적 내용의 보도에 대하여 열람차단청구를 남발하여 언론중재법상 절차에 대응할 의무가 있는 언론사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보도활동을 심대하게 저해·위축시키는 수단으로 남용될 위험이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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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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