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5인 합의제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3인 이상으로 규정하는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26일 국회 법사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방통위 의결 정족수 '위원 3인 이상'으로 규정하는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을 야당 주도로 의결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법사위에 출석해 2인 체제 의결로 시급한 민생 안건을 처리하라는 게 현행 방통위설치법의 입법 취지라고 주장하고 개정안을 "방통위 마비법"이라고 깎아내렸다.

이에 현행 방통위설치법을 입법한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이진숙 위원장이 말한 내용은 이 법의 취지가 아니다"라고 바로잡았다. 정청래 위원장은 '5인이 합의해 처리하라'는 게 현행 방통위설치법을 설계한 입법자의 의지로, 입법 당시에 윤석열 대통령의 합의제 기구 형해화를 상상할 수 없어 보완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5인 위원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는 대통령이 지명·임명한 2인 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방통위는 대통령 추천 2인, 국회 추천 3인(여1, 야2)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행정기구다. 윤석열 정부 방통위는 현행 방통위설치법에서 회의 개의에 필요한 출석위원 수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2인 의결'을 강행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3월 30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 추천된 최민희 방통위원 후보(현 국회 과방위원장)를 '결격사유 검토'를 이유로 7개월 넘게 임명하지 않았고, 최민희 후보는 사퇴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질의에 "지금처럼 국회에서 (위원을)추천하지 않으면 사실상 2인의 위원이 있어도 방통위가 마비된다. 제 개인적 의견이지만 방통위 마비법"이라며 "최소한 2인의 위원으로라도 민생 관련한 업무를 의결할 수 있게, 입법한 분들이 그렇게 (법을)만들었구나라는 사실을 체험으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곽규택 의원은 "방통위가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이 중요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국회에서 3인을 지명한다는 것이 정부기관 성격 자체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며 "특히 지금처럼 국회가 타협·대화가 되지 않는 대결구도를 보일 때 자칫 방통위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를 독임제 기구처럼 구성·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풀이되는 발언이다.

이에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이진숙 위원장은 2인 위원 이상이라도 빨리 (의결)하는 게 좋다는 게 법의 취지라고 말했는데, 그것은 이 법의 취지가 아니다"라며 "제가 2007년도 국회 방송통신융합특위 위원이었고, 방통위설치법 법안심사소위 위원이었다. 제가 주도해 방통위설치법을 만들었다"고 반박했다.
정청래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해보는 합의제 국가기관으로, 5인이 합의해 처리하라는 것이 방통위설치법의 입법 취지"라며 "당시 속기록 보면 다 나온다"고 했다. 정청래 위원장은 "그리고 위원장은 (정부)여당 추천 인사라고 하더라도 부위원장은 반드시 야당 추천 인사로 하라(고 했다). 법적으로 부위원장에 대해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취지로 하자고 속기록에 있다"며 "그래서 법이 통과된 것"이라고 했다.
정청래 위원장은 "합의제 기구라는 것은 5인 전부가 합의해서 하라는 취지이지만, 그렇게 되면 일처리가 안 되기 때문에 최소한 5인 중 3인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 과반수로 하자는 것"이라며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안 하는 이런 것은 상상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의결 정족수)조항을 만들지 않은 것이다. 누가 국회가 추천한 인사를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고 뭉개는 것을 상상했겠나"라고 했다.
정청래 위원장은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은)입법 미비를 보완하는 취지다. 이진숙 위원장은 짐작으로 말하지 말라"며 "과거 국회 속기록도 한 번 읽어보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에 '타 위원회 및 국회 등도 이와 같이 엄격히 의결 정족수를 규정한 사례가 없다'는 의견을 제출한 방통위를 비판했다. 장경태 의원은 "누가 이런 답변을 했는지 굳이 확인하지 않겠지만, 국회법 54조에도 '재적위원 과반 출석, 과반 의결'로 하도록 돼 있다"고 바로잡았다.
장경태 의원은 윤석열 정부 방통위가 3인 위원을 구성해 정부여당 뜻대로 심의·의결을 진행할 수 있었으나 야당 추천 위원을 임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경태 의원은 "방통위는 합의제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결정이 과반을 확보하게 돼 있다"며 "법제처 유권해석을 전제로 야당 몫을 이렇게까지 막을 줄은 저희도 예상하지 못했다. 만약 (야당 추천 인사를)임명했으면 심의·의결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임명을 안 했다"고 했다. 장경태 의원은 "방통위원 3인을 (회의에)출석하라고 하는 데 대해 '무력화'라고 표현하는 것은 과하다"며 "3인이라도 출석해서 본인들(여권) 의결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진숙 위원장은 국회가 3인의 방통위원을 추천해달라는 요구를 내세워 방통위설치법 개정안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합의제 기관의 공적기능 수행과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볼 때 5인 중 적어도 3인이 출석해 다수결을 하자는 게 왜 그렇게 불편하냐"며 "반대냐 찬성이냐"고 질문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국회에서 3인을 추천해주기를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정청래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여당이지만 야당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민주당이 여당이 되는데, 2인으로 하면 더 편하고 좋다"며 "그러나 이것은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여야 입장을 떠나 합의제 기구의 입법 취지에 맞게 하는 게 옳다"고 했다. 정청래 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2인으로 하면 어때'라고 하지만 본인들이 야당이 되면 춥고 배고플 것"이라며 "그래서 이 법에 대한 안정성과 미비점을 보완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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