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은 암울한 미래를 예감하게 한다. 아무것도 책임지려 하지 않은 집권세력의 무능과 뻔뻔함은 대한민국을 그야말로 수렁으로 몰고가고 있다.

공수처는 30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한 부당함을 피력했다.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는 게 주된 이유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체포영장은 윤석열 대통령 측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거부하기 때문에 청구됐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수사기관이 조사를 요구할 때에도 이런 이유 저런 이유를 들어 이를 거부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관련 서류 송달을 13차례 거부하는 과정에서 변호사 선임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는데, 체포영당 청구와 관련해선 김홍일, 윤갑근 두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이 두 사람은 애초부터 윤석열 대통령 측에 법적 조력을 하던 인물들이다. 자기 유리한 때에 맞춰 변호인 선임을 했다는 점을 부정할 방법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검찰 수사 내용까지 부정한다. 지난 27일 검찰이 공개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공소장 내용을 “상당 부분 거짓”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30일 “일부 야당 의원들의 회유나 유도에 장병들이 (조사에서) 뭐라고 말했는지 모르지만, 일일이 가치를 부여할 수 없는 얘기를 가지고 일방적으로 (공소장을) 작성한 면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건 적어도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군 관계자들의 증언이 엇갈릴 때 할 수 있는 항변이다. ‘증언이 엇갈리는데 왜 한쪽만 취사선택 하느냐’는 논리는 가능할 수 있다는 거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막기 위해 국회 무력화를 기도했다는 일관된 자백을 내놓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불법 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당시 특전사령관에게 “국회로 이동 중인 헬기가 어디쯤 가고 있냐”고 묻고 “아직 국회 내에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 안으로 들어가서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라고 했다. 수방사령관에게는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라고 했다. 이는 내란죄 판례에서 규정하는 ‘국헌문란의 목적’을 정확하게 충족하는 행위이다.

심지어 검찰의 공소장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수방사령관에게 “국회의원이 190명 들어왔다는데 실제로 190명이 들어왔다는 것은 확인도 안 되는 거고”,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했다는 대목도 포함돼 있다.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했더라도 인정할 의사가 없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회의원들을 다 끄집어 내 본회의장에서 있었던 일은 다 없던 일로 만들면 되고, 정 절차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계엄령을 즉시 재선포하면 되니 군사적 행위를 지속하라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 정도 내용까지 공개했는데도 뻔뻔하게 드러누워버린다면, 여당과 정부는 이제 윤석열 대통령을 버려야 한다. 다른 수는 없다. 그런데 여전히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감싸는 태도를 버리지 못한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대표 사퇴 이후 비대위 구성을 30일 완료했다. 권영세 신임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불안과 걱정을 끼쳐 드린 점,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 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비대위 구성에 있어선 탄핵 반대파가 전진배치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선일보마저 31일 “친윤 성향 인사들이 전진 배치돼 국민의힘의 외연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고 평할 정도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5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5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여당이 이러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인 정부는 여전히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 글을 쓰는 시점, 내란 특검 및 김건희 특검에 대한 국무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언론은 위헌 시비를 근거로 거부권 행사가 유력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해선 최상목 권한대행 개인의 의사는 임명이 불가피하다는 쪽에 기울어져 있다는 게 언론의 관측이다.

그런데, 최상목 권한대행이 거부권 행사는 여당의 요구대로 하지만 상설특검 추천과 헌법재판관 임명은 끝없이 미루기만 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여당 일각에선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먼저 다뤄 한덕수 총리가 돌아오는 시나리오를 상정하는 움직임도 있는 것 같다. 최상목 권한대행이 일단 지연만 시켜주면 나머지는 한덕수 총리가 돌아와서 ‘설거지’하면 된다는 식이다. 이러한 움직임의 속내에는 제주항공 여객기의 무안공항 참사로 야당이 섣불리 ‘줄탄핵’으로 나서지는 못할 거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런저런 공학을 떠나, 이런 계산이 정말 존재한다면, 이걸 어떻게 평가를 해야 하는 것일까? 그야말로 ‘악마의 계산’ 아닌가? 어느 보수 평론가는 “대한민국의 국운이 다한 것 같다”라고 했다. 정말 그렇게 되어서야 되겠느냔 말이다. 나머진 다 그렇다 치더라도 헌법재판관 임명만큼은 법에 정해진 대로 해야 하지 않겠는가? 사고는 자기들이 쳐놓고, 법대로 하라는 걸 이렇게 절박한 요구로 만드는, 이런 정치를 아직도 고집하는 태도를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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