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이사회가 수신료를 비롯한 공영방송 제도 전반에 대한 공론조사를 추진하려 했으나 여권 이사들의 반발로 일단은 무산됐다. 남영진 이사장이 발의한 공론조사가 사실상 경영진의 계획이라는 이유에서다. 남 이사장이 표결을 진행하려 하자 이에 반발한 김종민 이사는 이사회장 테이블에 올라서 “이사장 자격이 없다”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 공론조사 안건은 차기 이사회로 미뤄졌다.
12일 열린 KBS 이사회에서 남영진 이사장은 ‘KBS 공론조사’ 안건을 발의했다. 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가 공론조사위원회를 구성해▲공영방송 필요성 ▲공영방송 형식 ▲공영방송 운영에 필요한 재원 등에 대한 조사·연구를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공론조사위는 각 학회에서 2인씩 총 6인으로 구성된다. KBS는 관련 예산, 실무 지원을 맡는다. 공론조사에 약 11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여권 성향 이사들은 사실상 안건 발의자가 KBS 경영진이라며 남 이사장의 안건을 철회시키고 집행부가 재발의하라고 요구했다. 권순범 이사는 “이사장이 본인 이름으로 안건을 발의했는데, 서류를 집행부가 작성한 것은 안건 성립이 되지 않는다”며 “공영미디어연구소가 추진하던 계획이 이사회 쪽으로 넘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은 차명이다. 경영진이 공론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깔끔하게 직접 사장이 발의하라”고 말했다.
김종민 이사는 “KBS가 방만 경영, 무능 경영, 적자 경영이라고 비판을 받는 와중에 이미 다 끝난 수신료 문제를 가지고 11억 원의 예산을 쓰자는 것은 현재 김의철 사장이 비판의 중심에 서 있으니까 이사회 안으로 하자는 강한 의심이 든다”면서 “개인 의견이지만, KBS와 지금 민주당 비례대표로 가 있는 정필모 전 부사장을 보면서 강력한 정언유착의 의심을 떨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이사는 “그래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을 이사장이 말도 안되는 사설을 달아서 주도하겠다면 이사장은 자격이 없다. 당장 사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야권 성향 이상요 이사는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하며 했던 권고사항 중에 하나가 ‘공영방송의 위상과 공적책임 이행 방안 마련’”이라며 “공론조사위는 이것에 따라 진행한 것이다. 집행부가 떠넘긴 게 아니라 이사회에서도 공론조사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 바도 있다”고 말했다.
김찬태 이사는 “공론조사를 집행부에서 실시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진행한다면 감독기관인 이사회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사회가 직접 수행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제3기관에 발주를 통해 진행하고 이것에 대해 이사회가 관리·감독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의결을 하고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면 집행부를 통해 듣는 게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류일형 이사는 “수신료에 대한 부분은 이사회의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알고 있고, 양승동 사장 공론조사 때도 이사회가 주체적으로 진행했다”며 “그래서 이번에 남 이사장이 발의한 것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형식이나 절차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이 논의가 빨리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이사회에서는 1시간 20분가량 남 이사장 안건 발의의 적절성과 공론조사 실시 여부를 두고 설전이 이어졌다. 이후 남 이사장이 공론조사 안건 의결을 진행하려 하자 여권 성향 이사들은 크게 반발했다.
김종민 이사는 “이사장님, 표결하실 거냐”라고 물었다. 이에 남 이사장이 “지금하려고 한다”라고 답하자 김 이사는 갑자기 회의장 테이블에 올라서며 “지금부터 남영진 이사장은 이사장 자격이 없다”고 고성을 지르고 여러 차례 발을 굴렀다. 이후 회의장을 퇴장했다. 이석래, 권순범, 이은수 이사들도 차례로 회의장을 뒤로 했다. 남 이사장은 10분간 정회한 뒤 해당 안건에 대한 의결을 다음 이사회로 넘기기로 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가 해임제청을 의결한 윤석년 이사는 이사회 막바지에 “굉장히 어려운 시기에 떠나게 된다면 산적한 과제를 떠안으실 이사회와 집행부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KBS와 이사들이 어려운 시기에 서로 공감대를 형성해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그동안 감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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