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이사회가 사내 반발에 직면한 사측의 ‘직제규정 개정안’에 대해 절차와 내용을 갖추지 못했다며 관련 논의를 차기 이사회로 미뤘다. 한마디로 졸속적이라는 지적이다. 노동조합들과 직능단체들은 이사회 개최 전 조직개편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KBS 경영진은 17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직제규정 개정(안)’ 상정·의결을 추진했다. 경영진은 이날 이사회가 해당 안건을 상정, 의결하면 조직개편을 다음 달 23일 시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경영진은 이사회 당일에서야 직제 비교표만 제출했다. 경영진이 이사회에 안건 상정을 요구하려면 이사회 개최 7일 전 이사들에게 안건에 대한 내용과 자료를 전달해야 한다.

안건 상정 보류를 요구한 김찬태 이사는 “안건의 형식과 내용에 명백한 하자가 있다”며 “개정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 과거 직제규정 개편 때는 대부분 소위에서 사전 보고를 하고 논의가 된 다음 의결 절차를 밟았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상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사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상당한데 조직개편이 노사 합의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구성원의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며 “과거에는 외부 컨설팅을 맡기기도 하고 직무분석도 하고 합리적 절차를 거쳤는데, 이번에는 구성원 보고 따라오라는 식이다. 박민 사장이 연임을 하든 안 하든 12월 새 집행부가 처리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조숙현 이사는 “(사측이)안건을 제출할 때는 주문 제안과 주요 내용을 명시한 자료를 (이사회 개최)7일 전까지 제출해야 하는데, 이사들이 제공받은 의안에 ‘개정안’이 첨부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개정안이 오늘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이라며 “당일에 안건이 제출된 것이기 때문에 안건 상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이사는 “조직개편이 얼마나 졸속인지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 정도의 형식적 절차도 갖추지 않고 의결 안건으로 올려서 논의한다면 이사회는 거수기밖에 안 된다”며 “이 내용을 심도 있게 논의하려면 보고 안건으로 전환하든지, 요건을 갖춰 원칙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이사는 “마치 국회에서 법안을 발의하는데, 개요만 밝히고 법률안은 내지 않은 상태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상요 이사는 “어떻게 직제규정이 되는지에 대한 문서가 있어야 심의 의결해야 할 것 아니냐”며 “뭘 갖고 심의하고 의결하라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여권 추천 이사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석래 이사는 “이 부분은 (문제가)상당히 심각한 것 같다”며 “(안건 상정)요건이 되는지부터 확인하고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BS 이사회는 논의 끝에 해당 안건을 상정하지 않고, 다음 주 이사회에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사회 개최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KBS노동조합, 같이노조와 직능단체인 PD협회, 기술인협회 등의 200여 명은 ‘일방적 조직개편 규탄’ 피케팅을 진행했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그동안 수차례 조직개편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밀실에서 추진된 적은 본 적이 없다”면서 “임기가 반년도 남지 않은 보궐 사장이 무슨 자격으로 KBS의 미래를 그릴 조직개편을 진행하냐”고 비판했다.
허성권 KBS노조 위원장은 “조직을 반토막 내고 위기의 KBS를 더욱더 망쳐버리는 이 상황에 분노하고 믿을 수가 없다. 이제는 행동을 해야 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권준용 같이노조 위원장은 “경쟁력을 깎아내는 조직개편을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의 전문적인 인력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KBS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김세원 PD협회장은 “시사 부분을 분리시켜 보도본부로 보내는 것은 이미 수차례 경험을 했고 그때마다 실패했다”면서 “박민 사장은 취임한 이후 제대로 하는 건 하나 없이 회사를 축소시키고 망치는 데만 전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승준 기술인협회장은 “어느 사장도 임기 4개월을 남겨두고 조직개편을 강행한 사례는 없다. 권력의 사유화”라면서 “혼수상태 경영진과 한통속이 되지 않으려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KBS이사회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사회가 나서 사장의 잘못된 조직개편 강행을 즉각 중단시켜라”고 촉구했다.
사측이 추진 중인 조직개편은 기존 1실 6본부 3센터 46국인 본사 조직을 1실 4본부 6센터 36개국으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콘텐츠 전략본부가 신설되고 기존 제작 1, 2본부가 해체되며 시사교양PD들은 기자 중심인 보도본부로 자리를 옮긴다. 교양다큐 PD들은 신설되는 교양다큐센터 소속이 된다. 교양다큐센터는 별도의 사장 직속 기구라고 한다. 기술본부도 대폭 축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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