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경향신문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에 이완규 법제처장 등을 지명한 것에 대해 “도대체 제정신인가”라며 “내란 세력의 '헌재 알박기’”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완규 처장이 헌법재판관이 되는 것은 “헌법재판소에 대한 모독”이라고 잘라 말했다.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 보수언론도 한 대행의 이번 지명이 부적절하다며 재고를 요구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해 양당의 입장이 달라졌다는 양비론을 펼쳤다. 조선일보 사설에서 이완규 처장에 대한 논란은 없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경향신문은 9일 사설 <‘내란 방조’ 이완규 헌법재판관 지명한 한덕수 제정신인가>에서 “민주적 정통성이 없는 임시 지위인 한 대행의 재판관 지명은 그 자체로 위헌”이라면서 “한 대행이 지명한 후보자 중 한 명은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40년 지기이자 내란 공범으로 의심받고 있는 이완규 법제처장”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행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2017년 황교안 대행도 대법원장 추천 몫 이선애 재판관은 임명했지만, 대통령 몫 재판관을 지명하지 않았다.

특히 한 대행이 ‘윤석열 방패’로 불리는 이완규 법제처장을 지명한 것을 두고 파문이 일고 있다. 이완규 처장은 ‘내란 방조’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삼청동 안가회동’과 관련해 한 차례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처장은 비상계엄이 해제된 지난해 12월 4일 저녁 서울 삼청동 안전가옥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회동을 가졌고, 이후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이 처장은 경찰 조사에서 ‘휴대전화 교체’와 관련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6일 JTBC 단독 '이완규 법제처장도…'대통령 안가' 회동 참석자 최소 5명 추정' 보도 갈무리
지난해 12월 6일 JTBC 단독 '이완규 법제처장도…'대통령 안가' 회동 참석자 최소 5명 추정' 보도 갈무리

또 이 처장이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법률팀’에서 활동한 것과 관련해 결격 사유 논란이 일고 있다. 헌재법 제5조는 '정당의 당원 또는 당원의 신분을 상실한 날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사람'이나 '대통령선거에서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자문이나 고문의 역할을 한 날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사람'을 결격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 처장은 국민의힘 당적을 가진 적이 없으며 대선 시점은 2022년 3월 9일로 3년 1개월 전이라는 입장이다.

경향신문은 “헌법과 법률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내란 사건 피의자로 수사받아야 할 인물을 재판관에 앉히겠다니, 국민이 두렵지 않은가”라면서 “한 대행 언행은 최소한의 일관성도 갖추지 못했다.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3명을 유보하며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정신’이라고 밝힌 게 불과 3개월여 전”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결국 내란 세력을 헌재에 ‘알박기’ 하기 위해 한 대행이 총대를 멘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한 대행이 정국 안정과 협치를 위해 전력을 쏟아도 부족할 판에 주제넘은 재판관 지명으로 평지풍파를 일으켜 정쟁을 유도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사설 <안가 회동 ‘윤석열 친구’를 헌법재판관 지명하다니>에서 “윤 전 대통령 의중에 따른 결정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한 대행은 말 못 할 약점이라도 잡힌 건가"라며 "파면당한 전 대통령 최측근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하다니, 어떤 국민이 이를 납득하겠나”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한 대행은 당장 지명을 철회하고 돌이키길 바란다. 깊이 사죄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심판이 한 대행을 향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선고했다. 사진은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산책하는 윤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선고했다. 사진은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산책하는 윤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한국일보는 사설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 월권이다>에서 “헌법재판관 9인 체제는 6·3 대선에서 선출될 차기 대통령 임명을 통해 완성하는 게 상식과 순리에 맞는다. 정당성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무리한 임명이 오히려 헌재의 위상을 흔들 수도 있다”며 “지명 철회를 포함한 한 대행의 현명한 판단과 처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 보수 성향 신문도 부적절하다며 재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韓, 헌법재판관 지명… 권한 의문인데 ‘안가 회동’ 尹 측근을>에서  “이처럼 논란이 많은 인물을 지명한 한 대행의 권한 행사를 두고 일각에서 향후 자신의 행보 등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법조계에서도 한 대행의 재판관 지명에 대해 ‘직무범위를 넘어선 위헌’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면서 “헌법 수호기관의 보혁 구도를 바꿀 중대한 결정을 선출되지 않은 권한대행이 내리는 것은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한 대행은 더는 윤석열 정부의 연장선에 있지 않다. 대선까지 2개월 정부 교체기의 엄정한 관리자로서 정파와 이념을 떠나 공정하고 중립적인 선거 관리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어떤 정치적 논란에도 거리를 둬야 할 처지에 그 당사자가 돼선 더더욱 안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사설 <한덕수 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 부적절하다>에서 “윤석열 정부의 고위 인사가 이 시국에 헌법재판관을 맡는 것은 국민의 불신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로 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이라면서 “통상 분야 경험이 많은 한 대행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함에도 오히려 불필요한 논란과 국론 분열을 일으키고 말았다. 한 대행은 이번 결정을 재고(再考)하고, 대선 국면과 불안한 경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집중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尹 최측근을 헌법재판관 지명한 韓 대행의 이상한 인사>에서 이 처장의 ‘안가회동’을 거론하며 “이 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돼 수사를 받아야 할지도 모르는데, 구태여 그런 인사를 왜 재판관으로 앉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한 대행이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헌재 9인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국회 몫 마 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다가 뒤늦게 임명한 것도 설명이 필요하다”면서 “한 대행의 이런 종잡을 수 없는 인사권 행사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국민이 한둘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 <‘헌법 보루’ 헌재 놓고 끝없는 충돌>에서 “한 대행이 대통령 궐위 상태에서 헌재 결정 지연 사태를 막아야 한다며 재판관 후보 지명을 강행했다. 국힘은 환영했지만, 민주당은 ‘월권이자 정신 나간 일’이라고 반대했다. 양측이 서로 선호하는 재판관을 임명하기 위해 기존 입장을 뒤집으며 힘겨루기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법조계에서도 찬반론이 있다고 한다”며 “아직 그런 상황도 없어 전례를 따지기도 힘들다. 그런 점에서 법적·정치적 숙의 과정이 좀 더 필요했다는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한 대행 등 내각에 대한 줄탄핵까지 예고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주요일간지들이 지적한 이 처장의 부적절성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세계일보는 사설 <논란 불가피한 韓 대행의 후임 헌재 재판관 지명>에서 “헌재 파행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지만 월권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韓 대행 헌법재판관 지명, 이 시점에 또 정쟁 치닫나>에서 “하필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측근인 이 처장 카드를 꺼내 논란의 불씨를 더 키웠는지는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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