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성우 교수 칼럼] 지난 7월 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오랫동안 기다려 왔기에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는 언론개혁 방안 가운데 하나인 방송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에 대한 내용이었다. 여당인 민주당은 이날 이른바 단일안을 국민들에 처음 공개했고, 곧바로 다음 날 2일 상임위인 국회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에 올려 통과시켰다. '어어' 하는 사이 턱턱 숨이 막히는 뜨거운 주말이 몰아쳤고, 새로운 한 주를 맞이하고 보니 이 법안은 어느덧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 처리만 남겨두게 되었다. 

참 빠르고 전격적인 행보다. 그 속도에 대해서만은 분명 대단하다 하겠다. 사실, 방송3법이 그동안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관련 주체들이 감당했던 투쟁의 무게를 충분히 아는 만큼 이번 속도전 자체는 더 이상 논란의 대상이 아니어도 좋다. 단 하루 만에 법안 소위를 통과시킨, 이른바 ‘최종안’의 처리 과정에 대해서도 ‘날치기, 졸속처리’든 ‘속도감 있는 개혁’ 뭐라 하든 이해할 수도 있다. 심지어 과방위원장과 여당 간사가 지겹도록 토론과 협의를 했다 하니 이 ‘단일화’ 안을 함께 논의한 주체들에 대해, 누가 ‘깜깜이’라 비난하든 말든, 이들이 누구고, 어느 단체며, 얼마나 다양하고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인물들이었는지 알거나 물어볼 필요 없다 해도 좋다.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위원들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방송3법'에 대해 찬성 표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위원들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방송3법'에 대해 찬성 표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게다가, 며칠 전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된 이번 방송3법 개정안엔 내용적 아쉬움들도 분명 없지 않았다.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에 대한 이견들, 그리고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에 대한 아쉬움은 대표적이다. 왜 SBS와 지역방송을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대상에서 제외했는지, 왜 사장선출과정에서 국민 역할은 줄고 이사회 권한은 커졌는지는 충분한 문제제기의 영역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마저도,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에 대한 법률상 적용의 문제와 현실적 어려움, 그리고 어쨌든 100명 이상의 국민이 무작위로 선정되어 사장 선출 과정에 일정 정도 참여하게 된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현재의 부족함마저 기꺼이 받아 안고 가자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도, 아무리 곰곰이 보아도 ‘단일안, 최종안’ 무슨 이름일지언정, 도저히 이번 방송3법 개정안에 찬성할 수가 없다. ‘평범한 악인’이든, 심지어 ‘좌파 멜랑꼴리’로 불려도 상관없지만 무엇보다 양심에서 허락지 않는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 학계, 방송현업단체 전문가들이 수없이 강조하고 개선 의지를 주창했던, 바로 공영방송의 정치 후견주의 타파에 역행해서다. 다시금 떠올리기조차 싫은 공영방송 흑역사를 거치며 모두가 도달했던 결론, “공영방송에서 정치권은 손 떼라”로 요약되던 이 주장이 어떻게 이리 쉽게 정반대로 후퇴할 수 있단 말인가?

이번 안에서 자격, 절차, 과정 등 여러 세부사항들은 두고, 일단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만 보더라도 이러하다. KBS의 경우, 현재 11명인 이사진 구성 시 여당이 7명 야당이 4명을 암묵적으로 추천해 온, 법적테두리를 넘어서는 정언유착의 관행이 오랫동안 존재한다. 이를 두고 정치적 후견주의라는 비판이 거셌다. 이번 단일안에선 기존 11명의 이사를 15명으로 확대하면서 국회 추천 몫을 6명으로 아예 명문화하고, 시청자위원회 2명, 임직원 추천 3명, 학회 추천 2명, 변호사단체 추천 2명을 더하여 추천 주체를 다양화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자. 그동안 여야 정치권에서 추천해 온, 11명 KBS 이사들은 여야 정치권과 정치적 성향, 배경, 네트워크,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법조인, 학자, 시민단체 핵심인사, 임직원 단체 대표자들이 아니었다 하기 힘들다1). 대놓고 추천하기엔 부담으로, 아직 직업정치인이나 지망자들은 많지 않았다는 게 그나마 다행일 정도다. 이를 감안하자면, 이번 안에선 기존처럼 각 정당과 공고한 연계를 토대로 하는 기존 추천 주체들을 통한 방식의 인선은 비교적 건드리지 않은 채2) 여기에다 정당 직접 추천방식으로 정치적 색채가 더 짙은 인사들까지도 추가할 수 있는 구조다. 그렇다면, 이를 어찌, 정치적 후견주의가 극도로 강화되는 것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있을까. 

공영방송 3사 사옥
공영방송 3사 사옥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번 방송3법, 100% 만족할 수 없어도 동의해야 한다. 속도감 있는 개혁도 좋고, 나름 모두 역사적 진전이라 할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 정치후견주의의 강화는 안 된다. 사실 이미 이번 국회에서만 10개가 넘는 관련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그 가운데엔, 알려진 것처럼 김우영 법안, 서영교 법안, 신장식 법안 등이 대안으로 삼기에 충분한 좋은 내용들을 곳곳에 가지고 있다. 즉 개정안에 대한 고민 자체가 없는 정당을 제외하고, 이미 제출된 기존의 안들을 통해서도 이에 대한 생산적 보완이 빠르게, 심지어는 이달 안에도 가능하다. 지금의 방송3법 단일안이 더 이상 ‘최민희 안’이 아니라 ‘김우영, 서영교, 신장식 등의 안’과 ‘실용’적으로 ‘통합’될 때, 국민들의 신뢰는 더해질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권력의 구조와 관계없이, 누가 집권하느냐와 관계없이 국민에게 대중적 공감대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방송법” 그것의 핵심은 바로 체제, 즉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또한, 기존 정치권의 영향력 확장이 아닌 우리 사회의 다층적 구조에 맞추어 체질을 전면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12.3 비상계엄과 내란사태를 국민의 힘으로 이겨, 윤석열을 파면하고 치른 조기 대선을 통해 광장에서 울려퍼진 내란 종식과 사회대개혁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대한 또 하나의 훌륭한 출발점일 것이다.

1) 2021년 KBS 이사회의 경우, KBS 임직원 출신 4명, 법조인 2인, 언론계(시민사회) 3인, 학계 2인으로 각각 여야 정당추천에 의해 구성. 2024년 이사회는 법원 판결에 의해 아직도 파행을 겪고 있음.

 

2) 이번 안에 따르면 국회 몫을 제외하고, 법조계, 학계, 시청자위원회의 경우 각 2명 추천으로 여야 성향의 균형이, 임직원 3명 역시 2대1의 균형이 전제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여당의 직접 추천 이사가 3~4명(정당), 여권 성형이 4~5명(법조, 학계, 시청자위원회, 임직원 합)으로 안정적 영향력을 확보하게 된다.

♣ 박성우 우송대 교수 칼럼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에서 발행하는 '언론인권통신' 제 1057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미디어스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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