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여권 KBS 이사들이 결국 구성원 대다수가 반대하는 대규모 조직개편안을 의결했다. 야권 이사들은 “‘국민의 방송’ KBS를 어디까지 망가뜨리려 하는가”라고 규탄했다.
25일 KBS 이사회는 야권 이사 4인의 반발 속에 KBS 경영진이 상정을 요구한 조직개편안을 처리했다. 야권 이사 4인은 표결 전 퇴장했다. 이번에 통과된 조직개편안은 ▲시사프로그램 제작 보도국 이관 ▲기술본부 대규모 축소 등을 골자로 한다.

경영진은 지난 12기 이사회에서 '조직개편'을 추진했으나 다수 이사들과 구성원들의 반대로 철회했다. 그러나 경영진은 13기 KBS 이사회 출범 일주일 만인 지난 11일 조직개편안을 재상정했다. 또 이날 여권 KBS 이사들은 ‘시민평가단’ 운용을 배제한 ‘27대 사장 임명 절차’ 의결을 강행 처리했다.
이날 야권 추천 김찬태, 류일형, 이상요, 정재권 이사들은 이사회 직후 입장문을 내어 “두 안건 모두 공영방송 KBS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중대 사안이지만, 합리적이고 충분한 대화와 토론 없이 표결이 강행됐다”며 “‘다수가 밀어붙이면 그만’이라는 오만과 독선이 KBS를 짓누르고 있다”고 규탄했다.
야권 추천 이사들은 “KBS의 구조를 뒤흔드는 대규모 조직개편안이 이처럼 졸속과 날림으로 처리된 것은 KBS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렵다”며 “단 두 차례뿐이었던 이사회 심의에서 단 하나의 질문도, 단 하나의 지적도, 단 하나의 제안도 하지 않은 여권 성향 이사가 있었을 정도니 ‘KBS 이사회가 박민 사장의 거수기냐’는 비판에 무슨 수로 반박할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10월 말이면 차기 사장을 선출할 텐데, 후임 사장의 비전과 구현할 조직 재편을 어렵게 만드는 결정을 이사회가 했다는 비난의 소지 또한 다분하다"면서 "그런데도 여권 성향 이사들이 조직개편안 의결을 강행한 것은 박민 사장을 차기 사장으로 밀어붙일 속셈임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KBS 이사회는 오는 26일부터 후임 사장 후보자를 공모하고 다음 달 23일 면접심사와 이사회 표결을 통해 최종 후보자 1명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한다는 계획이다. 박민 KBS 사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29일까지다.
야권 KBS 이사들은 이번 사장 선임 과정에서 ‘시민평가단’이 배제된 것에 대해서도 “공영방송 KBS의 정체성을 강화시키기는커녕 구시대로 후퇴시킬 것임이 명백하다”며 “무엇보다 입으론 ‘KBS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론 사장 선임 과정에서 국민을 완전히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KBS는 지난 2018년 사장 임명제청에 시민평가를 반영하는 방식을 도입해 총 3차례 시행한 바 있다. 양승동 전 KBS 사장, 김의철 전 KBS 사장 등이 시민평가를 받아 임명제청됐다. 그러나 지난해 박민 보궐 사장 선임 과정에서 물리적 시간 한계 등을 이유로 배제됐다.
야권 이사들은 “수신료 분리 징수에 따른 수입 감소뿐아니라 저조한 광고 실적과 콘텐츠 판매 하락 등으로 경영의 어려움이 심각하다. 박민 사장 취임 이후 1년 사이 방송 신뢰도 또한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며 “말 그대로 ‘복합 위기’이며, 온 구성원이 한마음으로 공영방송의 제 길을 찾지 않으면 국민으로부터 완전히 외면당할 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야권 이사들은 “KBS의 위기를 부채질할 조직개편안과 새 사장 선임 절차에 반대하며, 향후 진행 과정에서 KBS의 공영성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견제와 감시에 매진할 것임을 분명하게 밝힌다”면서 “박민 사장과 여권 이사들은 KBS를 도대체 어디까지 망가뜨리려 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 KBS노동조합, KBS같이(가치)노동조합과 기술인협회, PD협회 구성원들은 이사회 개최 전 KBS 본관 안에서 ‘조직개편 완전 철회’ 촉구 집회를 열었다. KBS 구성원들은 매주 이사회 개최 당일 관련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이날 구성원들은 ‘조직개편안 강행’이 예고되자 이사회장으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를 가로막았다.
