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헌법을 외면하는 정당이 헌법 개정을 말하는 '언어도단'이 벌어지고 있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또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을 맞춘 정치권의 개헌 논의가 계엄군을 막아낸 '광장의 시민'을 배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헌법 파괴자'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한 국민의힘이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면서 개헌론을 고리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13일 김기현, 추경호, 나경원 등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대통령 탄핵 각하'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3일 김기현, 추경호, 나경원 등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대통령 탄핵 각하'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우 의장은 지난 6일 '개헌 특별 담화'를 통해 "이번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우 의장 담화 전후로 정치권에서 분출한 개헌 논의를 종합하면 '차기 대통령 임기 3년 단축 후 4년 중임제 도입'이다. 민주당 김동연·김부겸·김두관, 국민의힘 오세훈·한동훈·유승민·안철수 등 대선주자들이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을 주장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7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4년 중임제 도입에 동의한다면서도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과 계엄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헌은 대선 때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4년 중임제, 감사원의 국회 이관, 국무총리 추천제, 결선투표제, 자치분권 강화, 국민 기본권 강화 등은 실제로 결과는 못 내면서 논쟁만 격화돼 국론 분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며 "이런 복잡한 문제들은 각 대선 후보들이 국민에게 약속을 하고, 대선이 끝난 후에 최대한 신속하게 공약대로 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개헌론을 고리로 이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7일 논평에서 "이 대표와 민주당은 개헌을 거부하냐"며 "대통령 권한은 줄이고, 국회 권한도 균형 있게 조정해야 한다.(중략)지금의 의회독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대변인은 8일 논평에서도 "탄핵 이후 국론 통합에 앞장서기는커녕 여전히 소모적 정쟁에 골몰하며 어떻게 해서든 정권을 찬탈하겠다는 생각뿐인 민주당과 이 대표의 행보야말로 왜 개헌이 필요한지를 말해준다"고 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무처당직자 조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무처당직자 조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한겨레는 사설 <헌법 파괴범 옹호 정당은 개헌 말할 자격 없다>에서 "헌법을 보호하지 못한 정당, 헌법 위반자를 옹호하는 정당이 헌법을 고치겠다고 큰소리치는 건 언어도단"이라며 "국민의힘은 개헌을 말하기에 앞서 윤석열과 관계부터 정리하고, 계엄·탄핵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은 개헌 주장은 '내란 청산'과 '국민의힘 책임론'을 물타기하려는 정략으로 비칠 뿐"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헌법에 결함이 있어서가 아니라, 권력자가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해 벌어진 일"이라며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헌법 파괴범' 윤석열과 결별하기는커녕 '대선 준비를 잘해서 꼭 승리하길 바란다'는 그의 말을 전하는 등, 옹호 행태를 버리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 당론도 사과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우 의장의 제안에 대해 비현실적이라며 한 달 안에 국민적 합의를 모아 정치권에서 개헌안을 마련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했다. 한겨레는 대선 기간 후보들이 개헌 로드맵을 제시하고 차기 정부에서 시행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국민의힘 대선체제로, 윤석열 절연도 쇄신도 없이 갈 건가>에서 "내란 옹호 정당이 내란 극복의 장이 돼야 할 조기 대선에 그 모습 그대로 나서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라며 "그러면서 ‘반이재명’ ‘개헌’ 구호만 외치면 집권할 수 있다고 여기는 건 윤석열 탄핵심판 말미에 ‘4 대 4 기각’이니 ‘5 대 3 기각’이니 하며 희망회로 돌리기에 급급했던 것과 다를 바 없는 헛된 망상"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석열의 강을 건너지 않고, 대선으로 바로 ‘표지갈이’ 하는 것인가. 황당무계하고 후안무치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며 "12·3 내란 정국에서 국민의힘이 무슨 일을 했는지 모두 알고 있다.(중략) 당 전체가 윤석열과 아스팔트 극우에 기대며 ‘내란 본당’을 자처한 꼴"이라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산책하는 모습. 윤 전 대통령은 4일 헌법재판소 파면 선고 이후 8일 현재까지 관저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산책하는 모습. 윤 전 대통령은 4일 헌법재판소 파면 선고 이후 8일 현재까지 관저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향신문 김민아 칼럼니스트(전 논설실장)는 칼럼 <졸속 개헌론, 헌정파괴세력은 있고 '시민'은 없다>에서 왜 졸속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개헌론인지 설명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지금 존재하는 헌법도 외면하는 정당을 새 헌법을 만드는 테이블에 앉힐 수는 없다. 그것은 헌정질서파괴세력에 '이대로 가도 된다'며 관용을 베푸는 일"이라며 "뜬금없는 개헌론은 광장의 승리를 제 것인 양 여기고, 시민의 트로피를 가로채겠다는 정치권의 책략일 뿐이다.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면 여의도의 고급 식당이 아니라 전국 곳곳의 '광장'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근본적 질문이다. 윤석열이 파면된 지 사흘 지났다"며 "파면 이후 가장 시급한 과제가 권력구조를 바꾸는 일인가? 헌법이 잘못돼서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켰나"고 따져 물었다. 김 칼럼니스트는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면 트럼프발 관세 전쟁과 불황으로 고통받는 기업·자영업자, 일자리가 부족한 청년, 노후가 부안한 고령자, 구조적 차별에 시달리는 노동자·여성·성소수자·장애인의 삶이 나아지는지 정치권이 구체적으로 설명해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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