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취지를 담은 방송3법이 국회 본회의에 오르자 조선일보와 국민의힘은 '언론노조 방송장악을 위한 입법 독주'라는 비판을 내놓았다. 조선일보는 방송3법으로 언론노조가 공영방송 이사회를 장악하게 되고, 이후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친민주당 성향 공영방송이 들어서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방송3법에 언론노조가 공영방송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 오히려 정치권 추천 공영방송 이사 수를 왜 더 줄여내지 못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경향신문은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나눠먹기 관행을 끊어내는 방송3법을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로 대응하는 게 온당한 일이냐고 따져 물었다.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 방송3법이 상정되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민주당이 방송3법에 동의하는 소수야당 의원들과 함께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를 24시간 후 종료시킬 수 있다. 필리버스터는 재적 의원 5분의3 이상(180명)의 찬성을 얻으면 24시간 이후 강제 종료된다. 국민의힘은 방송법 개정안(8월 4일 본회의 상정),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5일 상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21일 상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조선일보는 5일 사설 <'민주당 방송법' 상정, 절대 권력 정권 일방 독주 시작>에서 "KBS·MBC를 ‘영구 민주당 방송’으로 만들려는 방송법 개정안이 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며 "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상법 2차 개정안 등도 8월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고 했다.(중략)방송법은 친여 성향 언론노조, 노란봉투법은 민노총이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은 야당일 때도 입법 폭주와 방탄 입법을 거듭했다"며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대부분이 반기업 친노조, 퍼주기 포퓰리즘 등을 위한 것이다. 이젠 정권을 잡았으니 마음만 먹으면 무슨 법이든 통과시키고 공포할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지금 민주당은 절반 가까운 국민을 완전히 무시한 채 일방 독주를 시작했다"며 "브레이크 없이 돌진하는 차는 결국 어딘가에 충돌해 멈추게 된다. 속도가 높을수록 그 피해는 클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사설 <KBS·MBC를 ‘민주당 방송’으로 만들려는 방송 3법>에서 "방송 3법은 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리고 임직원과 시청자위원회, 관련 학회, 변호사 단체에 이사 직을 나눠주는 것이 골자다. 현재 KBS·MBC는 언론노조 소속 기자·직원이 절대 다수"라며 "이대로 법안이 개정된다면 친민주당 성향이 뚜렷한 언론노조가 이사회를 장악해 사장을 뽑을 수 있게 된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KBS·MBC는 민주당과 가까울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특정 진영의 나팔수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방송 관련법을 개정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은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과 같은 ‘노영(勞營) 방송’ 형태는 아니다. 심화된 방송 정치화의 가장 근본 원인은 언론 노조의 방송사 장악"이라고 했다.
5일 서울신문은 사설 <鄭 대표 쟁점법안 강행… 민생 뒷전 국회, 책임질 수 있나>에서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리고 임직원과 시청자위원회, 관련 학회, 변호사단체에 이사직을 나눠 주는 내용"이라며 "친민주당 성향의 언론노조가 이사회를 장악해 민주당의 공영방송 장악이 영구화될 것이라는 이유로 국민의힘의 반발이 거세다"고 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5일 사설 <방송법에 필리버스터, 야당 ‘공영방송 독립’ 안 하겠다는 건가>에서 "방송3법은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나눠 먹기 관행을 끊어 특정 정치 세력이 방송을 장악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골자로, 언론학계와 시민사회가 십수년째 요구해온 것"이라며 "정권이 바귈 때마다 공영방송을 '전리품'으로 여겨온 악습을 끊어내자는데 필리버스터로 대응하는 게 온당한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국민의힘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 각 이사회가 3개월 내 모두 새로 구성돼야 한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여권이 새 이사회 구성을 빌미로 언론노조 등 친여 세력에게 추천권을 몰아줘 판을 완전히 새로 짜려는 의도라는 것"이라며 "하지만 다양한 언론·시민사회 주체들을 모두 친정부로 간주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고, 진의가 의심스러운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국민의힘이 할 일은 내란 망동을 막지 못하고 국정과 민생을 망친 ‘윤석열 3년’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사과다. 잘못된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는 것도 그에 해당된다"며 "3년 내내 낙하산 KBS 사장 논란과 MBC 장악 시비, 방송통신위원회 파행으로 방송계를 전장으로 만든 과오를 참회하고 바꿔야 한다"고 했다.
