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손준성 검사의 고발사주 사건 재판에서 기자들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증인 신청이 이뤄지고 있다. 고발사주 재판부는 증거조사를 실시 중이다. 

손 검사 측은 공수처가 제출한 증거 대부분에 대해 채택을 반대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기사도 상당수 포함돼 증거로 채택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원 심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손 검사 측은 고발사주 고발장에 명시된 기사는 물론 단순 사건 보도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고발사주 사건은 21대 총선을 코앞에 둔 2020년 4월 3일과 8일,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 검사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을 통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범여권 정치인과 언론인들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한 것을 말한다.

4월 3일 전달된 고발장에 MBC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와 뉴스타파의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 주가조작 연루 의혹 보도가 사실이 아니며, 이 보도들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검찰총장은 윤 대통령이었다.

고발사주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손준성 서울고등검찰청 송무부장이 지난해 12월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발사주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손준성 서울고등검찰청 송무부장이 지난해 12월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준성 측 증거 부동의에 공수처 검사, 기자들 증인 신청

손 검사의 고발사주 사건 재판에서 공수처 검사는 기자들을 증인 신청하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해 10월 장인수 MBC 기자를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장 기자는 고발사주 고발장이 실체를 부정하고 있는 검언유착 의혹을 취재 보도한 당사자로, 고발사주 고발장에서는 피고발인에 해당한다. 

공수처는 김건희 씨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보도했던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심 기자는 2020년 2월 17일 <"윤석열 아내 김건희, 주가조작 연루 의혹" 경찰 내사 확인>, <윤석열 아내 김건희-도이치모터스 권오수의 수상한 10년 거래>를 보도했으며 그 역시 고발사주 고발장의 피고발인이다.

공수처는 다음달 13일에는 이서준 JTBC 기자를 증인으로 불렀다. 이 기자는 고발사주 고발장을 최초 전송한 텔레그램 메시지의 '손준성 보냄'의 '손준성'이 손준성 검사라고 보도했다. 공수처는 이들 외에도 재판 진행 상황에 따라 다른 언론사 기자들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이처럼 공수처 검사가 기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것은 손 검사 측이 공수처가 증거로 제출한 '기사'들을 부동의했기 때문이다. 손 검사 측은 기사 내용을 다투는 것이 아닌 단순히 '이런 기사가 보도됐다'는 취지로 제출된 기사까지 증거 부동의하고 있다.

손준성 측 "기사 읽고 구분해 심리할 수 있나" 

지난 1월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 심리로 진행된 공판에서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의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기사를 증거로 채택할지 여부를 두고 논의가 진행됐다.

공수처가 이 기사를 증거로 신청한 것은 "2020. 2. 17. 뉴스타파는 「윤석열 아내 김건희 - 도이치모터스 권오수의 수상한 10년 거래」라는 기사를 보도하며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가 주가조작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하였다"라는 공소장 내용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뉴스타파 2월 17일  보도화면 갈무리
뉴스타파 2월 17일 보도화면 갈무리

심 기자의 증인 신청과 관련해 재판부는 "관련기사(김건희 주가조작 연루 의혹 기사) 등을 통해 (손준성 검사의) 동기 입증하고, 증인(심인보 기자)이 출석해야만 입증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손 검사 측에 "이 사건(고발사주 사건) 있기 전에 이런 기사들이 있었다는 사실 그 자체는 변호인도 다투는 것은 아닐 것 아니냐"며 "기사 내용 때문에 피고인(손준성 검사)의 공소사실 편견·선입견 생기는 것 때문에 부동의한 것 같고, 내용 자체가 공소사실의 직접 증거가 안 된다는 입장인 것은 이해가 되는데, (손준성 검사의 고발사주)동기·배경과 관련해서는 그 기사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수사처(공수처) 입장에서도 입증해야 하는 부분이고, 그 정도는 (증거로)채택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손 검사 측은 "증거물을 서면으로 하겠다는 취지라면 기사가 나왔다고 하는 것은 동의하는데 (기사의)내용과 관련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재판부가 "기사만 가지고 재판부에서 (내용을)인정하진 않을 것 아니냐"고 하자, 손 검사 측은 "증거물이 서면이라도 증거가 현출되는 이상 엄격히 구분해 심리가 될지 의문"이라며 "(기사)내용을 읽어보고 심리를 할 때 (기사가 있었다는 사실과 기사 내용을)구분한다는 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공수처) 검사님들도 기사들 관련해서 진술증거인지 서면증거인지 구분해서 핵심 증거를 추려달라"며 "증거물이 서면이면 기사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 차원에서는 채택할 여지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러 질질 끄는 것 아닌가"

손 검사 측의 증거 부동의에 대해 "시간 끌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사 내용의 진실성을 다투는 것이라면 당연히 기자를 증인으로 불러야 하지만, '기사가 있었다' 수준의 증거 신청을 부동의해 기자들을 법정으로 불러들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 이민석 변호사(법률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는 것을 입증하려면 기자를 불러야 하지만, 기사가 보도됐다는 것을 증명하는 경우에는 기자를 부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기사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경우에는 종이신문이면 원본을 출력하고, 인터넷이라면 컴퓨터를 검증해버리면 끝나는 일"이라며 "이건 검증의 대상이지 증인 신문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작년 5월에 기소가 됐는데 아직까지 증거조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재판이 질질 끌려서 언제 끝날지 모른다"며 "증인을 부르면 기일이 계속 공전되는 경우가 많은데, 기일 공전을 노리는 것 같다. 일부러 재판을 질질 끄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재판이 지연되는 동안 공수처 검사들의 임기가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진욱 공수처장의 임기는 내년 1월이고, 고발사주 사건을 수사하거나 현재 공소 유지를 맡고 있는 공수처 검사 상당수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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