KBS본부 쟁의대책위는 이날 활동보고에서 “이사회마저 거수기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며 “서기석 이사장 등 다수 이사들은 뭐가 두려운 것인지, 구성원이 농성 중인 본관을 피해 다른 길을 이용해 이사회장에 몰래 이동하는 파혐치한 행태를 보였다. 이사회마저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것으로 불법적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한 이사들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본부 쟁의대책위는 “표결에 참여하는 이사들은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면서 “이 모든 사단의 중심인 낙하산 박민 사장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압도적 쟁의행위 찬성을 기반으로 낙하산 박민 사장이 다시는 KBS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KBS본부 쟁의대책위와 KBS노동조합은 현재 ‘단체협약 쟁취와 무능경영 심판, 공영방송 KBS사수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투표 종료일은 다음 달 7일이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최근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박민 사장 신임 투표' 결과 응답자의 98.75%가 '불신임 한다'고 답했다. 박 사장의 연임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99%에 달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관련기사
- "'연임설' 박민 불신임 98.75%, 공영방송 KBS 파괴 덕이죠"
- '불신임 98.75%' KBS사장 "조직개편 반대는 기득권 향수"
- KBS 양대노조, '무능경영 박민 심판' 쟁의행위 투표 실시
- 박민 연임설 속 KBS이사회, 차기 사장 추천 작업 시동
- "새 이사 원천무효" 반발 속 KBS 이사장 호선 '속도전'
- 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 '박민 신임 투표' 실시
- 이준석, KBS '전격시사' 0.8% 청취율에 "고성국 씨가 육성형인가"
- "정리해고 전제 아니다" 말발 안 통하는 KBS경영진…왜
- 여권 이사, KBS 경영진에 "조직개편 자신없냐" 추궁
- KBS '조직개편' 날치기 일단 불발…구성원 "반대" 한목소리
- KBS PD들 "추적60분 보도본부 이관, MB 때 판박이"
- "박민이 할 일은 밀실 조직개편이 아니라 KBS 떠날 준비"
- KBS경영진, 수신료 대응 자화자찬 속 "희생양 찾기 바빠"
- KBS 구성원 "선무당이 조직개악안 강행…심판의 시간"
- '박민 조직개편' 반발한 KBS 제작본부 팀장들 '보직사퇴'
- KBS 사장 지원자, '연임설' 박민 포함 달랑 4명
- 기미가요 방송 잊은 박민, 연임 도전의 변
- 연이은 '박민 연임 반대' 90%대 KBS 내부조사 결과
- 전례없는 보수 정부 KBS 보궐사장 연임…설마 박장범?
- "친윤·여사 낙하산, KBS 망치기 경쟁하는 꼴"
- 언론노조 KBS본부 '쟁의 찬반투표' 가결…찬성률 93%
- KBS 양대노조, '쟁의행위' 찬반투표 가결…"태업, 파업 등 다앙한 투쟁방식"
- '박민 조직개편 반발' KBS 팀장 릴레이 보직사퇴
- KBS 구성원들, '연차투쟁'으로 쟁의행위 시작
- KBS 구성원, 박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신고…왜?
- 박민 경영계획서 대리 작성-기술인협회장 사찰 의혹
- KBS구성원, 박민 권익위 추가 신고…경영계획서 대리작성 의혹
- "용산 낙하산, 파우치, 보도참사" KBS 최종 사장 후보
- "'KBS이사 효력정지 가능성 높아져…사장 선임 중단하라"
- KBS구성원, "용산방송 거부한다" 깃발 올렸다
- KBS 23일 총파업 돌입 "위법적 사장 선임 무효"
- 'KBS이사 효력정지' 재판부 기피 신청 항고심만 한달째
- 군사작전 방불케 하는 KBS 차기 사장 선출
- 야당 "KBS이사회, 불법적 사장 선임 뒷감당 가능한가"
- 술친구가 못다 한 KBS 조직개편, 파우치가 바통 터치?
- 박민 "박장범, KBS 조직개편 공감...시행 의지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