방송3법을 '언론노조 방송장악법'이라는 규정할 근거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동안 여야는 법적 근거 없이 공영방송 이사회를 7대4(KBS), 6대3(방송문화진흥회, EBS) 구도로 나눠먹기했다. 방송3법은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 비율을 40%로 명문화하고 나머지 이사는 공영방송 시청자위원회와 임직원, 방통위 규칙으로 정하는 3개 미디어학회와 2개 변호사단체가 추천하도록 규정했다.
예를 들어 KBS 이사 15명은 국회 교섭단체 추천 6명(민주당 4명-국민의힘 2명), KBS 시청자위원회 추천 2명, KBS 임직원 추천 3명, 방통위 규칙으로 정하는 3개 미디어학회 추천 2명, 방통위 규칙으로 정하는 2개 변호사단체 추천 2명으로 구성된다. 3개 미디어학회는 언론학회·방송학회·언론정보학회, 2개 변호사단체는 변협·민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언론노조 KBS본부가 관여할 수 있는 내용은 KBS 사측과 함께 논의해야 하는 임직원 추천 몫 중 일부일 뿐이다.
또한 공영방송 사장 선임 방식으로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사추위) 제도가 도입된다. 사추위 규모는 100명 이상이다. 사추위가 추천하는 사장 후보는 '3명 이하 복수'다. 사추위가 추천한 사장 후보는 이사회가 특별다수제(5분의 3이상 찬성)와 결선투표제를 통해 선출한다. 사추위는 여론조사기관이 맡아 전체인구의 성별·연령·지역 분포를 대표해 구성하도록 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방송3법을 '언론노조 방송장악법'으로 규정한 국민의힘 원내대표 발언이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을 통해 반론보도·기사삭제 조치된 바 있다.
지난해 7월 30일 뉴시스는 기사 <추경호, 방송4법 통과에 “대통령 재의 요구 건의… 악법 중 악법”>에서 ▲"방송 장악 4법은 문재인 정권이 민주노총 언론노조와 함께 장악했던 공영방송을 영원히 민주당 손아귀에 쥐겠다는 악법 중 악법" ▲"KBS, MBC, EBS 이사회 규모를 늘리고 그 아래 민주노총 언론노조 인사들로 채워 공영방송 이사회를 민주당 마음대로 구성하겠다는 검은 속내를 국민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등 당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발언을 전했다.
하지만 뉴시스는 언론노조가 항의하자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추 원내대표 발언과 관련해 '방송4법 내에 공영방송 이사진 규모를 늘려 언론노조 인사로 채울 수 있는 법률안이나 규정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는 반론을 게재했다. 뉴시스의 기사를 전재한 동아닷컴은 언론중재위의 삭제 권유를 받아들여 기사를 삭제했다. (관련기사▶이진숙·추경호 '언론노조 방송장악' 발언 보도, 반론·삭제 매조지)

방송3법은 정치적 후견주의를 타파하자는 취지로 오히려 정치권 추천몫을 40% 보장했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 21명 중 정치권 추천이 5명이었다. 정치권 추천 비율이 25%가 되지 않는다. 정치권 추천 이사가 많으면 독립성과 다원성이 생명인 공영방송의 이사회가 정치권 대리인들의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동안 암묵적으로 행해왔던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을 법에 명기해 양성화한다는 지적이 따라 붙는다.
공영방송 이사회를 법 시행 3개월 이내에 교체하도록 규정한 방송3법 부칙과 관련해서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입법을 통해 공영방송 사장을 교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방송3법 필리버스터에서 "여러분(민주당)이 이러면, 저희도 나중에 정권 잡으면 정말 저희편이 영구히 방송장악할 수 있는 법을 만들겠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5일 사설 <여당의 일방처리 방송 3법, 지속 가능하지 않다>에서 "시급한 민생 현안도 아닌 방송법을 강행 처리할 필요와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방송법이 정권과 다수당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도 합의 처리하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여야는 그간 법적 근거도 없이 관행적으로 6대3, 7대4 비율로 이사를 추천했고, 이로 인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훼손 논란이 되풀이됐다. 개정안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오는 이유"라면서 "문제는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이 부여된 단체가 민주적 대표성을 띠는지에 대한 이견이 적지 않다. (중략)특히 언론 자유와 직결된 법안을 강행 처리한 전례를 만든다면, 공영방송을 대선 승리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악습과 방송 장악 시비를 피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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