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진숙, 이하 방통위)의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교체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자 동아일보는 "방통위를 기형적으로 운영한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임기가 만료된 이사들이 낸 가처분이 인용돼 '2인 체제' 방통위의 문제점이 더욱 선명해졌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문재인 방문진 유지' 프레임을 내세우며 '2인 체제' 방통위의 위법성에 대한 법원 판단도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YTN 사영화 가처분 재판에서 서울고법이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의 '적법성'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는데, 해당 재판 결정문은 '2인 체제 위법성 문제 여지'라고 기술하고 본안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문구가 적시돼 있다. 

또 조선일보는 국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방송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발의한 법안대로 과학기술 분야를 과방위에서 떼어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과방위에서 과학기술 입법논의를 책임지는 국민의힘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방송통신위원회 이진숙 위원장(오른쪽)과 김태규 상임위원이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1일 방송통신위원회 이진숙 위원장(오른쪽)과 김태규 상임위원이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 부장판사)는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박선아 이사가 방통위를 상대로 낸 '방문진 이사 선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은 2인 체제 방통위가 중요사항을 의결하는 것은 5인 위원으로 정치적 다양성을 반영하라는 방통위설치법의 입법 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판시했다. 

또 법원은 '임기가 끝난 임원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가지 그 직무를 수행한다'는 방문진법 제6조 제2항을 들어 "신청인들로서는 이 사건 임명처분을 다툴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방통위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KBS·방문진 야권 추천 이사를 '전임자' '후임자'로 특정해 임기만료 이후에도 잔류할 이사를 임의로 정하는 의사결정을 단행했다. 

27일 동아일보는 사설 <방문진 이사 임명 효력 정지… ‘2인 방통위’에 대한 근본적 의문>에서 "이 같은 결과는 방통위를 기형적으로 운영한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며 "방통위는 지난해 8월 임기만료 등으로 상임위원 3명이 공석이 됐으나 야당과의 갈등 속에 후임자 추천과 임명이 미뤄지면서 1년 넘게 2인 체제로 운영돼 왔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방통위가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을 해임한 뒤 후임자를 임명한 것에 대한 집행정지 사건에서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인 것도 '2인 체제는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며 "권 이사장의 경우 임기가 1년 가까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해임된 것인 데 반해, 이번에는 임기 만료 이사들의 후임자를 결정한 것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그런데도 법원이 재차 집행정지를 인용했다는 것은 방통위 '2인 체제'의 문제점을 더 적극적으로 인정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동아일보는 이번 법원 결정으로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더라도 '식물 방통위'가 될 공산이 크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본안 소송에서까지 방문진 이사 임명이 무효라는 판결이 나올 경우 그동안 2인 체제의 방통위가 내린 주요 결정들에 대해서도 줄줄이 적법성에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며 "공영방송을 둘러싼 정치권의 주도권 다툼이 극에 이른 결과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환경에 대응하고 방송의 자유와 공익성을 높일 목적으로 설립된 방통위의 모습이 참담하다"고 했다. 

동아일보 8월 27일 사설 갈무리 (빅카인즈)
동아일보 8월 27일 사설 갈무리 (빅카인즈)

동아일보는 2인 체제 방통위의 위법성을 꾸준히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월 사설<초유의 무허가 방송 사태 초래한 기형적 방통위 2인 체제>에서 "설사 법적 기한 내에 의결이 이뤄졌더라도 ‘2인 위원 체제’의 결정에 대해서는 법적 효력에 시비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6월에는 <與는 2인 체제 꼼수, 野는 습관성 탄핵… 방통위 일은 언제>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썼다. 

반면 조선일보는 27일 기사 <MBC 경영진 교체 중단… ‘문재인 방문진’ 체제로 계속 간다>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민주당 우위 구도의 종전 방문진 이사들은 이미 3년 임기가 만료됐지만, 당분간 더 직을 수행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앞서 2017년 문재인 정권 당시 여당인 민주당과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등은 방문진 이사회를 민주당 우위 구도로 재편한 지 13일 만에 MBC 김장겸 사장을 해임했었다"며 "현 여권에서도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진을 여권 우위 구도로 재편하면 경영 실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에 따른 재허가 문제, 부당 노동 행위 등 책임을 물어 MBC 사장 교체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그러나 MBC 사장 임명권을 가진 방문진 이사진 교체가 가로막히면서 MBC 사장 등 경영진 교체도 당분간은 어려워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8월 27일 기사 갈무리 (빅카인즈)
조선일보 8월 27일 기사 갈무리 (빅카인즈)

