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가 무급휴직 시행을 공식화했다. 박민 사장은 “정리해고를 전제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서는 ‘구조조정’ 사전 작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급휴직’ ‘구조조정’ 모두 이사회 의결 또는 노동조합 동의가 필요하지 않아 경영진이 강행할 수 있다. ‘무급휴직’ ‘구조조정’ 모두 KBS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KBS 경영진은 21일 열린 이사회에서 ‘2024년도 무급휴직 시행(안)’을 보고했다. 이사회는 ▲‘무급휴직’이 적자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사내 불안감만 키운다 ▲전사적 고용조정, 해고 회피 노력 등의 표현을 자제해야 한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박민 사장은 “정리해고를 전제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민 KBS 사장 (사진=KBS)
박민 KBS 사장 (사진=KBS)

KBS 경영진은 ‘무급휴직 시행계획’의 목적을 “전사적 고용 조정 계획의 일환(해고 회피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경영진은 지난 7월 시행한 제2차 특별명예퇴직 및 희망퇴직 실시안에서도 해당 문구를 명시했다. 앞서 시행된 1차 실시안에는 없었다.  

KBS 경영진은 ‘무급휴직’ 시행 배경으로 올해 16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며 100명의 직원이 무급휴직을 시행하면 15억 2000만 원의 인건비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무급휴직 신청 대상자는 KBS 일반직 직원 전원이며 신청자를 대상으로 특별인사위원회 심의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무급휴직은 오는 10월 1일 시행될 예정이다. 

KBS 내부에서는 정리해고 사전작업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리해고·구조조정은 이사회의 의결 사항이 아니고 노동조합과의 합의 사안도 아니기 때문에 경영진이 강행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구조조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해고 회피 노력 ▲근로자 대표와의 성실한 협의 절차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 마련 및 대상자 선정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경영진이 무급휴직 계획안에 ‘해고 회피 노력’을 적시한 것도 구조조정 명분 쌓기라는 의심을 낳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는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기준에 관해 과반 노조에게 해고 시행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KBS에 과반 노조가 존재하지 않아 경영진은 해고와 관련된 내용을 노조와 협의할 의무가 없다. KBS 경영진은 해고 시행 30일 전 고용노동부에 신고만 하면 된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한 KBS 직원은 21일 미디어스에 “회사의 무급휴직안을 보면 구조조정을 위한 요식행위”라며 “100명이 신청했을 때 15억 정도만 효과를 본다고 하면서 1600억 원의 적자에 대한 해고 회피 노력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심지어 법령에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무급휴직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사측은 심사를 통해 대상자를 선발한다고 한다”며 “누구는 해주고 또 누구는 안 해준다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해고 회피 노력이 맞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20일 성명서를 내어 “무도하게 무급휴직을 밀어붙이는 것은 과반노조가 없는 틈을 타 낙하산 사장이 품고 있는 구조조정을 시행하고자 절차를 밟아두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낙하산 박민 사장은 친정부 땡윤 뉴스와 친일-극우방송으로 KBS의 신뢰도 추락, 영향력을 저하시키며 경영 위기를 자초해 왔다. 왜 사장과 일당이 의도적으로 자초한 위기의 책임을 특별명예퇴직과 희망퇴직, 무급휴직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에게 뒤집어씌우려 하냐”라고 성토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노동자를 강제로 감축하고 그것을 성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다시 낙점을 받으려는 무리수 아닌가”라며 “공영방송의 노동자들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구조조정을 호락호락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낙하산 사장과 그 일당들이 추진하는 구조조정 시나리오에 대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의 일터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 구성원들이 17일 사옥 앞에서 '조직개편 철회 촉구'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언론노조 KBS본부)
KBS 구성원들이 17일 사옥 앞에서 '조직개편 철회 촉구'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언론노조 KBS본부)

KBS 같이(가치)노동조합도 21일 성명을 내어 “박민 사장과 현재 경영진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결국 인적 구조조정이 전부인가 보다”라며 “흔히 무급휴직은 정리해고를 위한 사전 단계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같이노조는 “경영진은 매번 해당 부서나 직원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고, 아이디어나 주장 수준에 그칠 내용을 최종안으로 제시한 다음에야 의견을 수렴하는 듯 시늉했다”며 “무급휴직도 마찬가지다. 무급휴직으로 현장에 공백이 생기면 실수와 사고 가능성은 현저히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같이노조는 “경영진이 수치스러운 일을 벌이더라도 행동에 나서지 않는 건 구조조정, 정리해고의 공포 때문이 아니라 위기에 회사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라며 “상황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박민 사장이 할 수 있는 게 정리해고뿐이라면 가장 무능한 경영진과 본인 스스로를 정리하라”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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