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진숙, 이하 방통위)가 KBS 이사 추천·임명 효력 정지를 구하는 가처분 소송 재판부에 대해 기피신청을 냈다고 조선일보가 [단독]보도했다. 방통위가 기피신청을 낸 시각과 거의 동시에 보도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은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이라는 이유로 서울행정법원 판사를 문제삼고 있다. 해당 판사는 앞서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이사 임명 효력 집행정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방통위 법률대리인은 사법농단 사건 연루자인 임성근 변호사(법무법인 해광,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다.

29일 조선일보는 오전 8시 10분경 <[단독]방통위, MBC 방문진 이사 손 들어준 재판부 기피신청 “불공정 재판 우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방통위가 29일 해당 사건 재판부에 소송대리인 소송위임장과 기피신청서를 제출했다.
조선일보는 "KBS 현직 이사들이 방통위의 신규 이사 임명 처분의 효력을 멈춰 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 사건이 앞서 방문진 이사들의 손을 들어 방통위의 새 이사진 임명에 제동을 걸었던 재판부에 배당됐다"며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방통위 대리인단은 29일 오전 서울행정법원에 이 사건 재판부인 행정 12부(재판장 강재원)에 대한 기피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방통위는 행정12부의 방문진 이사 임명 효력정지 결정에 대해 ▲국회가 3인의 위원을 추천하지 않아 발생한 방통위 구성의 파행을 외면한 것 ▲임기 만료 이사의 업무수행권을 제한적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례에 어긋나므로 집행정지를 받아주면 안 된다 ▲재판부가 KBS 이사 사건에서도 같은 예단을 가지고 불공정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통위의 이같은 주장은 반박이 가능하다. 기형적 방통위의 시작점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민희 방통위원 내정자 임명 거부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30일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추천된 최 내정자를 7개월 넘게 임명하지 않았다. 최 내정자가 임명되면 여권 우위의 방통위 구조가 깨지는 상황이었다. 정부여당은 최 내정자를 임명하지 않는 명분으로 '결격사유 검토'를 들었지만, '방통위원 패키지 딜' 시도가 공개되면서 결격사유의 문제는 아니란 점이 드러났다.
임기가 만료된 공영방송 이사의 업무수행권 쟁점은 방통위가 자초했다. 방통위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현 위원장 직무대행)은 임명 당일인 지난달 31일 KBS 이사 7인을 추천하고, 방문진 이사 6인을 임명했다. 방통위는 나머지 KBS 이사 4인, 방문진 이사 3인을 추천·임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기존 야권 추천 이사들이 직무를 수행하게 했다. 공영방송 이사를 '전임자' '후임자'로 특정해 임기만료 이후에도 잔류할 이사를 임의로 정해 KBS·방문진 이사 구성을 완료한 것이다.
현행 방송법과 방문진법은 KBS·방문진 이사의 임기에 대해 '임기가 만료된 이사는 그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그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신청인들에게 종전 직무를 계속 수행하게 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사유가 소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신청인들이 이사로서 임기가 만료되었다고 하더라도 후임 이사 임명의 효력이 무효이거나 취소되어 효력이 없다면, 신청인들로서는 이 사건 임명처분을 다툴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관련기사▶방통위 방문진 이사 선임 발목잡은 '전임자' 갈라치기)
정부여당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 재판장 강재원 부장판사의 학술단체 활동을 문제삼고 있다. 지난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은 김태규 직무대행에게 "(강 판사가)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이라고 나오던데 이런 게 실제적으로 좀 (재판에)영향이 되겠나"라고 질문했다. 김태규 직무대행은 "법원 내 그러한 특정 단체가 있는 것 자체가 국민들이 판결 결과를 수긍하는 데 있어서의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태규 직무대행은 부장판사 출신이다.

28일 MBC제3노조, KBS노동조합,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등 6개 보수성향 언론단체는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재원 판사 규탄에 나섰다. 이들은 강재원 판사가 헌법정신을 유린했다고 주장했다. 29일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장인 이상휘 의원은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그가 든 피켓에는 '삼권분립을 유린한 정치판사 강재원을 규탄한다'는 문구가 쓰여졌다. 탄핵소추로 업무가 정지된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SNS에 이상휘 의원 1인 시위 영상을 공유하며 "법치가 제 자리를 찾기 바란다"고 썼다.
방통위 법률대리를 맡은 임성근 변호사는 사법농단 사건 연루자다.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개입 의혹, 쌍용차 집회 관련 재판 개입 의혹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임성근 변호사는 재판 개입 사건과 관련해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그 이유는 '재판 독립을 침해하더라도 법리상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직권이 없으면 직권남용죄를 물을 수 없다'는 얘기다. 방통위는 올해 소송비용 예산 3억 원을 전부 소진한 상태다. 예산을 전용해 임성근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석열 정부 방통위는 '기피신청 셀프각하'를 이어왔다. YTN 최다액주주 변경 승인 안건, 방문진 이사 선임 안건 등에서 '2인 체제' 방통위는 기피신청 당사자가 포함된 상태로 회의를 진행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은 지난 14일 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류희림) 위원들이 자신에 대한 기피 신청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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