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이 재난방송 대응상황을 점검하겠다며 SBS(사장 박정훈) 목동 사옥을 방문했다. 현행법상 재난주관방송사는 KBS로 지정돼 있다.
방통위는 TV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졸속 추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검사·감독 논란을 빚고 있다. KBS·MBC 방문이 부담스러운 방통위가 SBS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무조정실은 각 정부부처에 장·차관의 재난대응 실적을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방통위는 <방통위, SBS 재난방송 대응상황 현장점검>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김효재 대행 사진 3장과 함께 배포했다. 방통위는 "김효재 대행은 21일(금) SBS 목동 사옥을 방문하여 장마철 집중호우 관련 재난방송 대응상황과 제작 현장을 점검했다"고 전했다.
김효재 대행은 "재난상황을 보다 신속하게 전파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재난 유형별 국민행동요령을 적극적으로 방송해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앞장서주기 바란다"면서 "방통위도 집중호우로 인해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으며, 신속하고 정확한 재난방송을 위해 필요한 모든 지원과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스 취재결과, 국무조정실은 최근 각 정부부처에 '장차관급 재난대응실적 점검'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차관들은 16일부터 22일까지 재난 관련 현장을 점검하고 실적을 국무조정실로 보고하라는 내용이다. 방통위의 SBS 현장 점검은 하루 전날(20일) 급하게 결정됐다. SBS도 부랴부랴 김효재 대행 방문을 준비를 했다는 후문이다.
3인 위원·위원장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방통위는 수신료 분리징수 졸속 추진, 방문진 검사·감독 실시 등으로 언론탄압 논란을 빚고 있다. 방통위는 김효재 대행과 이상인 상임위원 주도로 대통령실 권고 한 달 만에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을 강행 처리했다.
통상 40일인 입법예고 기간은 10일로 단축됐고, 입법예고 기간 접수된 90%에 달하는 반대의견(4234건)은 무시됐다. 공영방송 재원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정부는 '규제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공영방송의 위상과 공적 책임 이행 보장 방안을 마련하라'는 대통령실의 또 다른 권고는 이행하지도 않았다.
김효재 대행은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방문진에 대해 방통위 검사·감독을 실시 중이다. 야당 추천 김현 상임위원이 단식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감사원 감사가 실시중일 때에는 검사·감독을 하지 않겠다고 합의해 관련 절차가 잠시 중단됐다. 자료확보를 위한 방문진 예비조사는 실시했다. KBS·MBC 구성원들로부터 비판받는 김효재 대행이 공영방송을 방문해 재난방송 대응상황을 점검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방통위가 재난방송 점검을 위해 SBS를 방문한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례가 매우 적고, 통상 재난주관방송사인 KBS를 방문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방통위가 홈페이지를 통해 밝히고 있는 동향을 보면, 2009년~2023년 방통위가 재난상황에서 SBS 점검을 나간 사례는 2016년 10월 초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SBS를 방문한 사례가 유일하다. 최성준 위원장도 9월 말 KBS부터 방문해 재난방송 대응체계를 점검했다.
방통위가 재난상황에서 KBS를 방문해 온 이유는 KBS가 재난주관방송사이기 때문이다. 현행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은 KBS를 재난주관방송사로 지정하고 있으며, 재난주관방송사가 재난상황에 관한 업무 소관기관인 중앙행정기관장, 지방자치단체장 등에게 재난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정부와 재난상황 정보를 직접 공유하고 함께 대응해나가는 방송사가 KBS다.
이에 따라 한국의 재난방송 제도는 KBS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2019년 강원도 산불 발생 이후 정부부처의 신속하고 정확한 재난상황 공유와 재난방송의 맞춤형 정보 제공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회적 비판이 커지면서 관련 제도가 개선돼 왔다. 재난방송의 요청주체는 행정안전부로 일원화됐고, KBS 재난대응 책임자는 사장으로 격상되었으며, 방통위는 재난방송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24시간 재난방송 종합상황실'을 설치했다. KBS는 재난방송에 있어 한국수어·외국어 자막 의무를 부여받고 있기도 하다.
방통위는 지난 18일 "호우로 인한 재난상황에 대한 방통위 대응과 방송사별 재난방송 실시 현황을 자체 점검했다"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비상 2·3단계 발령 시 방통위는 KBS 등 주요 방송사에 재난방송을 요청하고 지속적인 홍보에 협조하는 등 재난방송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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