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방송통신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 소속 공무원들을 야당의 '겁박'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며 사비로라도 심리 상담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권익위는 각각 방송장악,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사건 종결처리 논란의 한복판에 있다. 방통위의 한 공무원은 최근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국회가 '갑질'한다는 취지의 문서를 국민의힘에 보내 논란이 불거졌다. 법원에서 방통위의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이사 임명 효력이 정지됐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에 이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에 이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중앙일보는 "대통령실 내에선 국회 경험이 풍부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공직 사회에 대한 적극 지원을 당부하고 있다"며 "정 실장은 최근 자신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방통위와 권익위 직원을 외면하면, 어느 공무원이 야당 겁박에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겠느냐'며 정부의 심리 상담 예산 지원을 당부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정 실장은 "내 돈으로라도 지원하겠다. 심리 지원 예산은 반드시 포함시켜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26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야당의 탄핵 공세와 청문회 강행으로 공직사회가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표적 사례로 방통위와 권익위를 꼽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방통위 직원의 35.2%가 인사혁신처 마음건강센터 심리지원 프로그램 진단 검사를 받았다는 연합뉴스 보도(8월 25일자)를 거론하며 "무분별한 청문회 공세와 고발, 그리고 연금 박탈 겁박까지 하면서 최근 공직사회가 심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연합뉴스 8월 25일 기사 갈무리
연합뉴스 8월 25일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는 지난 10일 기사 <"힘들게 하는 것도 좀 적당히"… 방통위 직원들, 국회에 호소>에서 "방통위는 8일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에게 보낸 공문에서 야당이 문제 삼고 있는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 관련, '이것은 여야 간에 논의할 문제'라며 '위원회 결정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을 뿐인 방통위 사무처를 너무 힘들게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그러면서 '방통위 사무처 직원들이 여름휴가는커녕 주말에 나와 에어컨도 안 나오는 사무실에서 고생하고 있다'며 '국회 스스로가 갑질의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도록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수준도 적당히 해야 한다. 입법 기관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해당 문서의 제목은 <공영방송 이사선임이 적법한 이유>다. 과방위에 따르면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 관련해 별도로 법에 규정된 절차가 없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의 세부적 내용이나 실행 방안은 위원장과 상임위원 간 논의로 정하는 것'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8월 10일 조선일보·TV조선 보도 갈무리 (빅카인즈)
8월 10일 조선일보·TV조선 보도 갈무리 (빅카인즈)

이 문서는 방통위 차원의 공문도, 탄원서도 아닌 방통위 혁신기획담당관이 작성해 보낸 정체가 불분명한 문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1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방통위 조성은 사무처장은 '국민의힘에 너무 힘들다는 공문을 보냈다는 기사가 났는데 사실이냐'는 민주당 조인철 의원 질의에 "우리 간부가 전달을 한 것 같다. 공문은 아니고, 그냥 아마 정리해서 보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그것이 탄원서 맞나'라고 묻자 조성은 사무처장은 "탄원서는 아닌 걸로 알고 있다. 그냥 아마 지금 현재 상황을 좀 정리해서 얘기를 한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해당 문서의 작성과 국민의힘 송부에 대해 방통위 조성은 사무처장과 김영관 기획조정관 등 책임자들은 사후에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조인철 의원은 "우리가 방송장악 관련해 계속 이야기를 했었고, 새로운 이슈가 생기는 게 아니라 기관에서는 (입장)정리가 다 돼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을 몇 번 더 했다고 공무원들이 쓰러질 정도로 힘들어서 못 살겠다 탄원서를 보낼 정도인가"라며 "처장 결재 없이 혼자 단독적으로 행한 일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조성은 사무처장은 "그 부분은 아마 전달 과정에서 좀, 제가 생각하기에 부적절한 측면이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은 든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 세심하게, 제 스스로 잘못 챙긴 게 있다면 유감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지난 14일 방송통신위원회 이진숙 위원장(오른쪽)과 김태규 부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불법적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4일 방송통신위원회 이진숙 위원장(오른쪽)과 김태규 부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불법적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지금 방통위가 국회에 자료를 제대로 냈나, 답변을 제대로 했나. 뭐 하느라고 고생을 한 것인가"라며 "제가 보기에 고생한 이유는 국회 때문이 아니다. 말도 안 되는 답변에 대한 자료를, 혹은 논리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고생한 것이다. 국회가 제대로 일하겠다고 하는데 방통위 직원(혁신기획담당관)이 지금 이 자리에도 안 나오고 있고 뭐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국회의원들이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서 청문회를 하면 갑질이다. 그런데 고생은 질문해야 되는 국회의원 보좌관들이 더 하고 있다"며 "입법기관이 이래서는 안 된다? 입법기관이 법만 만드나. 청문회는 국회가 하는 고유 권한"이라고 했다. 

방통위는 졸속 논란을 빚는 KBS·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에 대해 '비공개 사안이라 답변할 수 없다'는 한 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답변·자료제출 거부의 근거는 방통위 '1인 체제'와 '회의운영 규칙'이다. 방통위의 비공개 회의 내용은 위원회 의결을 통해서만 공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탄핵소추되어 전체회의가 열릴 수 없는 현재 상황에서는 어떤 설명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국회증언감정법은 '서류 등의 제출요구를 받으면 다른 법률에도 불구하고 누구든지 따라야 한다', '직무상 비밀에 속하는 경우라도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 부장판사)는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박선아 이사가 방통위를 상대로 낸 '방문진 이사 선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은 2인 체제 방통위가 중요사항을 의결하는 것은 5인 위원으로 정치적 다양성을 반영하라는 방통위설치법의 입법 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 밖에 법원은 '임기가 끝난 임원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가지 그 직무를 수행한다'는 방문진법 제6조 제2항과 방통위 심의·의결의 절차적 하자 등을 거론했다.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왼쪽)과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전 권익위 부위원장)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왼쪽)과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전 권익위 부위원장)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사건을 조사했던 권익위 간부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이사장이 한겨레 등 언론에  밝힌 바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6일 카톡 메시지에서 "최근 저희가 실망을 드리는 것 같아서 송구한 맘"이라며 "심리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고인이 통화에서 "수뇌부에서 명품백 사건을 종결하도록 밀어붙였다. 내 생각은 달랐지만 반대할 수 없었다. 힘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인에 대한 좌천 계획 의혹이 제기됐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돌아가시기 하루 전날인 8월 7일 인사계장, 운영지원과장이 고인에게 좌천성 인사 이동을 예고하면서 강한 항의와 고성이 오갔다는 제보가 있다"며 "(고인은)정승윤 부위원장과 갈등 빚었고, 수사기관 이첩을 주장했고, (김건희 씨)직접 대면 조사 필요성을 계속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좌천성 인사가 인사보복, 집단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생각이 된다"고 말했다. 권익위 간부들은 고인과 인사발령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