조선일보는 기사 <방통위 ‘2인 체제’ 의결, 법원에 또 발목 잡혔다>에서 "'2인 체제' 두고 엇갈리는 법원 판단"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방통위 2인 체제의 적법성을 인정한 판결도 있었다"며 "지난 5월 서울고법은  YTN 노조가 방통위의 ‘최대 주주 변경 승인’ 처분을 정지해달라며 낸 신청을 기각하면서 '이 사건 처분은 2명의 재적위원이 참여해 이뤄진 것으로 규정상 의결 정족수를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서울고법 결정문을 보면 2인 체제 방통위의 '적법성'을 '인정'했다고 보기 어렵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규정상 의결정족수를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피고(방통위)가 합의제 행정기관에 해당하고, 회의를 요구할 2인 이상의 위원 및 위원장 1인 합계 3인의 재적위원이 최소한 요구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없지 않아 2인 의결로 행해진 이 사건 처분의 절차적 위법성이 문제가 될 여지가 있으나 이는 궁극적으로 본안에서 심리해 판단할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과방위를 도마위에 올렸다. 조선일보는 사설 <방송 정쟁 싸움터 된 국회 과방위, 과학기술 분리해야>에서 26일 과방위가 관계 기관장들로부터 첫 업무보고를 받았다며 "(과방위는)눈만 뜨면 MBC로 싸우고, 해가 지면 방통위원장 문제로 다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진숙 방통위원장 인사 청문회와 방송 관련 청문회만 각각 3번씩 열렸고 그때마다 고성과 파행이 반복됐다"며 "반면 인공지능(AI) 기본법, 소프트웨어진흥법, 과학기술기본법, 이공계 지원 특별법 등 과학기술계에서 시간이 없다고 처리를 호소했던 법안들은 마냥 뒷전으로 밀렸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과방위의 전체 소관 기관은 81개로 이 중 방송통신 관련 기관은 8개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8개 때문에 국민들이 미래 먹고사는 문제와 국가 경쟁력이 걸린 과학기술 관련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과학기술계가 먼저 국회 과방위에서 과학기술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고, 최근 국민의힘이 이런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하루빨리 과방위에서 과학기술을 분리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상임위원회가 너무 많은 분야를 다루고 있어 입법 성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2대 국회 과방위에서 과학기술 분야 입법을 책임지는 주체는 국민의힘이다. 과방위 과학기술원자력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의힘 간사 최형두 의원이다. 22대 국회 들어 해당 소위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위원장(오른쪽)이 국민의힘 소속 최형두 간사와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위원장(오른쪽)이 국민의힘 소속 최형두 간사와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4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양당 간사께 거듭 부탁드린다. 소위 왜 안 여나"라며 "초기부터 ICT, 과학기술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협의해 통과시킬 법안은 가능하면 신속하게 발의해 주시고, 소위를 빨리 열어 의논해 달라고 공히 몇 번을 부탁드렸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과방위 간사 김현 의원은 "이번 경우 최형두 간사가 개인적 일정 때문에 오늘 올라와야 될 법안 상정을 뒤로 순연시키기로 한 것이지 않냐"며 "1소위 관련 법안 10개, 2소위 관련 법안 10개, 1·2소위 관련 법안 2개가 있어 1·2소위를 다음 주 열어 논의키로 했는데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순연시켰지 않나. 신의를 지킬 수 있는 위원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최형두 의원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위원장 지적대로 소위 활동에 집중하도록 하겠다. 김 간사 말을 제가 부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자꾸 상황이 나빠지니까 이 문제(과학기술)에 집중해서 이야기할 수 없었다. 방송 문제로 모든 것이 다 빼앗겨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다 아시지 않나"라고 했다. 

한편, 과방위 '방송장악 청문회'를 통해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졸속 선임' 문제가 드러났다. 지난달 31일 약 2시간가량 비공개로 진행된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김태규 부위원장 호선 ▲이진숙 방통위원장 기피신청 각하 ▲83명의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 심사 ▲이사 선임 등의 안건이 의결됐다. KBS·방문진 이사 후보자 83명에 대한 심사가 약 1시간 만에 이뤄졌다. 후보자 1인당 심사시간이 1분이 채 되지 않는다.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 당일에서야 면접 절차를 폐기하고, 이사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당적보유 여부조차 검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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