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이 감사원발 'TV조선 재승인 조작설'에 발 맞춰 방송사 재승인·재허가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규제 대상인 방송사업자들이 이를 마다할 일은 없다. 그러나 MBN이 "사업자들이 잘하고 있는 내용에 더 이상 조건을 붙이지 말라"고 지적했다. MBN은 자본금을 불법으로 충당한 사실이 드러나 '영업정지 6개월' 행정처분을 받고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물론 재승인·재허가 심사에 비계량 정성평가의 비중이 높다는 지적이 없는 게 아니다. 하지만 방통위의 재승인·재허가 심사는 '대마불사'라는 실효성 논란을 빚어온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 23일 국민의힘은 '방송사업자 재허가·재승인 제도개선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장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1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검찰은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가 조작됐다며 방통위를 압수수색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토론회에서 "재승인·재허가 제도가 정권 입맛에 맞게 언론사를 통제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편파·왜곡방송이라는 결과를 낳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유튜브·OTT 등 뉴미디어 등장으로 미디어환경이 급변하는 지금 시대변화에 맞지 않는 낡은 제도는 방송사업자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두현 의원은 "재승인·재허가 제도가 도입 취지를 벗어나 방송장악의 수단으로 악용돼왔다. 그러다보니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까지 터져 나왔다"면서 "지금 서울북부지검이 방통위 청사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이런 불행한 일은 없어져야 하고 재승인제도의 왜곡이 유지되는 게 바람직한가라는 생각에서 개선방안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재승인·재허가 제도의 문제점으로 ▲행정 재량권에 따라 부과되는 조건과 권고사항이 갈수록 증가하는 점 ▲심사에 정량평가보다 정성평가가 많이 반영되는 점 ▲3~5년인 재승인·재허가 유효기간의 불확실성 ▲심사위원회 전문성·투명성 부족 등을 지적했다.
발제자인 송종현 선문대 교수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매체 특성별로 재승인·재허가 제도를 달리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방송사의 공적 책임을 매체별로 차등화하자는 제안으로 민영방송에 대한 재승인·재허가 조건 부과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송 교수는 심사위원회 전문성 제고를 위해 각 전문분야별로 소위원회를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재승인·재허가 심사위원회는 방송, 경영·회계, 기술, 시청자권익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이 이뤄지긴 하지만 각 심사위원이 모든 분야의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송 교수는 "재승인·재허가 제도라는 것이 사업자를 혼내기 위한 채찍질이냐, 방송사를 내실있게 운영하고 시청자에게 이익을 돌아가게 지원하는 역할이냐를 고민해야 한다"며 규제완화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과거 재승인·재허가 심사위원을 역임한 바 있는 김도연 국민대 교수는 "재승인·재허가 제도가 경우에 따라 방송사를 겁박하고 혼내주는 수단으로 기능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결국 제도의 정치적 색깔을 많이 뺄 필요가 있다. 반대진영을 혼내기 위해 심사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성욱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본부장은 "사업자 퍼포먼스가 바뀌지 않았는데 점수가 바뀐다면 문제다.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며 정성평가 문제를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종편·지상파 업계 관계자들은 재승인·재허가 제도가 과도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무더기 부관'을 부과한다거나 '행정소모적'인 면이 크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들 방송사가 재승인·재허가 기준에서 미달했지만 조건부 재승인·재허가를 받았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종편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패널로 참석한 강영구 MBN 정책기획부장은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이 점수를 고의로 하락시켰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재승인·재허가 제도는 논란이 되고 있다"며 "제도가 운영과정에서 사업자에게 과중한 의무를 지우는 방식으로 변질됐다.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결단이 이뤄져 법령에 따라 최소한으로 조건을 부과하고 사업자들이 잘 준수하는 내용에는 더 이상 조건을 붙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 부장은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방송사를 옥죄는 무더기 부관"이라며 "재승인 조건으로 법적 근거가 없는 조건들을 다수 부과하고 있고, 특히 일부는 민영방송사의 인사권·경영권을 침해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법령에 구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내용을 조건으로 부과하는 것은 법치행정의 원칙인 법률 유보의 법리에 반한다"고 했다.
강 부장은 "부관 중 방송사로 하여금 특정 사안에 대해 방안을 제출하여 승인을 받도록 하는 이른바 '불확정 부관'도 문제"라면서 "여기에 심의규제, 협찬고지, 콘텐츠 투자 미비 등과 관련한 조건은 유독 종편 사업자에게 더 과중하게 부담을 씌우거나. 심지어 공영방송에도 부과하지 않은 이른바 차별적 규제"라고 주장했다.
또한 강 부장은 정성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다시 말해 재승인 심사위원 구성 시 정파성에 따라 심사 결과가 왜곡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논란이 된 2020년 재승인 당시에도 정파성이 강한 심사위원들이 일부 구성돼 논란을 키웠다"고 했다.
