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이 방송문회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이사 효력정지와 관련해 “헌법과 법률, 국민의 상식 위에 군림하려는 윤석열 정권에 사법부가 철퇴를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방송장악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라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언론계·시민사회의 요구를 더 이상 무시하지 말고 공식적인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방송장악 중단, 정치독립 보장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미디어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방송장악 중단, 정치독립 보장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미디어스)

90여 개 언론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방송장악 중단, 정치독립 보장>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 부장판사)는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 김기중·박선아 이사가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방문진 이사 선임 집행정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방통위는 5인으로 구성되도록 법률이 규정하는데, 이진숙·김태규 2인 체제가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입법 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 ▲방통위가 신청인들을 전임자로 지정해 업무수행을 못하도록 한 것은 방문진법 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방문진법 제6조 제2항은 '임기가 끝난 임원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임명 당일인 지난달 31일 11명으로 구성되는 KBS 이사 중 7인을 추천하고, 9명으로 구성되는 방문진 이사 중 6인만 임명했다. 이 위원장과 김 부위원장은 약 1시간여 만에 83명의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를 심사하고, 선임 작업을 마무리해 졸속 심사 논란이 일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의 MBC 장악 시도가 가처분 결정에 의해 가로막힌 게 벌써 세 번째”라며 “3전 3패인데, 윤석열 정권은 그만 몽니를 부리고 불법적이고 무도한 방송 장악에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라. 국민 여론과 헌법 가치를 파괴하면서 부렸던 방송장악의 난동은 앞으로도 법원에 의해 가로막힐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사진=연합뉴스)

윤 위원장은 “압도적 여론이 원하는 언론자유의 보장,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는 법률 개정에 나서는 것이 이 사태의 완전한 해법이 될 것”이라며 “마침 국회의장이 여야에 대해 공영방송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 제안을 다시 할 것이라고 하는데, 여야 모두 호응해 입법부의 책임을 완수하라. 또 윤 정권은 방송장악을 중단하고, 더 이상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금명간 여야에 ‘방송4법’ 중재안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윤 위원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더 이상 언론계의 요구, 시민사회의 요구를 무시하지 말고 공식적으로 대화에 나서라"라며 “집권 여당으로서 방송의 정치적 독립·언론 자유 보장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정리하라.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힌 방송 3법에 대해 입장을 바꾸든가, 그것도 못하겠다면 대안을 내놓고 토론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방송 장악은 불가능하다는 게 번번이 입증되고 있는데, 언제까지 실패를 반복할 것인가. 그런 방식으로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윤석열 정권의 MBC 장악 시도에 또다시 제동을 걸어준 사법부에 감사하고, 1,813장의 탄원서를 작성한 MBC 구성원, 또 다른 탄원서를 작성한 13,271명의 시민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MBC마저 장악돼서는 안 된다는 시민들의 열망이 모여 재판부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6일 열린 '방송장악 중단, 정치독립 보장' 기자회견에서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왼쪽)과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오른쪽)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26일 열린 '방송장악 중단, 정치독립 보장' 기자회견에서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왼쪽)과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오른쪽)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이 MBC본부장은 “재판부는 이진숙 방통위의 모든 주장을 사실상 기각했다”며 “헌법과 법률, 국민의 상식 위에 군림하려는 윤석열 정권에 사법부가 철퇴를 내린 것이다. 이 정도의 판단이 나왔으면 윤석열 정권은 대국민 사죄와 방송장악 중단 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MBC본부장은 “지난 총선에서 민심 읽기를 거부한 것에 이어 사법부 판단마저 이 정권이 대놓고 무시한다면 전 국민적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즉시 방송장악을 중단하고 '방송4법' 개정 논의에 동참하라”고 했다. 

이 본부장은 “윤석열 정권이 이번 결정으로 MBC 장악 시도를 중단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구성원들은 단단히 뭉쳐 더욱 단호히 맞설 것이다. 법원의 결정을 통해 얻은 시간 동안 공영방송 종사자들은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더 좋은 보도, 좋은 프로그램으로 MBC를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이번 법원의 가처분 인용이 본안 소송과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탄핵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변호사는 “사실 법원이 가처분 판결문에 2~3줄 정도 쓰고 집행정지를 결정할 수도 있는데, 이번에는 아주 세세하게 적시했고 이전 사건의 결정까지도 인용했다”며 “(본안 소송에)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이 위원장의 탄핵 사유 중 하나가 ‘2인 체제의 위법성’이라면서 “이진숙 위원장의 직무에 대한 위법성이 집행정지 결정에서 일단 소명된 상황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도 이 부분을 면밀히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탄핵 사유를 추가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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