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노하연 기자] 헌법재판소 비난에 한몫했던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모든 국가기관과 국민이 헌법재판소의 선고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는 “국제기구엔 헌재 불신을 퍼뜨리고, 국민에겐 결정 존중을 요구하는 모순된 메시지”라고 비판했다.
안창호 위원장은 2일 성명을 내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격화된 대립과 갈등 양상이 예기치 못한 인권침해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화해와 통합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창호 위원장은 “인권위는 오는 4일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결과를 모든 국가기관과 국민이 존중해야 함을 천명한다”며 “이는 헌정질서 최종 수호기관의 결정에 대한 존중이자 사회통합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서로 다른 주장과 견해들이 공방하기도 했지만, 이번 선고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를 비난하고 대통령과 내란 종사자의 방어권 보장에 앞장섰던 안창호 위원장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성명을 낸 것은 모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3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가인권위원회바로잡기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같은 날 성명을 내어 “내란 수괴를 옹호하는 듯한 서한을 보낸 뒤 진정 반성은커녕 유체이탈 화법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자가당착, 적반하장의 성명”이라며 “국제기구엔 헌재 불신을 퍼뜨리고, 국민에겐 결정 존중을 요구하는 모순된 메시지”라고 비판했다.
안창호 위원장은 지난 2월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이하 간리)에 보낸 서한에서 “국민 50% 가까이 헌법재판소를 믿지 못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몇몇 헌법재판관이 속했던 단체와 과거 행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주장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인권위 결정문에 반대의견을 제외하고 찬성의견을 첨부해 제출했다. 이후 간리는 인권위에 특별 등급심사 개시를 통보했다.

공동행동은 “누가 국론을 분열시켰는가. 내란수괴 옹호 의견표명을 하며 국민의 50%가 헌법재판소를 불신한다고 하고,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 헌법재판소를 비난하는 서한을 보낸 안창호가 아닌가”라면서 “누가 가장 탄핵심판 선고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는가. 비상계엄을 통치행위라 정당화하고 야당의 탄핵남용이 국헌문란이라고 한 안창호와 김용원, 그리고 이들을 따른 4인 인권위원이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공동행동은 “안창호 위원장이 최소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면 해야 할 이야기는 지금까지의 민주주의와 헌법질서 훼손에 국가인권위원회가 동조한 것에 대한 뼈저린 성찰과 사죄”라며 “어떠한 반성도 하지 않고 선고기일이 잡히자 갑작스레 화해와 통합을 이야기할 것이라면 안창호는 차라리 그 어떤 말도 하지 말라”고 직격했다.
인권위는 ‘내란비호위원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안창호 위원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고 8일이 지나 첫 입장을 발표해 ‘늑장 대응’ 논란을 자초했다. 또 입장문에 계엄 사태의 위헌·위법성은 언급되지 않았으며 계엄에 따른 인권침해 여부를 직권조사하겠다는 내용이 빠져 있었다. 간리의 일반논평(General Observation) 2.5는 국가비상사태나 쿠데타가 발생했을 경우 국가인권기구는 높은 수준의 경계심과 독립성을 갖고 자신의 권한을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인권위는 지난 2월 10일 강행 처리한 윤 대통령 방어권 보장 안건 결정문에 “비상계엄은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통치행위에 속한다고 봐야 할 것” “(윤 대통령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받고 신속하게 계엄을 해제함으로써 계엄이 단시간 동안 지속되는 데 그친 것”이라는 주장을 담아 내란을 옹호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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