지상파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방송협회의 조성동 정책연구위원은 "지금의 제도는 행정소모적인 면이 크고, 급변하는 미디어환경에 맞지 않는 과거 방송법 체계 하부의 산물"이라며 매년 실시하는 방송평가나 이에 준하는 산업통계 자료로 재허가 심사 방식을 전면 대체해야 한다고 했다. 조 연구위원은 방송평가, 방송실시결과, 방송산업실태조사, 방송사업자재상상황공표, 시청점유율조사, 프로그램 화제성 조사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재승인·재허가 평가가 가능하다며 "특별히 문제가 된 일부 방송사가 있을 경우에는 따로 분리해 추가적인 재평가·재심사를 수행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들이 대표하는 방송사들은 이전 정부에서 재승인·재허가 기준에 미달해 조건부 재승인·재허가를 받았다. 기준미달이 온전히 심사방식의 문제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MBN은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에 의해 2011년 승인 당시 자본금을 임직원 명의로 불법충당하고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실이 2020년에 들어서야 뒤늦게 드러났다. 불법으로 사업자 승인을 받고 이후에도 재승인을 얻어온 사업자란 얘기다.
MBN은 방송법상 '승인취소' 대상이었지만 방통위의 행정처분은 '영업정지 6개월'에 그쳤다. 방송법 18조는 방송사업자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승인을 얻는 경우 ▲등록취소 ▲6개월 이내의 업무정지·광고중단 ▲허가·승인 유효기간 단축 등을 방통위가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방송법 시행령 '별표 1의 2'에는 방송사업자 허가취소 등에 대한 기준과 감경·가중 사유가 명시돼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방송사업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방송 허가·승인을 받을 경우에는 '승인취소' 처분해야 한다. 하지만 방통위는 협력업체·시청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승인취소 처분을 업무정지 6개월 처분으로 감경했다. MBN은 방통위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어진 재승인 심사에서 MBN은 총점 1000점 중 640.50점을 획득, 기준점수인 650점에 미달하고도 방통위로부터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재승인 심사위원회와 경영진 청문결과 MBN은 방송의 공적책임·공공성·공익성 달성이 어려운 방송사로 판단됐다. 또한 자본금 불법 충당 사태에도 불구하고 경영투명성 제고 의지를 구체적으로 내보이지 않았다. 이에 MBN 청문주재자는 "재승인 거부를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방통위는 MBN의 경영개선 이행의지를 평가하고 시청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당시 MBN에 부과된 조건은 ▲영업정지에 따른 피해에 대해 최대주주가 경제적 책임을 질 것 ▲최대주주가 방송사 운영·내부 인사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는 경영혁신방안을 마련할 것 ▲공모제도를 통해 대표이사를 선임할 것 ▲사외이사 선임 시 시청자위원회가 추천하는 자를 포함하도록 할 것 등이다. 자본금 불법 충당 사건에 대한 경영적 책임을 묻는 조건이 대부분이다.

TV조선은 2017년 상반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재승인 심사에서 625.13점을 받아 기준점에 미달하고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2020년 상반기 심사에서 TV조선과 채널A는 653.39점, 662.95점을 받았지만 각각 중점심사사항 과락, '검언유착' 의혹으로 청문절차를 밟은 뒤 방통위로부터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는 2017년 재허가 기준점수에 미달했다. KBS는 제1DTV방송국, 제2DTV방송국이 각각 646.31점, 641.60점을 받아 재허가 기준 650점에 미치지 못했다. MBC는 DTV방송국이 616.31점을 받았고 SBS 역시 634.30점을 받아 기준 점수를 밑돌았다. 방통위는 시청권 보호를 이유로 '조건부 재허가'를 의결했다.
2020년 재허가 심사에서도 KBS 2TV와 SBS는 각각 647.13점과 641.55점을 받아 기준점수를 넘기지 못했다. KBS 2TV는 가상광고 규정 위반과 고품질 교양프로그램 제작 부족, SBS는 광고·방송심의 규정 위반과 TY홀딩스 설립에 따른 최대주주 소유·경영분리원칙 조건이행 미진으로 기준점수에서 미달했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조건부 재허가'를 의결했다.
한편, 감사원 감사로 시작된 '2020년 TV조선 재승인 조작 의혹' 검찰 수사에서 심사위원들의 점수 수정은 제각각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한 심사위원은 TV조선의 중점심사사항 중 일부 항목 점수를 기존보다 올려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심사위원 한 명은 중점심사사항이 아닌 다른 항목의 점수를 수정했다. TV조선은 중점심사사항에서 과락 평가를 받아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취소' 대상에 올랐으며 이후 방통위로부터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관련기사▶TV조선 재승인 점수 수정 제각각 "심사위원 재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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