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추진 중인 '방송3법 단일안'이 공영방송의 정치적 후견주의를 명문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동안 '불법적 관행'으로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해왔던 국회가 합법적으로 추천하게 되면서 공영방송이 '정치권 대리인'의 싸움이 노골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한 언론시민단체 정책위원장이 정치적 후견주의 타파를 주장하는 의견을 독일 히틀러 나치 시대의 ‘평범한 악인’에 비유하는 일이 벌어졌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공영방송 복원 위한 방송3법 개정, 더이상 미룰 수 없다' 토론회에서  이호찬 언로노조 위원장(왼쪽에서 네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공영방송 복원 위한 방송3법 개정, 더이상 미룰 수 없다' 토론회에서 이호찬 언로노조 위원장(왼쪽에서 네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 교수(전 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는 지난 2일 민주당 과방위의 방송3법 단일안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공개하고 정치적 후견주의를 합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또 안 교수는 언론시민사회단체가 공영방송 정치적 후견주의를 반대해오다 이번 민주당 과방위 논의에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당혹스럽다"고 했다. 안 교수는 "그동안 언론 관련 시민단체연합체는 정치권이 이사 선임에 개입하는 정치적 후견주의를 극구 반대해왔다"며 "그런데 지난 1일 개최된 토론회 주최자로 예전 시민단체연합체에 들어가 있는 회원단체가 거의 그대로 가입돼 있는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민주당 과방위가 내세우는 단일안의 이사 선임에 대한 정치적 후견주의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여서 매우 당혹스럽다"고 했다. 

1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장에서는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주최하고 민주당·조국혁신당 과방위원 일동이 주관한 <'공영방송 복원' 위한 방송3법 개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제목의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자로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 이남표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 교수(최민희 과방위원장 직속 통합미디어법TF 팀장), 채영길 민언련 정책위원장(한국외대 교수), 이희영 민변 미디어언론위원장, 김재영 한국PD연합회 회장이 참여했다. 

김재영 회장을 제외한 토론자들은 방송3법 단일안의 빠른 처리를 희망한다며 지지 의사를 보냈다. 이들 중 다수가 정치적 후견주의를 최소화해 공영방송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비판을 '잘못된 것' '헛개비' '정치 형해화' '평범한 악인' '정당정치 배제가 정치적 독립이라는 착시'와 같은 표현을 동원해 깎아내렸다.(관련기사▶PD연합회장 "'윤석열 폐기' 방송3법보다 후퇴한 것 아닌가")

안 교수는 과거 시민단체연합체가 발표한 대표적인 '정치적 후견주의 타파' 입장을 소개했다. 

"국회는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철저히 보장하고 정치권의 개입을 원천 차단하도록 방송관계법 개정에 즉각 나서라"

- 2018년 8월 방송독립시민행동(241개 언론시민사회단체단체 연합체)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71.7% '관례였던 정당 추천 방식을 폐지하고 국민이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 2018년 5월 언론노조 의뢰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 선임권을 행사하되 선임 과정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권 등 외부 개입을 금지하도록 법률에 명시하고 위반할 경우 처벌 규정을 두어 규제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

- 2018년 12월 방송독립시민행동 '방송법 개정 논의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의견서' 

 

"여야 적당히 갈라먹는 정치적 후견주의를 청산해야 할 때가 왔다. 정치권 누구라도 공영방송 이사 자리 수, 사장 선임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획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법안 심사에 접근한다면 우리는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

- 2019년 1월 방송독립시민행동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 그만 공영언론에 대한 기득권을 완전히 포기하라. 국회와 정부, 그리고 청와대는 공영언론 사장과 이사 선임에 국민참여를 법으로 보장하고 기득권을 완전히 청산하라"

- 2021년 5월 '언론개혁 촉구 시민사회 비상시국선언' 

지난 2018년 12월 5일 전국 241개 언론·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은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둘러싼 방송법 개정과 관련해 정치권 추천 관행을 배제하고, 시민과 공영방송 종사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안을 의견으로 모았다고 밝혔다. (사진=미디어스)
지난 2018년 12월 5일 전국 241개 언론·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은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둘러싼 방송법 개정과 관련해 정치권 추천 관행을 배제하고, 시민과 공영방송 종사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안을 의견으로 모았다고 밝혔다. (사진=미디어스)

안 교수는 "정치적 후견주의가 합법적으로 보장되어 이사회가 구성되면 공영방송의 경영을 감독·관리하는 이사회가 여야 정치권 대리인들의 전쟁터로 바뀌게 된다"며 "공영방송의 독립성·자율성 확보를 위해 울타리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영방송을 정권의 꼭두각시로 유인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공영방송의 존립이 위태로울 우려가 있다"고 했다. 

안 교수는 "과거에는 암묵적으로 정치권이 이사 선임에 개입했지만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정치권이 법적 근거하에 합법적이고 공개적으로 이사를 추천하기 때문에 피추천 이사들은 노골적으로 추천권자의 지휘·지시를 받게 된다. 상시적으로 특정 정당의 눈치를 살피는 하수인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정치권 피추천 이사들이 정파적으로 공영방송의 보도·제작·편성에 개입하거나 시비를 걸면서 싸움판이 벌어지게 되면 나머지 이사들도 결국 입김 쎈 정치권 이사들과 결탁하거나 최소한 진영논리에 따른 호불호의 입장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안 교수는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인 국회가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에 대해 "그런 의미라면 총선, 지방선거 시 공영방송 이사 선임 국민투표를 같이 하거나 전 국민이 다수결로 뽑은 대통령이 이사 모두를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안 교수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서 정치권의 영향력을 배제하거나 최소화해야 하는 이유를 '정파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정치권력을 대표하는 국회나 대통령은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이사 추천권을 배제하거나 최소한으로 축소해야 한다"며 "정치권이 추천한 공영방송 이사들은 방송에 대해 간섭하거나 압박하는 데 집중하느라 공영방송 이사 본연의 공적 책무를 소홀히 하게 된다. 그 결과 정파적 이해를 기준으로 프로그램을 편성하거나 폐지하고, 예정된 프로그램을 불방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국회 추천 이사를 보장해야 한다면 전체 이사의 5분의 1 이하로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방송3법은 KBS·MBC·EBS 지배구조 추천 주체를 다양화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취지를 표방하고 있다. 그동안 여야는 법적 근거 없이 공영방송 이사회를 7대4(KBS), 6대3(방문진, EBS) 구도로 추천해왔다. 

민주당 과방위의 방송3법 단일안은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 비율을 40% 보장했다. 나머지 이사는 시청자위원회, 임직원, 미디어학회, 변호사단체 등이 추천한다. 방송3법 단일안은 지난 2일 과방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회 추천 몫이 전체 공영방송 이사 수의 '4분의 1' 이하로 설계된 방송3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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