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한상혁)가 TV조선 재승인 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를 문제삼아 심사위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가 진행된 상황에서 위원 추천에 나서는 전문가단체를 찾기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방통위는 심사위 구성을 위해 전문가단체의 폭을 넓혀 2차로 위원 추천을 의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V조선 재승인 유효기간은 오는 4월 21일까지다. 방통위는 통상 재승인 유효기간 만료 2~3개월 전에 외부 전문가로 재승인 심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재승인 심사위에 심사위원장을 비롯해 방송·법률·경영회계·기술·시청자 분야 전문가 13명이 참여했다. 

TV조선 사옥 (TV조선)
TV조선 사옥 (TV조선)

학계에서는 '3대 언론학회'로 불리는 한국언론학회(회장 이준웅 서울대 교수), 한국방송학회(학회장 강명현 한림대 교수), 한국언론정보학회(학회장 김은규 우석대 교수)가 심사위원을 추천했다.  

미디어스는 13일 3대 학회에 방통위의 심사위원 추천 의뢰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심사위원을 추천했는지 여부를 문의했다. 언론정보학회는 1월 26일, 2월 7일 두 차례에 걸쳐 방통위의 심사위원 추천 의뢰가 있었으며 추천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답했다.

언론정보학회는 지난해 9월 이사회 의결을 통해 정부에서 의뢰하는 심사·자문·평가위원 추천을 거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학계가 추천한 심사위원들이 감사·수사를 받고 있는 등 사정기관이 학자의 양심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는 입장에서다. 

언론학회는 "각종 위원 추천이나 의뢰 사실의 경우 심사제도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에 추천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답했다. 방송학회는 "추천 의뢰가 온 것은 맞지만 추천 여부나 누구를 추천했는지에 대해서는 대외비"라고 말했다. 

한 언론시민단체도 방통위의 심사위원 추천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는 시청자 분야 심사위원 구성을 위해 6~7개 시민·소비자 단체에 위원 추천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는 심사 분야별로 3배수의 심사위원 후보를 추천받는데, 후보군을 다 채우지 못해 2차로 위원 추천 의뢰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TV조선 재승인 심사위원회 구성을 언제까지 마무리할 예정인가'라는 질문에 "구체적인 일정 등을 밝히기 어렵다"며 "4월 21일까지 차질없이 일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한편, 국민의힘은 오는 3월 임기가 종료되는 안형환 방통위 부위원장 후임자를 방통위설치법 취지와 달리 자신들이 추천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형환 부위원장을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서 추천했다는 이유에서다. 안형환 부위원장을 국민의힘이 추천하게 되면 TV조선 재승인 심사·의결까지 여권이 방통위 구성에 있어 우위를 갖게 된다. TV조선에 나쁘지 않은 구성인 셈이다. 

지난해 9월 검찰이 압수수색 중인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건물에 직원들이 오가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9월 검찰이 압수수색 중인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건물에 직원들이 오가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안형환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미래통합당 추천'이 아닌 '야당 추천'으로 임명됐다. 방통위설치법은 국회 교섭단체 추천 몫을 규정하고 있다. 방통위설치법 제5조 제2항은 총 5인의 방통위원을 ▲대통령 지명 2인 ▲국회 추천 3인(여당 교섭단체 1인, 야당 교섭단체 2인)으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1인을 추천'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방통위원 '1인'을 추천할 수 있다. 국민의힘 논리라면 김효재 위원 후임자 추천권도 국민의힘에 있다. 

방통위 상임위원 임기만료 시점은 시간순으로 안형환 부위원장 3월 30일, 김창룡 위원 4월 5일, 한상혁 위원장 7월 31일, 김현·김효재 위원 8월 23일 순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방통위원을 추천 주체별로 분류해보면 한상혁 위원장과 김창룡 위원은 대통령 지명, 김현 위원은 민주당 추천, 안형환·김효재 위원은 국민의힘이 추천했다. 안형환 부위원장 후임을 국민의힘이, 김창룡 위원 후임을 윤석열 대통령이 추천·임명하면 방통위 여야 구도가 뒤바뀐다. 

2020년 재승인 심사에서 TV조선은 653.39점을 받아 기준점수인 650점 이상의 점수를 획득했지만 중점심사사항 '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의 실현 가능성과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 항목에서 과락 평가를 받았다. TV조선은 청문절차를 거친 뒤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지금까지 TV조선은 세 번의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2014년 재승인 심사에서 공정성, 사업계획서 불이행 등의 문제로 조건부 재승인이 결정됐다. 2017년엔 재승인 기준 점수 650점에 미치지 못하는 625.13점을 획득했지만 이 역시 조건부 재승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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