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9개 시민단체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설치법'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독소조항이 담겨 있다"고 비판했다. 정권 비판언론을 '입틀막'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를 행정기구로 격상해 국가검열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들은 방미통위 설치법이 '제2의 류희림'을 막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반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방통심의위원장을 견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의 필요성에 동감한다는 입장이다. 언론노조는 지난해 12월 같은 내용의 법안이 민주당 주도로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을 때 '헌법 위반'이라며 반대했다.

지난 29일 참여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진보넷, 정보공개센터 등 9개 시민단체는 공동성명을 내어 "민주당이 시민사회의 우려를 외면하고 방미통위법을 강행한 데 깊은 유감을 표하며 표현의 자유 후퇴를 우려한다"고 밝혔다.
9개 시민단체는 "방미통위법은 명칭만 바뀌었을 뿐, 실제 방송·디지털미디어·통신 정책의 통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방통심의위는 위원장을 정무직으로 규정하며 행정기관적 성격을 강화했다"며 "이는 심의기구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하고 실질적 거버넌스 개편 없이 이름만 바꾼 '반쪽짜리 개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존 방통심의위는 정부, 국회가 추천·임명한 인사들이 내용심의를 진행하는 체계로 국가검열 논란을 피하기 위해 민간 독립기구로 운영돼 왔다.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방미통위 설치법은 방통심의위원장을 국회 인사청문·탄핵소추 대상인 '정무직 공무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방통심의위원장이 소관사무에 관해 국무총리에게 의안 제출을 건의할 수 있도록 했다.
9개 시민단체는 "우리 단체들은 민주당이 직무와 심의 대상에 변화가 없는 방통심의위까지 개편 대상으로 포함하고, 위원장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명하려는 시도에 줄곧 반대하며, 해당 독소조항의 철회를 요구해 왔다"며 "이러한 조치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행정심의제도를 법으로 고착화해 정치적 독립성을 침해하는 표현 규제를 한층 심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9개 시민단체는 "류희림 체제에서 드러난 권한 남용 문제 역시, 위원장을 정무직으로 임명하고 탄핵 절차를 두는 방식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며 "근본적 해법은 남용 가능성이 있는 불필요한 권한 자체를 제거하는 데 있다"고 했다. 이들은 "방통심의위는 그동안 정치심의, 자의적 심의를 일삼으며 국가검열의 도구로 작용해왔다"며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방통심의위를 노골적인 행정기구로 격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민간 자율에 기반한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9개 시민단체는 민주당이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명분으로 추진 중인 '한국판 DSA'법과 방통심의위 행정기구화는 서로 맞지 않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의 DSA((Digital Services Act, 디지털서비스법)는 일정 규모 이상의 거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허위조작·불법 정보 유통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책임을 묻는 제도다. 반면 한국의 인터넷 규제체계는 방통심의위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9개 시민단체는 "민주당이 입법 모델로 삼은 EU의 DSA제도에는 플랫폼 조치에 방통심의위와 같은 행정기구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EU DSA 체계를 도입하면서 방심위의 행정기구적 권한을 강화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국제 기준과도 배치되는 모순된 조치"라고 했다.
9개 시민단체는 "방미통위법으로 정권에 더욱 종속된 방통심의위가 정부편향적 심의를 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한국식 DSA법이 '가짜뉴스'를 빌미로 권력의 탄압 도구로 악용되지 않도록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며 "방미통위법이 마치 근본적인 개혁인 것처럼 포장·왜곡하여 실질적 개혁을 가로막지 못하도록, 민주주의와 국제 인권 기준을 수호하는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반면 같은 날 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심의위지부는 성명을 내어 "탄핵 대상이 공무원이어야 한다는 헌법의 요구에 따라 방통심의위원장에게 의무와 책임을 부여하는 취지일 뿐, 헌법 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권리와 자격을 부여한 것이 아님은 명백하다"고 했다. 언론노조 방통심의위지부는 "새롭게 출범하는 방통심의위 또한 독립기구이며, 위원장 한 명을 제외한 방심위 모든 구성원이 민간인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언론노조 방통심의위지부는 "방통심의위원장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보한 것에 대해 방통심의위를 더욱 행정기관화하여 표현규제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가 있다"며 "우리 지부는 제2의 류희림이 등장하더라도 국회가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고 했다.
지난달 19일 이준형 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은 민주당 언론개혁특위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방통심의위원장을 국회 인사청문·탄해소추 대상으로 규정한 데 대해 "일정한 견제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며 "필요성에 동감한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지난해 12월 방통심의위원장을 인사청문·탄핵 대상으로 규정하는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국회 과방위를 통과하자 <방통심의위의 국가검열 기구화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언론노조는 "과방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아예 정권이 방심위를 통제해 국가검열을 부활시킬수 있는 개악안"이라며 "내란범 윤석열의 계엄 포고령과 마찬가지로 언론에 대한 검열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 21조를 정면으로 위반할 소지도 다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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