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 40% 명문화를 골자로 하는 방송3법(방송법·방문진법·EBS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국민의힘은 예고한 대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들어갔다.

범여권은 ‘토론 종결권’을 활용해 24시간 뒤인 5일 오후 방송법 개정안을 먼저 처리하고 6일부터 시작되는 8월 임시회에서 방문진법, EBS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국회는 4일 본회의를 열고 ‘의사일정 변경’을 통해 방송3법, 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을 우선 상정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필리버스터가 예정된 법안은 뒤로 미루고, 비쟁점 법안을 먼저 처리하자는 것”이라며 “쟁점 법안들에 대해 여·야 교섭단체간 순서와 관련해 협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상정과 관련한 신동욱 의원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상정과 관련한 신동욱 의원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방송3법은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 비율을 40%로 보장하고, 추천 단체를 시청자위원회, 임직원, 미디어학회, 변호사단체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정치권 추천 이사는 교섭단체 의석수 비율로 배분하며 KBS 이사회 기준으로 민주당은 4명, 국민의힘은 2명을 추천한다. 이번에 상정된 방송법 개정안은 KBS에 적용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공영방송(KBS·MBC·EBS), 보도전문채널(YTN·연합뉴스TV)에 한해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를 명문화했다. 공영방송 사장 선출 방식은 100명 이상으로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구성·운영 후 이사회가 특별다수제·결선투표제를 실시하도록 했다. 공영방송 이사회가 사추위를 구성하면, 사추위는 사장 후보자 3배수를 이사회에 추천한다.

하지만 EBS의 경우, 현행보다 교육단체 추천 몫은 1명 늘었으며 교육부 장관 추천 몫은 유지됐다. 방통위원장이 EBS 사장을 임명하는 것은 그대로다. 부칙에는 ‘법 시행 시 공영방송 이사회와 사장을 교체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날 한민수 민주당 의원의 제안 설명 이후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그러나 신 의원이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야당을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화와 타협하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이재명 대통령·김민석 국무총리·정청래 당 대표는 반미 삼총사다' '한미 관세협상 잘 된 거 맞나' 등 방송법 개정안과 관련 없는 발언을 이어가자 우 의장이 "너무 장시간을 주제와 관계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제지하기도 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에서 반발이 터져나왔다. 

지난달 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공영방송 복원 위한 방송3법 개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긴급토론회 (사진=미디어스)
지난달 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공영방송 복원 위한 방송3법 개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긴급토론회 (사진=미디어스)

방송법 개정안은 5일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필리버스터는 재적 의원 180명의 찬성을 얻으면 24시간 후 종료된다. 민주당은 8월 임시회 때 방문진법·EBS법 개정안 처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이 역시도 필리버스터를 예고했다. 

앞서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방송3법을 비롯한 쟁점 법안에 대해)7월 임시회가 산회되기 때문에 8월 임시회를 통해서 처리해야 된다”며 “(본회의가) 21일 열릴 것으로 돼 있어서 21일 하나 처리, 22일 하나 처리 이렇게 해야 한다”며 “주말 빼고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날짜만큼 계속해서 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이날 국회 앞에서 방송3법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이 참여했다. 이호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공영방송이 장악되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것을 지난 10여 년간, 그리고 지난 윤석열 정권을 통해 뼈저리게 확인했다. 방송3법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 방송 민주화를 위한 새로운 여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들은 방송3법에 대한 거짓 선전을 중단하라”며 “윤석열의 전철을 다시 밝겠다는 것인가. 광장 시민의 요구를 더 이상 거스르지 말라”고 말했다. 

방송3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를 남겨두고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상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방송3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를 남겨두고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상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방송3법은 ‘낙하산’ 박민, ‘파우치’ 박장범 같은 사람이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사장이랍시고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며 “정권의 비리에 눈을 감고 옹호하는 보도만 내놓더니 급기야 국민의 방송이라면서 지금은 내란에 동조했다는 의혹까지 받는 게 지금 KBS의 모습이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 정상화의 시작일 뿐이다.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되돌아가도록 더 열심히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준형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유진그룹과 김백 사장은 YTN의 핵심 공정방송 제도를 철저히 파괴했고, 보도를 내란 세력의 선전 도구로 악용했다”며 “그래서 구성원들은 YTN을 다시 세우기 위해 생존권을 걸고 파업에 나섰다. 쟁의 75일째인데, 방송3법을 통해 유진그룹이 망가뜨린 사장 추천위원회와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를 입법으로 즉시 복원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지부장은 “투쟁을 통해 김백 일당을 쫓아냈다. 이제 유진그룹이 통일교를 제치고 YTN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어떤 더러운 거래를 했는지,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를 통해 낱낱이 그 실체를 밝혀야 한다”며 “국회와 이재명 정부는 방송장악을 실행에 옮긴 유진그룹의 최대주주 자격을 즉시 박탈하고 YTN의 공적 소유 구조와 독립적 지배 구조를 복원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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