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3법 단일안'의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적용 대상에서 SBS가 제외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조기호)가 더불어민주당과 언론노조(위원장 이호찬)를 직격했다. 폐쇄적인 법안 논의로 SBS와 지역 민영방송이 '뒤통수'를 때려 맞았다는 얘기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3일 성명을 내어 "특정 방송사만 챙긴 임명동의제를 즉각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 (사진=미디어스)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 (사진=미디어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민희) 민주당 의원들이 마련한 '방송3법 단일안'이 2일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소위원장 김현)를 통과했다. '방송3법 단일안'은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를 규정하고 있다. 적용 대상은 공영방송·보도전문채널로 KBS, MBC, EBS, YTN, 연합뉴스TV이다. 공·민영 기준으로 정리해보면 일관성을 찾기 어렵다. 사영화된 YTN은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적용 대상이다. 재허가·승인 대상인 SBS와 종편이 제외되는 것은 방송을 국민에게 돌린다는 방송법 개정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대한민국에서 이 5개 방송사만 보도를 하는가. 지상파인 SBS와 9개 지역 방송사, MBN 등 4개 종편은 보도기능이 없다는 말인가"라며 "이처럼 너무나도 명확한 질문에 일부 과방위원들은 '윤석열 정권에서 망가진 공영방송 회복이 더 시급해서'라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내놨다. 윤 정권이 망가뜨린 방송이 어디 공영방송뿐이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차별적 방송3법 개정에 관여한 자들은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적용 범위를 밀실에서 마음대로 정한 뒤 소위 통과 하루 전 형식적인 토론회 한 번 열어놓고 정당성을 논하고 있다"며 "이에 항의하자 '그동안 왜 몰랐냐'라고 되묻기까지 했다. 방송3법 개정안에 차별적 독소 조항이 들어있는 것을 알았다면 SBS본부와 지역 방송사 지부들이 정녕 가만히 있었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를 법전에 새기는 것은 언론노동자들에게 정치·경제 권력, 대주주에 맞서 공정 방송과 불편부당한 방송을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무기를 쥐어주는 일"이라며 "지금도 SBS 사측은 두 번이나 후보자가 부결된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를 손보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지역 방송사 사측은 수년째 제도 도입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제도권 바깥으로 선별돼 밀려 나는 순간, 사측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고 마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과방위는 방송3법 단일안을 마련하면서 언론노조,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소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과방위는 지난 1일 <'공영방송 복원' 위한 방송3법 개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제목의 긴급토론회에서 방송3법 단일안을 처음 대외에 공개했다. 민주당은 해당 토론회가 있기 전까지 비공개 정책조정회의에서 방송3법 단일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27일 과방위 법안심사소위 소속 의원들에게 방송3법 단일안을 공지했다. 

민주당 과방위 긴급토론회에서 조기호 언론노조 SBS본부장이 "보도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와 관련해 지상파 중 결과적으로 SBS만 쏙 빠지는 상태가 됐다. 진작부터 (방송3법 단일안의 내용을)알았다면 의원들을 찾아다니면서 '이게 말이 되느냐'고 여쭤보고 설득했을 텐데 법안 자체가 깜깜이였다"며 "국민에게 방송을 돌려주겠다'는 대전제에서 왜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가)공영방송 3개와 보도전문채널 2개밖에 없는지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의 책임을 물었다. 이호찬 위원장이 SBS본부와 지역 방송사 동지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때렸다는 것이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이호찬 위원장은 개정안 논의에 참여하면서 언론노조 각 본부와 지부는 물론, 심지어 사무처 집행부에게도 제대로 된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다"며 "SBS본부가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대상이 선택적으로 정해진 걸 진즉에 알았으면서 왜 그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개정안의 신속 통과가 중요해서' '보안을 지켜야 해서' 등 자신이 언론노조 위원장임을 망각한 대답을 내놨다. 이러니 우리는 이호찬 위원장이 KBS와 MBC만을 위한 반쪽짜리 위원장이 아닌가 의구심을 품는 것"이라고 했다. 

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공영방송 복원 위한 방송3법 개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긴급토론회 (사진=미디어스)
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공영방송 복원 위한 방송3법 개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긴급토론회 (사진=미디어스)

언론노조 SBS본부는 "이호찬 위원장은 심지어 'SBS본부는 이미 단체협약으로 보도뿐만 아니라 제작, 편성 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나. 이번 개정안에 SBS가 포함된다면 오히려 그 범위가 축소되는 것'이라는 기괴한 논리를 펴기도 했다"며 "답답함을 넘어 분노가 치솟는다"고 했다. 

SBS는 노사 단체협약을 통해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를 넘어 사장 임명동의제를 최초로 도입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SBS 사측이 단체협약을 파기하면서 사장 임명동의제가 사라졌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당시 SBS본부는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썼음에도 '사장 임명동의제'는 끝내 부활시키지 못했다"며 "이렇듯 단체협약은 평시에는 노사 간 바이블로 작동하지만 전시가 되면 사측이 언제든 내팽개칠 수 있는 종잇장에 불과할 수 있다"고 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에 KBS와 MBC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방송3법 개정안이 시급히 발효돼야 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 이해하고 적극 지지한다. 그러나 갈 길이 바쁘다고 정치권과 밀실 야합과 타협이 답이 될 수 있겠는가"라며 "이호찬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각성해서 임명동의제 대상 확대를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언론노조 위원장은 모든 언론 동지들을 대변하는 자리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했다. 

1일 긴급토론회에서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방송3법 단일안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 과정에서 민영방송과 종편에 대해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이 나왔지만 다수가 '무리'라는 의견을 내어 조율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최민희 위원장은 "어떤 위원은 종편이 반드시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를 해야 된다는 소신이 있었다. 그러나 다수가 '그건 무리다'라고 했기 때문에 포기해주셔서 (단일안이)가능했다"며 "또 일부 위원은 끝까지 사추위를 민영방송에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것도 다수가 '지금은 무리다' 판단했기 때문에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결정했다"고 말했다.

과방위 민주당 간사 김현 의원은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것이 최우선이 되다보니 민영방송에 대한 고민을 별도로 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방송통신위원회가 정상화된다면 지금 안고 있는 그 문제(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확대)는 또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은 "보도전문채널까지 보도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를 법에 명시한 부분이 의미가 있다"며 "다만 KBS, MBC, SBS 등 여러 방송의 단체협약에는 임명동의제 대상이 훨씬 여러 주체로 돼 있다. 그런 부분들을 이 법에서 논의할 수 없다면 향후에라도 임명동의제를 법에 조금 더 명확히 강제화할 수 있는 부분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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