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이사 선임에 대한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와 질의에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답변·자료제출 거부 근거는 방통위 '1인 체제'와 '회의운영 규칙'이다. 방통위의 비공개 회의 내용은 위원회 의결을 통해서만 공개가 가능하기 때문에 전체회의가 열릴 수 없는 현재 상황에서는 어떤 설명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김태규 직무대행은 현재 자신의 권한이 일개 주무관(9~6급 공무원)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직무상 비밀까지 제출하도록 규정한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논란이 제기된다.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열린 '불법적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에는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오후에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출석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방통위가 지난달 31일 KBS·방문진 이사 선임 관련 회의록·속기록 일체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노종면 의원은 "방통위가 전체회의 회의록·속기록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전례가 없다. 방통위 내부 규칙을 가지고 거부하고 있는데, 국회증언감정법 2조와 4조는 '서류 등의 제출요구를 받으면 다른 법률에도 불구하고 누구든지 따라야 한다', '직무상 비밀에 속하는 경우라도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며 "지난번 현장검증 때 김태규 직무대행은 '직무상 비밀이 아니라서 낼 수 없다'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논리를 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종면 의원은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에 대한 행정부처의 제출 의무에 관해 법제처와 국회입법조사처의 유권해석을 제시했다. 법제처는 금융위원회가 특정 법률에 따른 비밀보호 의무를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하자 '거부할 수 없다'고 결론냈으며 국무조정실의 자료제출 거부에도 '제출하라'고 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법률의 하위 규범인 규칙에 근거해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노종면 의원은 "이건 논증해야 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다잡았다.
김태규 직무대행은 자료제출뿐만 아니라 KBS·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에 대한 일체의 답변을 거부했다. 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김태규 직무대행에게 ▲7~8차례 투표했는지 ▲심의를 진행했는지 ▲83인의 후보를 개별 평가했는지 ▲이진숙 위원장과 회의 중 의견을 나눴는지 ▲방문진 이사 9인 중 6인만 뽑자는 결정을 누가 제안했는지 ▲3인은 나중에 뽑자고 협의했는지 ▲방문진법상 이사 후보자의 전문성·대표성을 심사했는지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나 김태규 직무대행은 "인사와 관련된 내용이고 비공개로 진행된 내용이기 때문에 답변드릴 수 없다. 제가 말씀드릴 권한도 없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김태규 직무대행에게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에 따른 고발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민희 위원장은 "국회증언감정법 12조는 고의로 출석요구를 회피한 증인, 보고 또는 서류제출 요구를 거절한 자, 선서 또는 증언이나 감정을 거부한 증인·감정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며 "답변 제대로 하라"고 했다. 하지만 김태규 직무대행은 "지금 답변하고 있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방통위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직무대행은 임명 당일인 지난달 31일 전체회의를 열고 KBS·방문진 이사 선임 안건을 처리했다. 두 위원이 아무런 논의와 의견조율 없이 투표만을 반복해 공영방송 이사들을 뽑았다는 진술은 국회에 출석한 방통위 간부들의 입에서 나왔다.
지난 2일 과방위 현안질의 당시 방통위 조성은 사무처장과 김영관 기획조정관의 설명을 종합하면, 방통위는 9인이 정원인 방문진 이사의 경우, 후보자 중 9인을 두 위원이 각각 뽑아 맞춰보고 의견이 일치하는 후보자를 이사로 선임했다.
한 번의 투표로 두 위원의 의견이 일치하기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일치하는 명단이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투표를 진행했다는 게 방통위 설명이다. 방통위는 두 위원이 의견이 불일치해도 아무런 의견 조율 없이 투표만 7~8차례 반복했으며 결국 9인 명단이 나오지 않아 6인만 선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관련 질의를 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답변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2인 체제에서 31인의 후보자 중 6인을 동일하게 투표로 선임할 확률은 0.000136%이라고 비판했다.
김태규 직무대행은 '방통위 간부들의 진술은 다 위증인가'라는 이훈기 의원 질의에 "간부들의 진술은 제가 판단할 부분이 아니다"라며 "간부들은 간부들 기억에 비춰 답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기 의원은 "국민들은 이런 답변을 보고 '위법하고 감출 게 많구나'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어디선가 오더를 받고 6인을 찍어서 형식적으로 투표용지에 7~8차례 기재하는 절차만 거친 것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그래서 방송장악이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김태규 직무대행은 "방송장악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태규 직무대행은 답변 거부 과정에서 자신의 권한은 '주무관'과 동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인 체제로 방통위가 무력화되었기 때문에 자신은 구성원 중 1인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김태규 직무대행은 "지금 상황에서 저는 사무처장, 기획조정관, 심지어 주무관이나 별 차이가 없다. 주무관이 못 주듯이 저도 뭇 주는 상황"이라며 "위원회가 무력화됐기 때문에 제게 말씀하셔도 일개 주무관이나 저나 가지고 있는 권한이 똑같아 (자료·답변을)못 드린다"고 말했다.
위원장 직무대행이 주무관과 같은 권한을 갖고 있다는 주장은 방통위가 자료제출 거부 명분으로 내세우는 회의운영 규칙과 어긋난다. 방통위 회의운영 규칙 제20조 2항은 '위원장은 비공개 사유가 소멸되었거나,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회의록과 속기록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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